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누구든 한 번쯤은 들어봤을 명언이다. 그만큼 우리의 생활 속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귀이지 않나 싶다.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친구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이 글귀는 마음에 새겨 잊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가족독서릴레이라는 과제를 받고 나는 많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책이라고는 전공도서 밖에 모르기 나이기 때문에 책 선정부터가 큰 난관이었다. 책의 종류부터 내용, 분량까지 고민해야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기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어렸을 적 즐겨 읽던 동화책이 생각났다. 바로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책이었다. 우리 가족의 경우 다른 가족에 비해 같이 있는 시간이 굉장히 많은 편이다. 그렇다보니 익
이번 가을 나는 짧게 서울에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에 대한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책을 만나게 해준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간 목적은 단순히 놀고 싶어서였다. 그렇다보니 여행을 가서 책을 사온다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여행 계획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예인 노홍철이 운영하는 ‘철든 책방’을 방문하고 나서 나의 생각은 바뀌게 되었다. 내가 갔던 ‘철든 책방’은 이태원 해방촌에 있는 가정집을 개조하여 재탄생하게 된 책방이었다. 책방 이름의 뜻은 [노 홍 철이 들어 있는 책방] 이었다. 뜻을 듣자마자 정말 ‘노홍철스럽다’고 생각했다. ‘철든책방’은 노홍철이 스케줄이 없는 날, 직접 가게를 볼 수 있는 날에만 오픈하여 운영한다. 마침 내가 여행간 타이밍과 딱 맞아떨어져
“이혼허라, 이혼해! 느영은 더 이상 못살켜!” 어렸을 적, 자주 듣던 엄마와 아빠의 대화이다. 엄마, 아빠는 둘다 알콜의존증이 심했다. 맨 처음 시집올 때만해도 술을 한잔도 입에 대지 못하던 엄마는 아빠가 술을 조금이라도 덜 먹게 하기위해 아빠가 방심하던 틈을 타 몰래 술을 입에 털어넣었다. 그렇게 엄마는 아빠를 따라 자기도 모르게 술에 중독이 되어갔다. 1년 중, 맨 정신으로 깨어있던 날이 일주일도 되지 않는 해가 반복되었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도 엄마,아빠는 변하지 않았다. 아빠의 폭력적인 행동과 말로 엄마는 자주 집을 나가곤 했다. 마지막으로 나갔던 엄마의 가출(?)은 5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끝날 수 있었다. 11살 차이나는 큰 언니와 9살 터울의 작은언니. 일찍이 집이라는
4학년이 되며 취업을 준비하다 보니 인문학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다. 인문학에 관해 무지하다 보니 어떤 책으로 시작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인터넷에 검색하다 보니 인문학 입문서로 이 책이 추천서에 있었고, 예전 TV프로그램 힐링캠프 강신주편을 보며 한번쯤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책 이여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은 마치 인간이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언제 어디에서나 이성적으로만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오늘 하루만 돌아봐도 비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감정에 따라 행동한 것이 셀 수 없도록 많다. 반면 이성적인 행동은 손에 꼽을 만하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인간은 가
우리 가족은 6년 전 차디찬 겨울 반으로 나뉘었다. 부모님 각자의 행복을 위해 나와 동생은 말릴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래도 너희가 부모님이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당시에도 1년이 흘러도 지금도 마음은 4명이 한 집에서 북적이며 지내던 때가 그립다. 이런 마음을 두 분께 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때문에 힘들어도 참아가며 지내던 시간을 우리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둘이 살기 시작한 지 6년의 세월이 흘렀다. 남자 둘이 청소며 빨래며 밥이며 모두 챙기며 살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었다. 빨래는 아빠가, 청소는 내가, 밥은 서로 포기하고 지냈다. 6년이란 시간 동안 밥솥과 가스레인지 위엔 먼지가 쌓이다 못해 때가 꼈다. 냉장고 안엔 음료수, 맥주, 귤과 같은
