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독서릴레이라는 말에 무색하게 우리 집은 나와 엄마 둘 밖에 읽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만이라도 읽어주시고 잠시나마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무의미하다 생각지 않는다.

  고른 책의 이름은 ‘자살가게’ 언뜻 들으면 가족들과 읽기에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비춰질 수 있다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많은 책들 중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일단 글이 어렵지 않다는 것, 블랙 코미디 소설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책이라는 것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중학생시절 읽었던 결말에 대해 물어보고자 했다는 것 이였다. 그렇다, 이미 이 책은 먼 옛날 한번 나를 거쳐 갔던 책이다. 읽었던 책들 중 결말이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충격을 주었기에 우연히 다시 만났을 때 결국 구입까지 하게 된 책이다. 많은 시간이 흘러 다시 읽었을 때, 그 당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부분들이 보였다. 또한 엄마에게 이 책을 건네주며 마음속으로 2가지를 품은 채 건네 드렸다. 첫째는 결말에 대한 생각, 둘째는 내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후에 엄마가 쓴 한줄 평을 읽으며 메시지의 반은 다행히 전달이 되었다 싶었다.

  엄마에게 이 과제를 말씀드렸을 당시 우리 엄마의 경우 소설일 것, 어렵지 않은 책일 것. 이 두 가지를 부탁했다. 다 읽고 나서도 다시는 이런 과제는 가져오지 마라, 장난식으로 소감을 밝히기도 하셨다. 아무도 안 읽어주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 치고는 진중히 읽어주셨지만 말이다. 엄마의 한줄 평은 이랬다. “책제목부터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한 사람에 긍정적인 생각, 말은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있구나 라는 좋은 뜻을 알게 되었다.” 그 중 절반정도 전달 된 메시지는 긍정적인 생각, 말은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구나 라는 구절이다.

  우리 집이 소설 가족처럼 자존감을 죽이거나 자식들이 심하게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말이랄까 칭찬이라는 것이 그리 흔한 것도 아니다. 어린 시절은 지금보다야 칭찬이 상당히 후했달까, 적어도 무언가를 했을 때 반응을 보여주셨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당연하다는 표정과 관심조차 받기 어려웠다. 그에 반해 동생은 조금만 무엇인가 성취해도 여러 군데서 칭찬이 모여들었다. 참, 누나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부럽고 괜히 동생이 밉기도 했었다.

 그 말 한마디, 관심이 뭐라고 사람이 치졸해지나 자괴감도 들었지만 쉽게 마음 정리가 되지 않았다. 한번은 털어 논 적이 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넌 알아서 잘하니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니까. 너무나 허무한 대답에 허탈해지는 것은 순간이었다. 칭찬을 받으려 했던 행동들이 오히려 알아서 잘하니까 라는 말로 돌아왔을 때의 허무함은 아마 본인이 아니고서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였다. 이 책을 전달한 것은. 내가 필요한 것도 사소한 칭찬, 관심이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안타깝게 거기까지는 전달되지 않은 듯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결말에 대한 생각은 어땠을까. 엄마에게 살포시 물었을 때, 생각과는 다른 대답이 나와 조금 놀랬던 것 같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해석이 전혀 달랐다. 나의 경우 마지막 막내가 손을 놓았을 때, 아, 이 아이는 자신이 할 일이 다 끝나서 손을 놓았구나. 가족들을 변화시키며 오히려 자기의 곪은 것은 숨기며 마지막 가족들의 웃음소리에 그 쌓였던 것이 폭발한 것은 아닐까. 더 이상 자신이 필요치 않으니, 자신의 자리가 없어졌다 여긴 것은 아닐까.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조금 달랐다. 자신의 할 일이 끝나서 손을 놓았다. 여기까지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셨지만 허탈하다, 라고 말하셨다. 너무 무의미하지 않냐고 오히려 반문하셔서 놀랐다. 그러곤 고개를 갸웃하시며 아무 생각이 없는, 무의미한 일은 한 아이라며 평했다. 자신이 이룬 것을 뒤로 한 채 그러한 선택을 했다고 말이다. 허무하다. 어쩌면 그것이 맞는 해석은 아닐까 수긍했다. 막내의 입장이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허무감과 허탈감이니 말이다. 어쩌면 이 책을 기억하고 있던 것도 실제는 허탈함이 크게 작용했던 것은 아니였을까 싶다.

  혼자만 책을 읽고 생각했던 것보다 누군가, 특히 나와 가까운 누군가와 같이 읽으며 대화한다는 것은 독서에 대한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놓치고 있었던, 생각지 못했던 답을 들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 덕에 몇 년을 묵혔던 찝찝함이 해소가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가끔은 혼자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이의 생각도 들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과제였다. <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4학년 고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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