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11월 13일의 금요일. 우산을 쓰고 있어도 비에 옷이 젖는 날씨였다. 제주시내에서 버스로 한 시간 반 달려 도착한 그곳, 구좌읍 하도리. 지붕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다. 이 소박한 동네를 집어삼킬 듯 비바람에 파도가 거칠게 일렁였다. 성난 바다를 마주 보는 곳에 잔디밭을 낀 카페가 조그맣게 위치해 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자 따뜻한 공기와 은은한 커피 향, 그리고 그녀의 환한 미소가 반겨줬다. 따뜻한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있던 나의 몸을 풀어 주었다. 그녀는 밝은 목소리로 긴장감을 풀어주며 인터뷰에 응했다.32살의 김경남씨, LUCY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서울 태생의 그녀는 버킷리스트의 33번, 제주 살아보기를 실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