2015년 전 세계를 열광시킨 복싱 고수들의 대결이 있었다. 통산 47전 전승 무패 복싱 최강자 아웃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그리고 복싱 최초 8개 체급을 석권한 필리핀의 영웅 인파이터 매니 파퀴아오의 단판 승부. 현시대 복싱을 가장 잘한다는 두 선수의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온갖 화젯거리를 만들어 냈다. 타이슨과 홀리필더의 대결을 능가하는 경기, 창과 방패의 대결 암표 가격 등등.. 하지만 많은 이슈 속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대전료였다. 두 선수의 한 경기 파이트머니는 무려 2700억 원 이었는데, 12라운드로 계산할 경우 1라운드당 230억원, 초당 1억이 넘는 억 소리 나는 ‘쩐의 전쟁’이였다. 이처럼 고수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더불어
마음에 드는 시 한 편 외우고 다니던 소녀가 있다. 학창시절, 문학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는 나의 어머니. 시를 읽고 그 시절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마라톤 완주를 위해 달리던 남자가 있다. 학창시절, 마라톤으로 이름깨나 날렸다는 나의 아버지. 지금은 다른 길에서 인생의 땀방울을 흘린다. 처음 가족독서릴레이 책을 선정할 때 고민이 많았다. 가족이 쉽게 읽을 수 있고, 그것에 대해 한마디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책을 찾기가 힘들었다. 다양한 주제의 책을 놓고 생각하다 결국 정한 것은 시집이었다. 나는 시를 읽고 마음을 위로받은 일이 많다. 짧은 그 문장들 속에 시인이 숨겨놓은 감정을 들여다보면 내 슬픔은 저절로 괜찮아질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시가 가진 힘을 믿는다. 어머니,
유네스코 3관왕, 세계자연유산 제주. 아름다운 섬이니 관광객의 수도 많다. 일 년에 1300만 명이나 찾는다고 한다. 제주와 관련된 책의 수도 엄청나다. 우리나라 대표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약 9000여건의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이런 책들은 제주를 얼마나 잘 보여주고, 잘 설명해주고 있을까? 나는 블로그에 제주도에 대한 글을 쓰다가 우연히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는 제주 토박이인 김형훈 저자가 20여 년간 기자 생활을 하며 다닌 현장의 이야기이다. 단순한 여행서가 아닌 제주의 자연과 역사, 사람, 문화를 담았다. 더불어 제주가 처한 상황과 문제점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동질감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척박한 땅, 거친
처음에 가족독서릴레이를 과제로 받았을 때,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게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각자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있지 않고, 함께 식탁에 마주앉아 밥을 먹은 지도 오래됐다. 예전엔 그래도 버스 막차를 놓치면 부모님의 차를 함께 타고 집에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라도 나누곤 했었는데 집이 먼 탓에 또래에 비해 일찍 차를 가지고 다니게 되니, 그런 기회마저 사라졌다. 그런 우리 가족에게 독서 릴레이라니, 상상하기 힘든 게 무리도 아니었다. 나는 처음에 부모님과의 상의 없이 내 마음대로 라는 책을 골랐다. 어머니는 책을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나름의 독서 습관을 길들여주려고 대학교 1학년 즈음에 서점에 데려갔다. “그냥 읽고 싶은 책 아무거나 다
올 해 우리 집에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부모님에게는 손녀고, 나에게는 귀여운 조카가 생겼다. 이름은 정예나. 예나는 작은 오빠와 새언니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올 해 3월 세상에 나온 예나는 벌써 우리와 가족이 된 지 8개월이나 되었다(2016년 12월 기준). 평소 새언니와 친해지고 싶었던 나는 가족독서릴레이가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양육이 처음인 초보아빠, 초보엄마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고 싶었다. 그래서 예나가 자라는 과정을 더 함께하고픈 고모의 입장으로 책을 골랐다. 언니와 오빠도 당연히 좋아할 것 같았다. 하지만 사실 언니와 오빠에게 독서릴레이를 제안했을 때 첫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뜬금없이 가족독서릴레이라니, 작년에 가족이 된 언니
