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저자 한강, 문학동네, 2021.09
작별하지 않는다 저자 한강, 문학동네, 2021.09

Ⅰ. 다시금 새로운 충격 속으로

 10대 시절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그 작품은 진한 아픔을 담고 있었고 당시 나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읽어보지 못한 내용과 글의 흐름이 신선했다. 다시 한강 작가의 이름을 마주했을 때 얼른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강 작가가 쓴 작별의 이야기는 과연 어떨까 궁금해졌다. ‘작별하지 않는다’엔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는 작가의 말이 담겨있다. 독특한 말의 의도를 알고 싶었다.

Ⅱ. 책 속으로

 등장인물인 경하는 인선의 집을 가고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을 보게 된다. 그 죽음이 경하에겐 어떤 의미였을까. 의식과 무의식을 번갈아가며 4.3을 쫓던 경하에게 죽음은 4.3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한다. 나에게도 책 속의 이야기가 과거의 한 장면을 진하게 떠올리게 했다.

 책을 읽기 전, 이미 이 책에서 말하는 일이 4.3, 양민학살임을 알고 있었다. 알고 보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일을 찾아가는 제3자가 전하는 그날의 이야기는 새로웠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우리에게 4.3을 묻는다면, 그래도 다른 지역의 사람보다 잘 대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대답은 단순하게 일 그 자체만 아는 것뿐임을 깨달았다. 일에 깊게 들어갈수록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듯, 이야기가 추가될 때마다 가슴으로 다가오는 말들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책을 읽고 4.3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단순히 그날의 일을 과거의 한 장면으로 넘겨버리지는 않았는지 창피함이 몰려왔다. 우리가 지난 일을 더 기억하고 겉으로 보이는 것에 끝나지 않으며 계속 상기시킴이, 곧 과거를 잊지 않고 현재를 지키는 길이다. 4.3이란 예전에는 정부 측에서 먼저 입을 열지 않았던, 관계자가 아니면 알기 힘들었던 일이다. 이젠 그날 일이 세상에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이전에 ‘빗창’이라는 작품을 본 적이 있다. 만화로 그려진 4.3 이야기이다. 이 책은 해녀의 시선에서 4.3을 담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은 왜 이제 말을 하기 시작했는가. 지난날의 조심스러움을 걷어내고 이젠 우리가 현재를 바르게 보기 위해 과거를 찾아가는 것이다. 말 그대로 마주하기 시작했다. 

Ⅲ. 책과 함께

 한강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특유의 글 흐름에 나도 모르게 숨을 참게 된다. 차분하면서 무겁게 다가오는 말들이 읽는 동안 나를 축축하게, 깊게 글에 스며들게 한다. 현실인지 꿈인지, 살아있는 건지 죽은 건지, 확실하지 않은 문장 속에서 나도 함께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글을 읽으며 그려지는 그림들이 꼭 꿈속에서 만난 현실처럼 보였다. 꿈은 꼭 나에게 일어난 실제 일 같은 느낌을 준다. 한강 작가의 글은 이런 느낌을 극대화해주었다.

 책의 제목인 ‘작별하지 않는다’는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았다. 사전에 따르면 작별은 지을 작(作)에, 나눌 별(別)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을 뜻한다. 책에서는 프로젝트의 이름이었지만 한강 작가는 결국 책을 통해 우리가 잊지 말

 우린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우린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우린 아픔을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가 말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던, 이제야 차츰 입을 열 수 있는 4월 3일, 그 순간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은 일이 지금은 없으리라 보장할 수 없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분명 일어날 수 있다. 작가는 과거와 작별하지 않았다. 글 속의 경하와 인선이도 작별하지 않았다. 세상도 작별하지 않았다. 나도 이젠 작별하지 않는다. 마주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며 맞이해야 할 우리의 이야기다.  <신금주/ 2022 저널리즘문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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