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살자 우리 모두

 

  도서관에서 책을 구경하던 와중에 이 책의 제목이 내 눈을 끌었다. 자, 살자.. 책 내용을 읽어보지도 않고 선택했다. ‘자살자’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끊은 사람. 이 단어를 쉼표 하나를 찍음으로서 ‘자, 살자’로 바꾸어 놓은 작가의 생각에 먼저 놀랐다. 책 제목에서부터 이 책이 어떠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하루 38명이 자살하는 나라, OECD 국가 중 12년 연속 자살률 1위, 청소년 자살률 1위, 내가 사랑하는 나의 나라이지만 이러한 자료를 보면 부끄러워지는 나의 나라. 한국.

  이 책은 사람들이 자살 대신 할 수 있는 101가지를 담고 있다. ‘자살 대신 할 수 있는 101가지’는 1번 ‘계속 움직이기’부터 101번 ‘다른 사람 살리기’까지, 나에서 시작해 우리로 나아간다. ‘소 쓰다듬기’처럼 쉬운 일부터 ‘엄청 쉬운 동시에 엄청 위험한 일’까지 난이도를 나누고, 안정성과 효율성, 합법성과 도덕적 등급을 정한 등급표를 만들어 자기에게 알맞은 방법을 찾아 손수 해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모두가 읽었으면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읽지 않았으면 한다. 이 책은 분명 사람들에게 자살 대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알려주고 나의 가치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나는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을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선정한 이유가 ‘자살’을 생각하고 살아보기 위하여 선택한 것이라면 나는 이 책을 읽을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정말로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이 책을 선정한 사람이라면 지금 책을 읽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지금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지금 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을 보고 가족과 친구가 없다면 아무나 붙잡고서라도 힘껏 울어야 한다. 울다가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누군가에게 욕을 먹더라도 내 몸 안에 있는 수분이 다 날아가서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울어야 한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얼마나 외로웠으면 자살을 생각하고 선택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러한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뉴스에서 자살 소식을 접하면 자살자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살할 용기가 있으면 그 용기로 살지. 할 게 없어서 자살을 하냐. 이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당사자를 함부로 비판하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한 편으로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지만 한 편으로는 우울함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책을 읽을 시간에 가족, 친구 둘 다 없다면 상담소를 찾아가라. 지금은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항상 경쟁을 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남을 누르고 올라서서 살아남으라는 말이 아니다. 낙오해도 좋으니 늦어도 좋으니 살아남아서 어둡게 보던 세상을 조금씩 밝게 보려는 노력을 해보자.

  아직 세상의 풍파를 다 겪어보지도 못 한 24살 밖에 안 된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어쩌면 매우 무례하고 현실감 없는 이야기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무례하더라도 너무 현실감이 없는 아무것도 모르는 24살 여학생이 전하는 이야기라도 이 사회를 이루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라고. 겨울의 차가운 바람만을 보지 말고 따뜻한 입김을 보면서 살아갈 용기를 얻으라고.’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3학년 양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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