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부터는 곰 사육이 금지된다. 정부, 동물단체, 농가가 2022년에 마련된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이 법 제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결과로 정부 주도로 수입되어 열약한 환경에서 고통받던 사육곰 보호의 발판이 마련되었다. 실제로 2022년 12월, 곰 사육 종식 협약 이후 사육곰을 보호시설로 이송하는 최초 사례가 제주자연생태공원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법이 마련됐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이 아니다. 보호시설 부족, 남은 사육곰들의 처우 등 대책이 필요한 사안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 사육곰 4마리의 새로운 생활

제주자연생태공원에 있는 반달가슴곰의 모습
제주자연생태공원에 있는 반달가슴곰의 모습

제주자연생태공원의 김은미 소장은 사육곰이 이곳에 오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 들어온 4마리의 곰이 반달가슴곰입니다. 반달가슴곰은 국제 멸종위기종에 속합니다. 정부, 지자체, 농가, 동물단체가 협약해서 2026년부터 곰 사육을 못 하게끔 협약했습니다. 이를 준수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노력하고 있는데 첫 번째 사례가 바로 제주도에 온 반달가슴곰입니다. 저희 자연생태공원에 온 반달가슴곰은 용인의 개인 시설에서 관람용으로 키워지고 있다가 사육 포기를 하면서 작년 12월 15일 이쪽으로 오게 됐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번 곰 이송은 2025년까지 곰 사육을 종식하기로 지난해 1월 곰 사육 종식 협약 이후, 곰 사육을 종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육곰을 보호시설로 이송하는 첫 번째 사례이다. 지난 2019년 환경부 공모사업을 통해 제주지역에 반달가슴곰 보호시설이 준공돼 제주자연생태공원에 이들의 최종 입식이 결정된 것이다. 이곳은 1,540㎡의 규모로 각종 놀이를 할 수 있는 야외 방사장과 실내 사육장을 갖추고 있다.

“용인에서 있던 환경과 제주의 환경은 많이 다릅니다. 기존에 있던 시설보다는 내실이나 방사장 환경이 좋아졌고, 먹이 관련해서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모두 2013년에 태어나 4마리가 다 같이 지내던 개체들이라 적응은 어느 정도 된 거 같습니다. 다만 용인에 있던 곳은 바람이 없었기에 애들이 바람에 대한 반응을 심하게 합니다. 그래서 이제 여름에는 제주 태풍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확인하고, 계절마다 먹이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을에는 방사장을 뛰놀며 먹이양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두 계절을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김소장은 4마리가 제주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하며 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280마리의 사육곰, 지금도 고통받고 있어

우리 속에서 사육되는 곰의 모습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제공)
우리 속에서 사육되는 곰의 모습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제공)

1980년대 초, 한국의 산림청은 반달가슴곰을 식용으로 기르라고 장려했다.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서였다. 일본, 동남아에서 수입된 반달가슴곰은 곰의 쓸개인 웅담 채취를 목적으로 개인 농가에서 길러졌다. 뒤늦게 수입을 금지되고 사육곰 중성화 조치, 불법 증식 처벌 강화 등의 방편을 썼지만, 국제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의 웅담 채취를 위한 사적 이용, 열악한 사육환경과 학대 방치, 연례적 불법 증식과 곰 탈출 등 한국의 곰 사육은 40년간 국제사회의 비난과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 왔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동물단체는 구조, 캠페인 등 많은 활동을 펼쳐 왔다. 특히,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2018년부터 사육곰 산업의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최태규 대표는 사육곰이 처한 상황이 매우 열약하기에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열악합니다. 이윤을 위해 길러지는 모든 동물들이 최소한의 복지 수준을 제공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곰들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저질의 먹이가 제한적으로만 급여되는 것은 물론이고, 야생 반달가슴곰은 하루 종일 먹이를 찾아다니지만, 사육곰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늘 지루함에 시달립니다. 저희는 사육곰 산업을 끝내기 위해 2018년 활동을 시작했고요. 사육곰 산업의 문제에 대해 대중에게 알리는 캠페인을 주되게 하고 있고, 그 해결책의 일환으로 곰 생츄어리를 제안합니다.”

