나는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웬만한 일이 아니면 화를 내지 않는다. 물론 이런 장점을 쉽게 얻은 건 아니다. 누구나 겪는 고민을 나도 해보았으며, 여러 시행착오 끝에 얻은 이런 성격은 군대에서 얻은 것들 중에서 가장 큰 수확이다. 나는 ‘알아서 다 돼’라는 말을 달고 산다. 항상 자신감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고, 이번 과제 역시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시작했다. '가족독서릴레이'라는 과제를 받고나서 든 생각 또한 ‘알아서 되겠지’였다. '아버지와 누나에게 책을 건네주고 읽고 하면 되겠지'하고 쉽게 생각했다. 근데 막상 시작하려 하니 책 선정부터가 고민이었다.

  요즘 집이 힘들어지다보니 웃음기가 많이 줄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나에게도 가장의 무게가 느껴지게 되면서부터 나도 미래의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 무게를 먼저 짊어지고 있는 누나를 보면서 그때도 나는 ‘알아서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자신감들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무렵에 가족독서릴레이로 우리 가족에게 , 그리고 내 자신에게 다시 한번 힘을 내 일어서게 할 수 있는 계기를 갖고 싶었다.
 

 

10m만 더 뛰어봐. 김영식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많이 읽진 않는다. 참 모순적이다. 좋아하는 고기는 매일 먹으려고 하면서 좋아하는 책은 매일 읽지 않는다. '과연 내가 고를 책이 있을까?' 생각하며 그만큼 조그만 내 책장을 바라봤다. 다독을 하지는 않았던 내 모습을 투영하는 작은 책장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에 영향을 많이 주었던, 군대에서 읽었던 책 몇권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10m만 더 뛰어봐’.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누나가 소포로 보내준 책이다. 책 소개를 짧게 하자면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진짜 좋은데.’ 라는 유행어를 남긴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에 자서전이다. 아마 쌩뚱맞게 왜 이 책을 골랐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이유는 하나, 지금 우리 집 상황이 이 책의 내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에게는 힘들게 돈을 모아서 땅도 알아보고 차도 알아보고 집도 알아보던 시절이 있었다. 빚을 청산하고 드디어 순전히 우리가족의 것인 돈을 모았을 때가 있었다. 그때 아버지께서는 다른 사업을 해보겠다며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빚을 떠안았다. 누구보다 누나가 많이 힘들어 했다. 세월을 날린 기분이 든다는 누나의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어느 것 하나 도와줄 수 가 없었다. 그냥 묵묵히 옆에 있어줄 뿐이었다.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우리가족에게 다시 한 번 힘을 주고싶어서 책을 내밀었다. 일단 누나는 반가워했다. 자신이 선물한 책을 동생이 다시 주니까 기분이 이상하다 했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이 책에 네잎클로버를 모아뒀다며 자랑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이 책이 우리가족에게 다시 행운을 줄 것만 같았다. 아버지와 누나 모두 책을 읽고 나서 평소보다 훨씬 기운을 차린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나도 다시 읽고나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뜨거운 용기가 샘솟았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 내용들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이 나에게 신뢰를 줬던 구절은 ‘나는 핸드폰 번호를 바꾸지 않는다. 그러니 신뢰해라’이다. 작은 것이지만 핸드폰 번호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신뢰를 쌓을 수 있구나 라는 것을 배웠다.

  요즘 많이 힘들고 웃을 일이 많지 않았던 우리집에 이 책 한권으로 가족들에 눈에 밝은 긍정의 기운이 도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교수님께서 왜 가족독서릴레이에 큰 의미를 두는지 알게 되었다. 가족 모두가 한발 짝 더 뛰게 할 수 있는 힘을 나눠 준 것 같아서 책에게 고맙다. ‘알아서 되겠지’라는 내 입버릇처럼 알아서 될 수 있게 오늘부터 10m씩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야겠다.

< 2017 출판문화론 언론홍보학과 4학년 김대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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