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외침이 아니라, 공직자의 부정부패에 의한 민심의 이반이다."

▲ 하룻밤에 읽는 목민심서

  아르바이트로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칠 때였다. 한 학생이 “목민심서가 무슨 뜻이에요?”, “무슨 내용이에요?”, “그 책 재미있어요?”라는 질문에 순간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답변은 정조시대 때 대표적인 실학자인 정약용의 저서 중 하나로 공직자가 지켜야하는 지침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 밖에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그 학생의 물음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목민심서’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때 마침 “김종대 의원, 이국종 교수는 인격 테러범”이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귀순한 북한병사의 치료를 맡은 이국종 교수가 병사의 기생충 감염 사실을 공개한 것을 놓고, 김종대 의원이 '인격테러'라고 비난해 논란이 일었다. 의료인으로써 책임을 다한 이국종 교수에게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민다는 점이 의아했다. 그래서 더더욱 목민심서를 읽을 필요성을 느꼈다. 이후 서평쓰기 과제를 받자 바로 제주도서관에 가서 ‘하룻밤에 읽는 목민심서’를 빌려 읽게 되었다. 학교, 아르바이트 등 일상에 쫓기다보니 하룻밤에 읽지는 못했지만 긴 시간을 두고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저자 다산 정약용은 현실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학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또한 자기 시대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개혁방안을 제시하는 개혁가이다. 순조 때 천주교 박해로 19년 동안 강진에서 귀양생활을 하는 동안의 저술한 책이다. 그 당시 지도층들은 나라와 백성의 안위보다는 자신들의 안위가 더 우선이었다. “시아버지가 죽어서 상복을 입었고 갓난아기는 배냇물도 안 말랐는데 3대의 이름이 군적에 실리다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정이 문란하여 백성들의 삶이 황폐했다. 이러한 상황 속 정약용은 백성들을 위해 목민관이 고을에 부임할 때부터 고을을 다스리고 떠날 때까지 갖춰야할 올바른 마음가짐 및 몸가짐에 대해 기록하였다. 또한 조선과 중국의 역사서를 비롯한 여러 책들에서 뽑아 수령이 할 일들을 상세히 제시하면서 조선 시대 관리들의 폭정을 비판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 먼저 제목 ‘목민심서’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특히 이 책은 제목이 저자의 편찬의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핵심 단어이기 때문이다. 목민은 왕이 ‘백성을 기르다, 성장시키다.’는 것이고, 심서는 ‘마음을 다스리는 글’이라는 뜻이다. 즉 목민관이 마음속에 깊이 새겨 실천해야 하는 글이란 뜻이다. 내용은 총 12편으로 구성되었고 각 편은 다시 6조로 세분화되어 모두 72조 이다. 목민관으로 부임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과 생활 원칙에 대한 내용을 시작으로 서술되고 있다. 공적인 일을 수행하는 법, 백성을 섬기고 사랑하는 법, 세금, 예절, 군사, 재판 그리고 흉년에 백성들을 구제하는 법이 담겨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기 끝나 교체되는 과정을 기술했다.

  이 책에서의 핵심은 율기이다. 율기는 ‘몸을 다스리는 원칙’이라는 뜻으로, 율기육조에서는 목민관이 지켜야할 생활 원칙이 담겨 있다. 여기서 ‘청렴’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책에 ‘廉者 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不廉而能牧者 未之有也.’(염자 목지본무 만선지원 제덕지근 불렴이능목자 미지유야)라는 말이 있다. “청렴이라고 하는 것은 목민관의 본무여, 모든 선의 근원이요, 모든 덕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는 목민관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라는 뜻이다.

  청렴은 오늘날 공직자에게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다. 대한민국 국가공무원법에도 ‘청렴의 의무’조항이 있고, 공직자윤리법 안에서도 청렴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공직자들에게 청렴이라는 원칙은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여전히 뇌물을 주고받고, 청탁을 받는 등 부정부패가 뉴스에 끊이지 않고 있다. 2015년 행정연구원에서 공직자들이 자신의 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설문을 발표했다. 설문한 결과 공무원은 93.5% 이상이 긍정적으로 응답한 반면, 국민들에 긍정적인 응답은 17.4%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공직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과거의 잘못이 현재에도 되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느 시대의 국가든 공직자는 있었고, 항상 부정부패가 문제였다. 200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목민심서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 안에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공직자로서의 행동’이 적혀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공직자를 꿈꾸고 있는 사람, 현재 공직자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현실을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지금 우리가 공직자들에게 바라는 자질과 목민관의 자질이 같다. 그래서 공직자들은 청렴하고, 법을 준수하며 국민을 위해 일 해야 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정약용처럼 현실 제도의 모순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를 고민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3학년 이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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