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과연 정의로운가. 우리는 법에 의해 도덕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이기에 법을 지키는 것이다. 법이란 자율적 도덕이 제대로 행해지지 않을 때 실행되는 제재이다. 따라서 ‘법’은 사회 구성원들이 규정된 내용을 반드시 지키도록 함으로써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게 하기에 사회규범을 기초로 하여 제정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은 과연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일까, 혹은 정의라는 단어에 포장된 권력의 도구일까. 법은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 속에서는 진실보다는 형식과 해석에 더 치우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회규범과 법 사이의 경계선, 2021년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로스쿨』은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라는 질문을 세상에 던지며 법과 정의 사이의 간극을 파고든다. 우리는 법을 통해 진실과 존엄과 정의를 배운다. 한국 최고의 로스쿨에서 서병주 교수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이를 중심으로 진실을 파헤치고, 진범을 찾기 위한 학생들과 교수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들과 반전, 학생 개인마다의 사건 및 사고 등이 다루어지며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물이자 법을 다루는 법정물이다. 법을 배우는 학생들과 그들을 가르치는 교수들, 그 외에도 다양하게 얽혀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끊임없이 정의의 의미를 되묻는다.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 라는 물음으로 시작된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궁금했다. 나는 법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드라마의 결말이 내 생각과 부합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서병주로부터 시작된 질문, 그리고 서병주를 통해 도달하고자 했던 ‘법’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가? 서병주 교수의 죽음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적 장치이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의문들은 첫 문단의 화두였던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라는 물음에 대한 단서로 작용한다. 이를 통해 법을 다루고 공부하는 로스쿨 생들이 법 공부에 대한 ‘본질’을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사건의 시작인 서병주의 죽음은 단순히 드라마 시작에 앞서 충격과 공포를 보여주기 위한 구조적 장치가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인물들의 각 서서와 법아래 윤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따라서 서병주는 이 작품 전체가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의 도화선이며, 법을 정의롭게 만들기 위해서 법을 배우는 이들의 성장을 돕는 핵심 장치이다.

『로스쿨』은 작품 내 캐릭터 하나하나의 사연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각자가 가진 사연과 아픔들이 드라마의 메인사건과 잘 연결되는 특징을 지니며 인물들이 법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중 메인 주인공인 강솔A는 학창시절 소년원 경험으로 법이 단순히 약자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체감한 인물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계인 법에게 사과를 받고자 치열한 공부 끝에 로스쿨에 들어섰다. 반면 또 다른 주인공인 한준휘는 사시 2차를 패스한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계층이다. 자신의 롤 모델이자 아버지와도 같은 삼촌이 부정청탁을 받고 법을 농락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어 사시 3차 면접을 포기하고 로스쿨 진학을 선택한다. 두 캐릭터는 겉보기엔 정반대의 배경을 지녔지만, 법 앞에 선 인간의 내면적 질문과 성장이라는 주제를 함께 드러내는 인물이다. 둘은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잘 이루어지지 않는 정의와 법의 양면성을 이야기 하는 거울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강솔A는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 실은 불공정하다.’라는 점에서, 한준휘가 ‘기득권의 부패’라는 시선 속에서 법과 정의에 대한 두 갈래의 고민을 시청자에게 던져주고 있다. 

두 학생을 포함한 ‘로스쿨즈’는 진정한 법조인을 키우고자 하는 교수 양종훈의 제자들이다. 일명 양크라테스로 불리는 양종훈은 공과 사는 철저하게 구분하며 그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모가 자칫 진지해질 수 있는 법정물의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법과 관련한 드라마인 만큼 극중 재판 장면이 다수 등장하게 되는데, 양종훈 역의 김명민 배우는 형법 수업 장면을 긴 호흡의 대사로 자연스럽게 연기를 이어가며, 캐릭터가 가진 이미지와 카리스마를 극대화했다. 완전한 양종훈으로 탈바꿈한 배우의 연기력은 캐릭터의 설득력을 높이고, 드라마를 완성하는 키포인트로 작용하였다.

『로스쿨』은 사건을 교수와 학생들이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전개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극중에서는 사건의 피해자가 직접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사건을 분석하고, 스스로 변호하는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한다. 로스쿨 학생 ‘전예슬’은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 고형수 의원의 아들인 남자친구 고영창에게 지속적인 성폭행과 협박, 사생활 침해 및 몰래카메라 등 데이트폭력을 당한 끝에 고영창과 몸싸움 도중 중상해를 입히게 된다. 하지만 가해자의 배경으로 인해 그녀가 가장 평등해야 할 법 앞에서 보호받지 못하게 만들고, 이는 가해자의 배경이자 권력 때문에 피해자가 스스로를 변호해야 했던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보여준다. 교수 양종훈은 전예슬이 스스로 ‘틀’을 깨부수고 나올 수 있도록 재판장을 모의재판 수업의 형태로 바꿔 그녀가 자신을 변호할 수 있도록 돕는다. 피해자 전예슬은 제3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분석하고, 풀이하여 스스로를 변호함으로써 논리적 근거를 들어 ‘정당방위’를 주장한다. 이 장면은 절차적 정의만 강조하고 분배적 정의를 외면하는 사회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절차적 평등만을 강조할 때 정의는 후퇴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다.

『로스쿨』이 다른 수사 장르의 드라마, 법정 드라마와 달리 강렬한 핵심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그 연기력을 뒷받침해주는 연출방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법을 가르치는 수업 장면에서 카메라 컷은 최소화하고, 원 테이크 연출을 통해 배우의 호흡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며 드라마의 몰입도를 향상시켰다. 단순히 배우의 대사 암기력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라 배우가 완전히 그 장면과 하나가 되어 보여준 호소력 짙은 전달력은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더욱 선명히 한다.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법’이라는 소재에 한 배우가 온전히 끌고 가는 촬영방식은 시청자와 드라마가 하나 되어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

최종화에서 교수 ‘양종훈’은 이렇게 말한다. “법은 불완전한 정의다. 하지만 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순간, 그 법은 완전한 정의여야 한다.” 가장 로스쿨다운 엔딩이라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법을 만드는 주체 또한 인간이 행하는 것이고, 인간은 가장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법이 불완전하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법’이 추구해야 할 정의의 가치를 강조하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법의 불완전성을 인지하고, 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공정한 법의 심판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 앞에서 법은 완전한 정의여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로스쿨』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드라마가 전개되며 등장하는 수많은 사건들과 불합리성 앞에서 그것들을 심판하는 건 ‘법’이기 때문에, 정의롭지 않은 법을 정의롭게 하는 것 또한 법아며, 그 법을 구현하는 주체는 바로 ‘인간’이다. “법은 불완전하지만 인간은 법을 정의롭게 만들 수 있다.” 이 드라마가 계속해서 던진 질문 속, 내가 찾은 해답이다. 우리는 법의 보호 아래 어떤 태도로 법을 마주하고 있는가? 로스쿨이 남긴 질문은 단순히 드라마 속에서만 상주하지 않는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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