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언론은 ‘유일한 정보원’이라는 믿음 위에 존재했다. 그 시절에는 정보 유통이 뉴스, 라디오, TV와 같은 언론사를 통해서만 이뤄지면서 이들이 일종의 게이트키퍼로서의 역할을 했다. 즉, 그 정보를 선별하고, 그 무게를 재며 전달자의 책임을 다한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 책임의 무게는 한없이 가벼워졌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오며, 정보는 우리가 모두 소비할 수 없을 만큼 넘쳐났다. 그리고 조회 수와 구독자 수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언론의 숙명 때문인지 언론사들 또한 이에 휘말리며 ‘확인된 사실’보다 ‘먼저 알려진 사실’에 치우치기 시작했다. 이 속에서 가짜뉴스가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가짜뉴스는 단순한 정보 오류가 아닌 ‘사실을 가장한 왜곡’으로, 의도적으로 조작된 메시지이다. 문제는 이런 왜곡된 내용이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빠르게 퍼진다는 것이다. 익명 취재원을 남용한다거나 출처를 생략한 인용으로 신뢰를 잃고,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태도는 뉴스의 본질을 훼손시키는 행동이다. 더 나아가 ‘누가 먼저 보도했는가’에 집착하는 보도 경쟁은 언론 보도에 ‘추측’이 개입하는 구조를 만들며 결국 언론 전반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드는 것이다. 익명성은 취재원 보호라는 언론 자유의 핵심이지만, 그것이 과도할 경우 사실 확인을 불가능하게 해 기자 개인의 도덕적 판단 하나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허위정보가 유통될 수 있는 위험이 언제든 도사리고 있게 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매우 치명적이다.
이런 가짜뉴스는 언론사 내부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문제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한 유명 연예인이 마약 투약 의혹에 휘말렸을 당시, 사실 확인이 이뤄지기도 전에 오보가 퍼져나갔고, 비난 여론은 순식간에 쏟아졌다. 수사 결과 무혐의로 밝혀졌지만, 이미 그 사람의 평판은 심각하게 손상된 이후였다. 이 사건은 단순한 실수로 묻어둘 수 없는 문제였다. 개인의 명예가 무너지고, 사회 전체의 신뢰가 손상되는 과정은 우리에게 가짜뉴스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주며 나아가 사회적 신뢰 기반마저 무너뜨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특히 잘못된 정보가 공론장 전체로 퍼질 때, 우리는 더 이상 사실에 기초한 토론이나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기반마저 잃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간 제도적이나 기술적 대응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허위 조작정보 유통에 대한 사실 확인 의무가 강화되었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는 반복 보도 매체에 대한 제재 규정이 도입되었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과 정치적 악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실제 적용은 제한적이었다. 플랫폼 기업들 역시 가짜뉴스 유통을 막기 위한 알고리즘 기반 허위정보 필터링과 이용자 신고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복잡한 절차나 악용될 우려 때문에 그 효과는 여전히 미비했다. 결국 본질적인 해법은 제도나 기술이 아니라, 정보를 다루는 사람의 윤리의식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기자 개인이 진실을 다루는 데 있어서 얼마나 그 책임을 자각하고 진실성 있게 행동하는가. 그것이 가짜뉴스를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이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누가 책임지는가?’. 누구나 정보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지금,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위인지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더욱 절실하다.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은 더 이상 언론인들만의 과제가 아니다. 언론인은 단지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공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게이트키퍼가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기에 기자라는 직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수준의 자기 검열과 윤리의식을 요구받는다. 신뢰는 말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언론이 다시금 공적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빠른 보도보다 ‘정확한 보도’를, 자극적인 제목보다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이 다시 진실의 자리에 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