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의 시대’, 허위의 정보들이 사실인 듯 포장된 채 널리 퍼져나가며 그 피해가 막중해진 현 사회를 이르는 말이다. 4월 1일, 웃음 주던 ‘만우절 기사’의 존재감은 찾기가 어려워졌고 이는 ‘가짜뉴스의 시대’ 여파라는 것. 해당 기사에 따르면, ‘만우절 기사가 줄어든 것은 전반적으로 뉴스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진 시대상에 따른 것으로, 이러한 시대에 저널리즘 신뢰도를 갖고 장난치는 것은 해로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가짜뉴스의 확산으로 언론 신뢰도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그만큼 언론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언론에게는 진실을 전달하고 사회의 공론을 잘 이끌어내야 할 역할이 있다. 현 사회는 그 역할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가짜뉴스가 만연해지고 있다. 가짜뉴스에 여러 요인들이 존재하나 주요 원인으로서 언론의 역할 부재가 강조되어야 한다.
2023년 8월 보도된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이 벌어진 당일, 다수의 언론으로부터 “[속보] 1명 사망”이라는 오보가 속출하였다. 당시 부상자 14명 중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을 뿐 사망자는 없었음에도, 사실 검증도 하지 않고서 속보 받아쓰기를 한 것이다. 해당 언론사들은 아무 설명 없이 기사를 수정 또는 삭제했고, 단 한 곳만이 정정보도문을 덧붙였다. 한국 언론의 역할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언론은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 제공을 바탕으로 사회적 여론 형성의 역할을 이행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최근 언론은 속도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 ‘속보주의’에 매몰되어 정확성과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언론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실 검증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보도에 나서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가짜뉴스가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진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더해서 언론은 공론화의 주체로서 역할을 회피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일부 언론사는 가짜뉴스에 대해 ‘다른 출처에서 보도된 내용’이라 언급하며 자신의 보도에 대한 책임을 덜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정보의 진위를 검증하고 해석하는 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본연의 의무를 망각한 태도라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가짜뉴스 확산의 초기 단계에서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경고성 보도와 함께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야 했음에도 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즉, 가짜뉴스 경계에 대한 공론화를 저해했다.
일각에서는 가짜뉴스의 주된 책임을 개인 미디어나 SNS 이용자에게 돌리기도 한다. 물론 자극적인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이용자들의 행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 신뢰를 잃어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대중은 언론의 영향력을 간과하지 않으며, 언론의 보도가 허위 정보에 힘을 실어줄 때 그 파급력은 배가 된다. 따라서 언론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가짜뉴스의 시대에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공론장을 유지할 수 없다. 언론의 역할 회복이 단순한 직무 복귀를 넘어 사회적 책임과 직결된 과제임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언론은 단순한 정보 전달자를 넘어, 사회적 가치와 윤리를 수호하는 중요한 기둥으로서의 역할을 재확인해야 한다. 이를 저버린다면 언론은 결국 공공의 신뢰를 잃고, 사회는 진실을 향한 길을 잃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