이와 같은 민관의 노력으로 2026년부터는 곰 사육이 금지된다. 지난해 12월 20일에 국회에서 사육곰의 소유·사육·도축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된 법에 따라 2026년도부터 누구도 사육곰을 소유, 사유, 증식시킬 수 없고, 사육곰과 그 부속물(웅담)을 양도 양수하거나 운반, 보관, 섭취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남은 사육곰 보호 시설을 직접 설치 운영하거나 공공기관 등에 이를 위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남은 사육곰을 보호할 수 있도록 사육곰 보호시설을 2025년 말까지 구례군, 서천군에 건립하며, 사육곰 보호시설에 곰을 이송하는 전 과정을 지원하며, 보호시설을 운영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이 마련됐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이 아니다. 현재 사육되고 있는 280마리의 곰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두 개의 사육곰 보호시설을 짓는 중입니다. 하나는 전남 구례군에 50마리 규모이고, 하나는 충남 서천에 70~80마리 규모입니다. 둘을 합해 120~130마리가 수용될 수 있는 규모인데, 정부에서는 농가로부터의 사육곰 매입을 시민단체에 떠넘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유재산을 국가가 구입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재정이 충분치 않아 이 곰들을 모두 살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현재 농장에 남은 사육곰이 2024년 3월을 기준으로 280마리라는 점입니다. 280마리 중 120~130마리가 국가보호시설로 간다면 절반 이상이 농장에 그대로 남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농가가 알아서 도살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있으나 이는 국가의 산업 종식 정책에 부적절한 대응입니다. 그래서 남은 곰들에 대해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 280마리 사육곰을 지키기 위한 대책은?

2026년까지 1년 6개월 정도 남은 시점, 280마리의 사육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사육곰 관련자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고요. 곰들이 보호시설로 안전하게 옮겨지는 모든 과정에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최태규 대표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며, 정부의 주도로 곰이 보호시설에 수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선의 대책도 현실을 반영해야 하고요. 지금 가능한 최선은 정부가 모든 곰을 매입해서 보호시설에 수용할 수 있는 만큼을 선별한 후, 남은 곰들의 일부를 민간 생츄어리에서 수용하고, 그래도 들어가지 못하는 곰들은 안락사하는 방식입니다. 지금은 정부가 남은 곰들을 방치하여 농가에서 도살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농가에서의 죽임 방식이 무척 잔인하기 때문에 정부가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자연생태공원의 김은미 소장은 법이 시행되기 이전 사육곰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의 조성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사육곰 종식하는 것은 동물 복지나 윤리 차원에서는 굉장히 환영받는 일입니다. 근데 2026년이라는 정해진 기간 내에 이거를 수행할 수 있는지 그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법제화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이미 협약은 성립이 되었고 실천하기 위해 무언가 행동이 이뤄져야 했는데 1년 반밖에 안남았습니다. 구례라던지 곰이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들어지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개인이 사육하는 곰이 한 290마리 정도 돼요. 이 곰을 전부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걸 수용하기 위해서는 법제화도 중요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던지 우선적인 조성이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겨서 좋은데 이와 더불어 곰들이 지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먼저 조성되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주자연생태공원의 강창완 원장은 모든 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차선의 대책을 내놓는다.

“지금 당장 답은 새로 정부에서 짓는 것이 한계가 있어서 그래서 농가한테 신청을 받는 겁니다. 현재 농가에게 교육 등의 시스템을 만들어 키우고 있는 계속해서 키울 수 있는 농가를 선정해 동물 윤리 포함 이제까지 했던 것을 나라에서 지원을 해주는 겁니다. 그게 가장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와서 몇 마리 더 넣었으면 하는데 4마리가 이미 여기서 적응을 해서 딴 개체가 오게 되면 해꼬지해서 안되니까 우리는 못받아줍니다. 현재 잘 키우고 있는 우수한 농가들을 몇 가구 선정해서 시설이 잘 안 갖춰져 있으면 보수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계속해서 기관이 관리를 하기 때문에 동물 복지도 교육만 시킨다면 오히려 다른 곳 보다는 몰라서 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사육곰 보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정부는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26년까지 1년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점, 사육곰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나영/2024 신문제작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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