‘가족은 어렵다’ 가족을 생각하면 항상 떠올랐던 나의 생각이다. 한 지붕 아래 긴 세월을 함께 산 가족에 대해서는 과연 뭘 알고 있는지 모호하다. ‘가족’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 말하려면, 나는 할 말이 거의 없다. 내가 이상한 건가 싶어, 주변 사람들에게 ‘가족에 대해 알아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어려워하거나 뜸을 들인다. 이와 같은 반응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 개개인의 마음속에 ‘가족’이란 범위가 너무 크다 보니, 정의를 해 언어 표현을 하기 힘든 거다. 그래서 가족은 정말 어렵다. 처음 가족 독서 릴레이를 한다고 들었을 때, 곧바로 떠오른 책이 하나 있었다. 이란 책인데, 이 책을 알게 된 계기는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본 기억이 났다. 많은
"판이 불리하면 뒤집어라, 그 판에 억지로 적응하느니 판을 바꾸려고 노력하자는 것이다.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주어진 내 모습을 바꿀 수 없다면 내 생각을 바꾸자” 이 책의 저자 이제석이 한 말이다. 누구나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비슷한 조언을 들어본 것 같다. 이제석의 뻔하디 뻔한 말이 나를 울린 이유는 다르다. 그의 명성을 드높여준 광고들도 아니다. 지나간 시간을 보낸 방법이 나를 공감하고 수긍하게 하였다. 이 책의 이름은 ‘광고천재 이제석’이다. 자기개발서를 치가 떨리도록 싫어하는 나로선 서점에서 그냥 지나치기 충분한 제목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크지 않다. 이제석의 유명한 광고 중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라는 카피의 광
‘가족독서릴레이’라는 테마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도서관 사서로 근무 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우리 집은 나름 책과 친숙한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책을 고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당시 누나가 읽던 책 ‘소년이 온다’를 너무 강력하게 밀어붙여서 모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는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인 5.18을 소재로 하였다. 각기 다른 시각으로 참혹했던 당시를 묘사했다. 소설 같은 다큐 혹은 다큐 같은 소설이었다. 이야기는 점점 중학생이었던 소년의 죽음으로 귀결된다. 소년의 죽음이 왜 비극이었는지, 우리가 왜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는 결국 5.18이 왜 비극이었는지, 우리가 왜 5.18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우
영국 드라마 ‘셜록’에 빠져 시리즈별로 10번씩은 돌려보던 때가 있었다. 대사도 거의 다 외울 지경이었다. 추리소설은 어려워 싫다던 내가 셜록홈즈 전집을 사서 일주일 만에 다 읽었었다. 뭐에 꽂히면 끝장을 봐야하는 성격인지라 나는 22살이 되던 해, 셜록홈즈의 고장 영국으로 떠났다. 이런 나를 두고 동생이 말했다. ‘징한 언니야, 진짜’ 런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브라이튼에 간 날, 세븐시스터즈라는 7개의 절벽을 보게 되었다. 하얀 절벽이 물결 모양의 단면으로 잘려 있었다. 내가 생각하던 절벽이란 개념이 재정비 되던 시점이었다. 런던 사람들이 왜 우울한지 절감하던 순간이기도 했다. 걸핏 하면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흐린 도시의 나날. 내가 있는 1주일 내내 햇빛은 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거
어릴 때부터 바다는 항상 나의 모든 것이 되어왔다. 입고 있는 옷, 알록달록한 세발자전거, 엄마가 꼬박 차려주는 밥상. 내가 태어나던 날도 아빠는 바다에 있었다고 한다. 이 얘기를 할 때마다 엄마는 묘하게 언성이 높아진다. 산달이 임박한 자기를 홀로 내버려 둔 남편이 엄마는 꽤나 섭섭했나보다. 더군다나 첫째였으니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내가 5살쯤까지 살았던 통영은 나름 애틋한 곳이다. 아빠가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으면 엄마는 내 손을 잡고 항구까지 나갔다. 보이는 거라고는 등대의 빨간 빛과 주변에 사는 가정집의 희미한 불빛, 거리에 얼마 없는 가로등의 주황빛이었다. 아무 것도 보일 것 같지 않다가도 곧 어둠에 눈이 익숙해졌다. 발을 내딛으면 우수수 떼 지어 도망가는 바다의 바퀴벌레 강구들, 이따
