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 아라동에서 살고 있지만, 나의 고향은 산방산이 보이는 안덕면 사계리다. 집에서 바다까지의 거리는 20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나만 아는 지름길로 간다면 3분 만에 갈 수 있다. 나는 그곳에서 자랐다. 어릴 적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엄마와 함께 그곳에 가서 문어와 해초를 잡았다. 내 친한 친구는 운전면허에 떨어지면 바다에 입수하겠다며 호기롭게 시험을 보러 갔으나떨어지고 한겨울 그 바다에 뛰어들었다. 물론 유명한 해수욕장만큼 물이 깨끗하지도 않고, 모래사장이 예쁘지도 않다. 하지만 나에겐 그곳이 집만큼 가장 평화롭다.

 가끔 사계에 내려가면, 몇 년 전부터 우리 가족이 된 강아지와 함께 꼭 그곳으로 산책하러 간다. 이제 우리 강아지도 산책하러 나가면 알아서 그곳으로 걸어간다. 몇 달 전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그 바다에 데려갔다. 그 사람도 아름답다며 내게 얘기했고, 그 바다에 매력에 빠지게 됐다. 나에게 사계 바다는 추억이다. 추억이 가득한 공간에서 나는 평화롭다.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것은 기댈 곳이 있다는 말과도 같다. 가끔 힘든 시간이 찾아오면 나는 항상 집밥을 먹고 그곳에 가는 상상을 한다. 매일 갈 수는 없어 아쉽지만, 다르게 생각해본다면 그러기 때문에 그곳이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싶다.

 원래 인적이 없는 바닷가였으나, 사계에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그 바다에도 관광객이 보이기 시작했다. 원래는 인적이 드문 바다였기 때문이다. 내 자리를 뺏긴 것만 같아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그곳에서의 추억만큼은 잊을 수 없다. 바다는 몇 년이 지나도 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있다고 한들, 바다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이것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고, 평화를 준다.

 

 
사계바다에서 찍은 강아지 '짱이'
사계바다에서 찍은 강아지 '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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