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취향의 책들에서 나올 수 있는 글은 한정적이라 생각한 까닭이다. 책을 읽고 무언가 감상적인 글을 쓴다는 게 나에겐 꽤나 어려운 일이다. 평소 자연이나 작품을 보고 들으며 느끼는 바가 없는 편이다. 남들은 ‘아름답다’, ‘마치 ~인거 같아’ 등의 감상평을 곧 잘 뽑아내지만 나는 ‘...이걸 통해 뭘 느끼라는 거야?’ 하고 작가의 의도나 감상평이 술술 나오지 않는다.

  책 선정에 어려움으로 시간은 바람처럼 흘러갔다. 도서관에 가면 자꾸만 관심사쪽을 기웃거렸다. 이러다간 책 선정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는 책이 꽤 있었다. 아빠의 책들이었다. ‘아빠가 정말로 다 읽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종류는 다양했다. 책장에 들어 있지 않고 상자에 들어가 있는 책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아빠가 책 읽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책은 가득 했다.

  아빠의 책장에서 책을 고르기로 했다. 아빠의 책들 중에서 내 취향의 책은 하나도 없었다. 선택이 무척이나 어려웠지만 딱 하나의 책을 골랐다. 여러 가지를 고르고, 또 그 중에 선택하려면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책은 강렬한 주황빛의 ‘아버지’ 다. ‘아빠가 ‘아버지’ 라는 책을 왜 읽었을까?’ 하는 궁금증과 강렬한 색이 눈에 띄어 고르게 됐다.

김정현. 문이당. 1996

  책을 요약하자면,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와는 자연스레 각방을 쓰게 되고, 일로 바빠 아이들과의 사이도 멀어진 정수. 정수는 친구이자 의사인 남 박사로부터 자신이 췌장암 말기라는 말을 듣는다. 사실을 모르는 딸과 부인은 술에 의지하게 된 정수에게 실망하고, 정수는 점점 더 외톨이가 되어간다. 결국 현실을 수긍한 정수는 자신의 죽음 이후 남게 될 가족을 걱정하며, 마지막까지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한다.

  하지만 췌장암이 주는 고통은 가혹했고, 정수는 남 박사에게 안락사를 요청한다. 이 말을 들은 그는 로마 가톨릭 교회 신부에게 상담을 요청할 정도로 매우 괴로워하지만, 결국 그 뜻을 들어준다. 그렇게 결국 안락사를 당하고 가족들은 슬퍼하며 끝난다.

  읽고 난 직후의 감상은 ‘과연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선택한 건 잘못한 선택인 것일까. 왠지 다른 책을 선택했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읽어봤다. '슬픈 내용이다.' 남들이 보면 성의없다고 느끼겠지만, 최선이다.

  책 출간은 1996년이고 출판사의 책 소개에는 <사회 전반에 '아버지' 신드롬을 일으켰던 작품으로 진정한 아버지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작품. 췌장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눈앞에 둔 중년 남자가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눈물겨운 사랑을 통해 우리 시대 아버지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이 시대 중년 남성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아버지 자리 찾기에 앞장선 베스트셀러> 라 나와 있다. 그리고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에 대해서는 뒤늦게 알았다. 미리 알았다면 영화를 보고 미흡한 내 감상평에 한 줄 보탰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책 출간 당시의 시대상과 지금이 다르지 않다. 아니 그 전부터 문제가 되어오던 것이 책을 통해 나온 것이다. 아버지 신드롬을 일으키고 지금까지 재판되어 나올 정도지만 가족 내, 아버지의 위치에 대해 아직까지 제자리걸음이다. 해결되어 본 적 없고,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따로 없던 것으로 기억된다. 뉴스를 통해 전해듣는 '아버지 자리' 문제는 심각했다. 기러기 가족일수록 심해보였다. 가정내에서 해결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책을 읽고 난 후 아빠는 아빠의 아버지,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어땠을까.
 아직 아빠는 일을 하고 있고 내가 학생이라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나와 아빠는 친구같은 관계라서 작가가 의도를 그리 와 닿지 않을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빠와 같은 감상평이 같지는 않았겠다 싶었다.

  사람들마다 가족의 형태나 가치관은 다르다. 그에 따른 '아버지 자리'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버지가 퇴직하고 집에 있는 모습을 보고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다고 한다. 아빠가 퇴직하고 내가 일을 하고 있을 때, 아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그때 아빠의 위치가 변해있을까?

  이 책을 통해 각자의 '아버지 자리'를 깨닫는 것도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가족이니깐 하고 넘겨온 것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 심각하게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본 적도 없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 속해 있는 가족을 통해서, 앞으로 만들어 나갈 가족를 잘 형성하려면 한번쯤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2017 출판문화론/언론홍보학과 4학년 박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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