“자유와 고립과 자아로 가득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그 대가로 쓸쓸함을 맛보아야만 하겠지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에 나오는 ‘선생’의 대사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와 같은 고민을 해 본 적 있는가? 나의 정체성에 대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물음 속에서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한 채 웅크리고 있던 적은? 현대를 사는 대가가 쓸쓸함이라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 걸까? (사계절. 2008)의 저자 강상중은 재일교포 2세 출신으로 현재 도쿄 대학교의 명예 교수이자 일본 사회 내에서 존경받는 지식인이다. 책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인생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다룬다. 특별히 근대를 살았던 두 인물,
요즘은 ‘독설’, ‘돌직구’, ‘팩트폭력’ 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될 정도로 솔직하고 당당한 화법이 대세이다. 겸손한 자세로 자신을 낮추는 것보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환영 받는다. 예전에는 자신을 뽐내고 자랑하는 것이 부정적으로 보였지만, 이제는 ‘자기PR'이라 불리며 큰 장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한경쟁 사회로 접어든 지금 시기에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감추다보면 살아남을 수 없다.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또 예의를 차리느라 상대의 문제를 숨기는 것 보단 솔직하게 지적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솔직함과 독설도 원칙이 있다. 말하는 자신의 능력을 사람들에게 증명해보일 수 있어야 한다. 능력 없이 독설만 내뱉는다면 말에 신뢰도 가지 않고 자신의 무능함을
가족 독서 릴레이를 시작하게 되면서 책 선정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첫 번째로 고른 책을 바로 선정하게 되었다. 선정도서는 바로 축구선수 박지성의 자서전인 ‘박지성 마이 스토리’이다. 물론 내가 이 책에 대해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면서 의미부여를 한 점이 선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말은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면서 의미부여를 했다고 했지만 내 설명을 듣고 부모님과 누나가 별말 없이 릴레이에 응해준 것을 보면 나름 객관적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의 1장에서는 은퇴를 결심하는 박지성의 모습, 2장에서는 유년시절의 박지성, 3장에서는 유럽리그로의 도전, 마지막 4장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400 페이지
나는 여름방학 때 두 달간 서울에 있는 방송국으로 현장실습을 하게 됐다. 역삼동에 반 지하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고, 걸어서 십 분이면 강남역 번화가가 있기 때문에 밥을 먹든 친구를 만나든, 여가 생활을 할 때 강남역으로 자주 가곤 했었다. 퇴근 후 서울에 사는 친구들을 만날 때 외에는 혼자 있기 때문에 적적한 시간이 많았다. TV를 보며 무료한 시간을 보낼 때도 있지만 그것도 지루해지기 시작할 쯤, 평소에는 찾지도 않던 책을 찾게 됐다. 책을 읽으려고도, 흥미도 없던 내가 서점을 찾아가다니, 신기한 광경이었다. 서점에 있는 새 책 냄새를 맡으며 훑어보는 정도는 좋아했지만 말이다. 서울에도 제주도처럼 지역도서관이 많은지 잘 알지 못하지만 굳이 찾아가보지 않아도 교보문고, Yes24 등 책을 접할 수
어린왕자를 처음 읽었던 것은 초등학생 때였다. ‘피자북’라는 도서대여 서비스를 엄마가 신청해놓은 상태여서 3~4권 가량의 책들이 매주 집 앞에 놓여있곤 했다. 안 읽고 돌려보내는 책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제목이나 표지가 마음에 드는 책들은 골라서 읽었었다. ‘어린왕자’도 그 중 하나였다. 표지에는 바람에 흩날리는 스카프를 목에 두른 금발소년이 혼자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왕자라고 하면 호화스러운 궁전에 살면서 수 십명의 시중을 받거나 위험에 처한 공주를 구하는 늠름한 모습을 떠올렸었다. 그러나 ‘어린왕자’인 듯한 표지 속 소년은 좀 달랐다. 공주를 구하기엔 너무 연약해보였고 왠지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왕자가 왜 혼자 저러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처음 책을 펼쳤다. 사실 이때 책 내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