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간 부모님과 책을 주제로 대화해 본 경험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님도 나도 책과 그다지 친하지 않기에, 어쩌면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책 같은 건 볼 여유가 없다는 속 편한 핑계를 대며 책에게 우리의 시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가족독서릴레이’라는 주제의 과제를 받고 부모님도 나와 함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안 그래도 바쁘게 일하시는 부모님께 짐을 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하는 마음으로 부모님께 내가 좋아하는 책인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책을 읽어주십사 건네드렸다.
다행스럽게도 194페이지의 그리 부담스러운 내용의 책이 아니라 부모님께서도 오랜만에 책장을 넘겨보신다며 흔쾌히 읽어주셨고 나도 정말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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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분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기분이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하기 싫으면 하기 싫은 대로, 그저 내가 내키는 대로.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24년 인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처음 내가 제멋대로에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 하는 ‘공주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살아가며 한 번도 내가 성격파탄자라고 생각한 적 없었으나, 아니 오히려 나같이 성격 좋은 애가 어딨냐고 종종 말하고 다녔으나 어른이 되고, 연애를 하고, 소꿉친구가 아닌 사회에서 친구들을 만나며 알게 되었다. 나는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기분파’라는 것을.
“어리석은 사람은 기분을 드러내고, 현명한 사람은 기분을 감춘다,”
저자는 말한다. 세상에 기분이 나쁘지 않아본 사람은 없다고. 그러나 현명한 사람들은 기분을 감추는 법을 안다고. 내게 가장 와닿았던 문장이다. 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어리석은 ‘나’인가.. 주위의 그런 친구가 있다. 여자들의 가벼운 수다에 그다지 동조하지도, 그다지 반박하지도 않는, 그저 살짝 웃어넘기고 마는. 예전에는 참 인생 재미없게 산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세상 살아가는 법을 일찍부터 배운 현명한 친구라는 것을 안다.
“내 기분은 내 책임이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셨던 문장이다.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들어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밖에서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엄마에게 괜히 툴툴대는 나에게 딱 걸맞은 문장이라며 콕 짚어주셨다. 그뿐만 아니라 이 모든 책 내용은 너에게 꼭 필요하다며 두 번, 세 번 읽으라고 강조하셨다. 그저 책의 내용이 너무나 좋아서라고 믿고 싶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아마 ‘공감’일 것이다. 누구든 인생을 살아가며 기분에 따라 행동하고 후회해 본 경험이 있을 테니까. 그런 면에서 우리 가족들도 이 책에 참 많은 공감을 했다.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는 후기는 “예주 너한테 진짜 필요한 책이다.”였지만..
안다. 그렇지만 고치기 어렵다. ‘아마 많은 이들이 그렇기에 이런 책이 나왔겠지’, ‘나만 어려운 건 아닐 거야’라고 나를 위로하며 이 세상 모든 기분파들을 응원한다.<2024출판문화론/정예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