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독서 릴레이 책을 찾아 떠나는 여정
처음 가족 독서 릴레이에 대해서 전달받았을 때 들었던 감정은 막막함이었다. 집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나와 아빠뿐이었고, 그마저도 아빠는 어려운 교양서 위주로 읽으셨기에 함께 즐길 수 있을 책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독서량과 읽는 분야가 다른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책을 골라야 한다는 고민이 나를 뒤덮었다. 혼자서 서점과 도서관도 열심히 다녔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 고민은 본가인 인천을 갔을 때까지 이어졌다.
본가에서도 한참 동안 고민하는 모습을 보신 엄마께서는 함께 서점을 갈 것을 제안하셨다. 그리고 책 선정을 위해 동네 서점과 영풍문고로 여정을 떠났다. 엄마께서는 소설을 선호하셨고, 「데미안」, 「작별하지 않는다」, 「아몬드」, 「어린왕자」를 추천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던 중 책장에 꽂힌 「유진과 유진」이 엄마의 눈에 들어왔고, 엄마께서는 내 이름이 제목으로 들어간 이 책이 궁금하다고 하셨다. 이에 자연스럽게 「유진과 유진」은 우리 가족 독서 릴레이 책이 되었다. 책 제목과 마주한 나는 엄마와 함께 「유진과 유진」을 읽는 ‘유진’이라며 웃기도 했다.
책을 쓴 이금이 작가는 어린이청소년 작가로 1980년대 단편동화 「영구랑 흑구랑」으로 셔벗문학상에 당선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작가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책을 쓰고 있으며, 「유진과 유진」은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이다. 이 작품은 처음 출간한 2004년부터 개정판이 나온 2020년, 그리고 현재까지도 '레전드 스테디셀러'라고 불리고 있다.
내용은 이와 같다. 중학교 2학년 첫날, 이름과 성이 같은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이 만나면서 시작된다. 둘은 과거 유치원 시절 같은 사건을 겪게 되지만 부모들의 대처에 따라서 다르게 자란다. 큰 유진은 기억하고 있지만, 작은 유진은 기억을 잃은 채 살아가다 큰 유진과 지내며 점차 기억을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두 유진은 서로를 '또 다른 나'로 받아들이며,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함께 성장해 나간다.
이처럼 사춘기 시절의 두 유진이를 중심으로 다룬 이야기인데, 흔하디 흔한 이름을 싫어하는 모습부터 이전에 있었던 상처를 마주하지 못했던 모습까지 나와 비슷하다고 느낀 부분이 꽤 있었다. 똑같은 이름, 비슷한 모습이 있어서인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자꾸 마음에 남았고, 궁금한 점들이 생겼다. 이 부분들에 대해서는 모두가 책을 완독하고 나서 얘기를 나누기로 하고 책을 엄마와 아빠(오빠는 해외 출장 및 야근으로 인해 만날 수 없어 읽을 수 없었다.)께 넘겼다. 아빠까지 완독을 마치고 나서 우리 가족의 대화장이 열렸다.
‘유진’에 담긴 애정
어린 시절 나는 흔하디 흔한 내 이름을 싫어했다. 학교, 놀이터, 학원 외에도 어디를 가든 ‘유진’이라는 이름은 나를 제외하고도 최소 1명씩은 존재했다. 하다못해 어릴 때 자주 봤던 파워레인저 매직포스’ 남자 캐릭터 이름, 디즈니 영화 ‘라푼젤’ 남자 주인공 이름도 ‘유진’이었다. 크면서는 점차 이 상황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예쁜 이름에 대한 갈증이 남아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왜 ‘유진’이라는 흔한 이름으로 지었는지 알고 싶었고, 무작정 여쭸다. 단순히 ‘당시 인기가 많아서’라고 예상했던 내 생각과는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부모님께서는 이름을 잘 지어주고 싶어 작명소에 다녀오셨다고 하셨다. 여러 이름이 있었고, ‘侑璡’이라는 이름이 가장 좋은 뜻이었다고 말씀하셨다. ‘나라의 보석이 되어라’라는 의미로, 더 좋은 이름을 위해 한자 공부를 열심히 하셨다는 일화를 통해 부모님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흔해서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던 내 이름이 꼭 애정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듯했다.
나(‘유진’)의 사춘기에게
과제를 작성할 즈음에 내 사춘기 시절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나의 사춘기는 아빠께서 우즈베키스탄으로 몇 년 동안의 장기 출장 떠났을 때 왔었다. 5살 차이가 나던 오빠는 사춘기가 오면서 예민해지고, 엄마와 사이가 안 좋아졌다. 이 상황에 나도 자연스럽게 사춘기가 왔다. 사춘기 시절을 생각하면 나는 비교적 조용히 사춘기를 넘겼다. 아니, 사실은 엄마 혼자 사춘기 남매를 감당하는 게 힘들어 보여 참기만 했다. 일이 생기더라 덮어두고 모르는 척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는 이에 대해 잘 모르고 계셨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내 오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부모님께 나의 사춘기 시절을 물었을 때 ‘좀 새침하기는 했지만 마음 여리고 따뜻했지.’, ‘아빠가 해외에 있어서 엄마가 힘들까 봐, 남을 배려한다고나 할까.’, ‘외국 나가 있어 말로 힘내라고밖에 할 수 없어서 미안했어.’, ‘잘 지내줘서 대견스럽고 고마웠어.’라고 대답해 주셨다. 외에도 오갔던 대화를 통해 덮어만 두고 꺼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사춘기 시절의 상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제는 나의 사춘기에게 괜찮다고 말을 건넬 수 있을 것 같다.
나('유진')와 마주했던 시간
가족 독서 릴레이를 하기 전까지는 하나의 책을 가지고 가족끼리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각자의 관심 분야도 다르고, 같은 책을 읽는 경우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가족들과 「유진과 유진」을 읽었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깨우칠 수 있었다.
먼저, 흔하다고만 느꼈던 내 이름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가족들과 함께 대화를 나눔으로써 나의 사춘기 시절의 상처와 마주할 수 있었다. 함께 공유하는 기억을 통해 과거를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 남기신 감상평처럼 ‘상처에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과 어떠한 시절이든 마냥 아픔만이 있는 것이 아닌 ‘희노애락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꺠달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지난 시간 동안 미워했던 나의 이름도, 덮어놓기만 했던 사춘기 시절도 마주하고 포용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나의 이름도 사춘기 시절도 모두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2024 출판문화론 / 조유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