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가 뜨고

작년 2021년의 새로운 해가 뜬 날, 나한테는 신년의 환희와 기대감이 아닌 두려움이 밀려들어 왔다. 성인이 된 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앞이 보이지 않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만 갔다. 나는 내 어릴 적 용기와 추억은 희미하게 느껴지고, 이젠 더 이상 기억할 수 없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풀리지 않는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2021125, 풀리지 않는 질문에 답을 한 인생 영화를 만나게 된다.

영화 '소울'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소울'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그날은 한라산은 눈구름에 갇혔고 코로나 평균 확진자가 1,000명을 넘길 때였다. 나는 겁도 없이 영화를 보러 노형 cgv로 향했다평일 오후여서 그런지 극장 내부에 사람은 두세 명밖에 없었다. 마치 나 혼자 극장을 통째로 빌린듯한 기분이 들었다. 극장에 입장하고 광고가 몇 개 흘러간 후, 영화 소울이 시작됐다.

 

소울

소울은 픽사 스튜디오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재즈와 피아노를 사랑하는 주인공 가 있었다. 전설적인 재즈 밴드에 피아니스트로 합격됐지만, 맨홀사고를 당하고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계로 오게 된다. 그 곳에서 태어나기 싫은 영혼 ‘22’를 만나게 되고, ‘22’의 삶의 불꽃을 찾게 하기 위해 이야기가 시작된다. ‘의 많은 노력에 불구하고 ‘22’가 삶의 불꽃이 생기지 않았다. 포기하려던 찰나에 ‘22’의 몸을 빌려 지구에 내려오게 되고

 

, 고통밖에 없는 줄 알았던 세상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고, 삶의 불꽃을 찾게 된다.

'소울'은 다른 영화들과 달랐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재즈 피아노 음악이 나와 저절로 리듬을 타게 만든다. 나는 깨달았다. "재즈가 이렇게 신난 음악이구나". 재즈는 어린아이와 같다. 어린아이의 자유로움을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은 재즈 외에 있을까?

△소울 OST  'Epiphany' (조가 깨달음을 얻을 때)

의 몸을 빌린 ‘22’가 뉴욕 시내를 활보하는데 그 모습은 마치 순수한 어린아이였다. ‘22’는 바람에 몸을 맡겼고, 그저 하늘을 바라보고, 철봉을 두드리면서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었다. ‘22’가 스스로 재징(jazzing)하다고 표현했는데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22’는 재징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불꽃을 터득했다. 나는 그것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는 불꽃은 살아갈 절대적인 목적으로 받아드렸고 나또한 비슷한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불꽃은 살아갈 목적이 아닌 살아갈 준비가 되면 생기는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무엇을 이룰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 이미 태어난 것이 우리의 성공이다. ‘도 그 사실을 깨닫고 는 자유롭게 피아노를 치면서 지난날들을 회상한다. 사운드트랙 ‘Epiphany’가 흘러나오고, 영화는 엔딩으로 갔다. 영화를 보고 큰 위로를 얻은 그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집에 돌아오고 처럼 내 인생을 돌아보았다. 옛날 사진을 뒤져보기도 하고, 컴퓨터에 있는 파일과 메일을 찾기도 했다. 젖병 물던 유아기부터 교수님께 덜덜 떨면서 메일을 보낸 날. 공포, 분노, 슬픔에 젖던 모든 순간이 애틋한 날들이었다. 추억은 특별한 날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었다. 살아가는 모든 날이 기억되고 추억이 된다. 영화를 본 순간도,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나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은 그 자체로도 성공이다.  <김태욱/저널리즘 문장론>

△소울 OST  'It's All Right' (소울의 엔딩곡)

저작권자 © 제주대언론홍보학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