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모토지로.

 나는 어느덧 12월, 한 해의 막바지의 길에 서있어.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어보면 도대체 내가 무얼했나 속상한 마음만 가득해져. 너의 12월은 어떠니? 답장 부탁해 모토지로.

 내가 아마 모토지로에게 편지를 보낸다면 이렇게 보냈을 것 같다. 이처럼 모토지로는 대단하진 않지만, 속마음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 털어버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책의 대부분은 리리카와 모토지로의 편지로 이뤄져있다. 아버지에게서 버림을 받고 홀로 사는게 버거워 삶을 내려놓고 싶어하는 주인공, ‘리리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리리카는 하루하루 죽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며 힘들게 살아온다. 그러던 중 소개를 받고 ‘이름 모를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자신의 상처가 아물어 감을 느낀다. 많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를 위로해주던 어느날, 리리카는 답장이 더 이상 안오자 편지의 상대방을 찾으러 머나먼 오키나와를 방문한다. 오키나와에 가서 자신의 편지를 주고 받았던 사람을 알아보니, 그는 자신의 이복오빠. 시한부 인생이었던 오빠가 힘들어하는 자신을 위로해 주기 위해 편지를 보내주었던 것이었다. 리리카가 찾아갔을 때, 이미 오빠 모토지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리리카는 지금까지 오빠가 조언, 응원해 준대로 희망을 잃지 않기로 약속하고 증오했던 자신의 아버지를 용서한다.

 서로를 격려하는 두 사람의 편지를 계속 읽다 보면, 리리카와 모토지로가 '나'를 위로하고 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어두운 절망과 고독에서 어떻게 빠져나와 세상과 화해하는지를 두 사람의 편지를 통해 배우게 된다.

 “힘을 내지 않아도 좋아 자기 속도에 맞춰 그저 한발 한발 나아가면 되는거야”

 나는 항상 ‘힘내라, 열심히 살아라’ 말해왔었다. 끊임없이 달려야 살아남는 세상. 그런 사회에 나는 길들여져 왔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힘들게 달려온 혹은 달리고 있는 누군가에게 더욱 더 힘내라고 응원해 본 적은 있지만, 힘이 들 때는 쉬었다 오라며 격려하고 기다려 준적은 없었던 것 같다. 만약 100M, 단거리달리기를 하고 있다면 빠르게 달려 나가는 것이 맞지만, 오히려 긴 여정이라면 조금 더 천천히, 포기하지 않도록 마음가짐을 하게 도와주는게 옳다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의 인생은 끝이 없는 기나긴 경주이기 때문에.

 가족 릴레이로 이 책을 선정한 데에는 이 구절 한 몫을 했다. 은퇴를 앞두고 계신 아버지께 꼭 이 구절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요즘 나는 31년, 같은 길을 끊임없이 달려온 아버지의 모습을 나는 이제야 하나씩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항상 “아빠 힘내세요!”라고만 말하던 나를 후회하게 된다.

 아버지는 이 책을 읽고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라며 “우리끼리 SNS 메신저 대신 편지를 써보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고 언니는 “지금 내게 필요한 말인 것 같다”며 추천해준 나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나와 같은 울림을 다들 책을 통해 받았다니, 그 의미가 더욱 진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나의 주변에는 모토지로 같은 사람이 왜 없을까...’ 하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다른 사람에게 모토지로 같은 사람이 되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달리했다. 연말, 이번 겨울은 날씨가 유난히 춥다고 한다. 하지만 책과 같이 따뜻한 마음을 나눈다면 그 추위를 견디긴 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16 출판문화론 / 현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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