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 인연이 되어 나중에 또 만날 사람들이 있을까?” 내가 사람 많은 장소를 지나칠 때 자주 하는 생각이다. 찰나의 순간에 우리는 또다른 인연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서로의 얘기를 한다. 때로는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무심코 들을 때가 있으며 가끔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진 문장이 가슴을 울릴 때도 있다.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라는 책은 그러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형식 책이다.
저자 송정림이 쓴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라는 에세이 책은 저자가 경험한 이야기에 더해 인터넷, 신문, TV 프로그램에서 접한 이야기 중 감동적인 이야기와 마음 따뜻하고 행복해지는 이야기들을 전한다. 저자는 부드러운 사랑,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 모두를 살리는 가장 선한 사랑이 무엇인지 책을 통해 깨닫게 해주며 자신에게 찾아온 인연 또한 소중히 여겨야 함을 강조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전하며 그 모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라고 표현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때론 조언을 얻는 것은 감사한 일이며 중요한 성장 과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밖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에 가슴이 울리기도 하지만, 가족의 한마디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크게 마음을 울린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항상 곁에 있는 가족. 그것이 진정한 좋은 사람이고 소중한 것을 알기에 울림의 깊이는 더욱 크다.
책 속의 내용 중, 일부를 가족에게 보여주며 읽고 한 줄 평을 남겨달라고 부탁했다. 해당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글쓴이는 TV 프로그램에서 어렵게 생활하며 피자 배달을 하는 청년을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청년의 꿈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좋은 냄새가 나는 가정을 갖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추운 겨울날, 피자를 전해 주려 손님의 현관문을 들어서면 집이 크든 작든 집마다 따뜻한 사랑의 냄새가 나는 집이 있다고 한다. 책 속에서 한 시인은 행복하게 사는 부부의 좁은 집은 볕이 잘 들지 않는 집이라도 사랑으로 인해 전혀 어둡지 않았고 넓은 대궐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면 아주 따뜻하고 편안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훌륭한 건축의 조건은 그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서로 이해하고 감싸 주는 사랑, 바로 그것이 집 안을 따뜻하고 편안한 향기로 채워준다고 말하며 일부의 내용이 끝난다.
해당 내용이 와닿았던 이유는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가 더 따뜻하고 행복했던 것이 따뜻한 사랑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평소 나는 가족들에게 한 달에 한 번은 무조건 가족과 저녁 식사 시간을 갖자고 고집한다. 부모님이 저녁 식당을 운영하기에 평소 가족과 저녁 식사를 자주 함께하는 것이 어렵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가게는 매주 일요일마다 쉬는데 그 일요일 저녁을 노려 가족과 함께 소통하고 일상을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고집한 가족 저녁 식사 시간에는 개인 일상 이야기부터 가족 관련 이야기, 요즘 이슈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며 저녁을 먹는다. 별게 아닌 것 같아도 그 속에서 내가 느끼는 따뜻함은 크고 화목하다는 기분을 느낀다. 서로를 마주보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먹는 저녁 식사는 따뜻한 사랑의 냄새가 느껴지는 시간이기에 소중하다고 느낀다.
한 줄 평
「엄마: 추운 올겨울도 행복한 냄새로 따스하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아빠: 우리 집도 편안하고 따뜻한 냄새가 나고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기쁨을 함께 나누며 감사가 넘치는 가정이면 좋겠다.
작은오빠: 피자 맛있겠다.
큰오빠: 따뜻한 냄새가 가득한 한 해 마무리가 되기를.」
가족 독서 릴레이를 진행하며 안 읽을 것만 같았던 오빠들까지 읽고 소감을 남겨준 것이 신기했다. 엄마와 아빠는 추운 올겨울에도 가족의 소통으로 행복한 냄새가 가득한 따스하게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작성하며 우리 가족의 행복을 소망했다. 작은오빠는 부끄러운 것인지, 피자 배달 내용만을 읽고 평을 남긴 것인지 피자가 맛있겠다는 뜬금없고 어이없는 한 줄을 남겼다. 무뚝뚝한 큰오빠는 의외로 따뜻한 냄새가 가득한 한 해 마무리가 되기를 희망하는 한 줄을 남겼다. 가족이 써준 한 줄 평은 별 내용이 아닌 것 같아도 왠지 모르게 울림을 줬다. 이것이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항상 곁에 있는 가족. 소중한 존재임을 알기에 울림의 깊이는 더욱 큰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가족’이 아닐까 싶다. 같이 앉아 밥을 먹고 대화하기도 하고, 싸우고 삐지고 미워하기도 하고, 그러다 화해하고 웃고 떠들 수 있는 사람들. 가족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난 나의 좋은 사람들이기에, 행복의 냄새를 주는 사람들이기에 참 소중하다. <2024/출판문화론/김예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