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빵, 따뜻한 마음, 따뜻한 사람들

2024-12-25     김성훈

따뜻한 빵

독서 릴레이를 해야한다는 것을 들은 이후에 한 달 정도는 무슨 책으로 할까 고민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다른 강의 과제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남해의 봄날에 대해 조사하고 책 한 권과 함께 간단하게 소개하는 시간을 갖게 됐고 그 때 이 책을 찾아 소개했다. 그리고 독서 릴레이의 책으로 이 책을 읽어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선정했다.

저자 김태훈,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남해의 봄날)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이라는 책은 대전의 유명 빵집인 성심당의 역사와 경영 철학, 그 속에 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교훈을 준다거나 옳고 그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거나 그런 무겁고 깊은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는 책이 아니다.

그저 힘들었던 시대, 하루하루가 역경이던 시대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해쳐나가고 다음으로는 주변에 힘든 사람들의 현재를 응원하고, 나중에는 자신이 터를 잡은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성심당이라는 한 빵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따뜻한 마음

이번 가족 독서 릴레이는 나를 포함해 부모님, 막내까지 4명이 읽을 계획이다. 책 선정이 좀 늦어서 우선 내가 서둘러 읽었다. 책을 읽고 내가 느낀 한 줄 감상평은 ‘따뜻한 빵, 따뜻한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다. 따뜻한 빵을 따뜻한 마음을 담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그런 따뜻한 사람이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주변에 따뜻한 사람들이 그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두 번째 주자는 제일 오래 걸릴 것 같은 막내로 지목했다. 옆에서 방긋 웃고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빨리 읽자? ^^”라고 압박을 주긴 했지만 이제 자기는 실질적 고3이라면서 스터디카페 간다고 집에 12시 넘어 들어오는 동생이라 큰 기대는 안 하고 여차하면 여건이 어려운 아버지는 명단에서 패스하고 3명만 읽는 걸로 해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다.

근데 막내가 생각보다 빨리 읽고 책을 돌려줬다. 혹시나 안 읽고 넘긴 것은 아닐까 싶어서 책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있는지 물어봤는데 중간 쯤에 있던 튀김소보로 탄생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에 오빠 친구 만나러 대전 갈 일 있으면 튀김소보로 사줘.”라고 했다. 사실 대전에 학교 다니던 친구는 졸업한 지 좀 지났는데 책은 읽었지만 확실히 나한테 관심은 별로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다음 주자로 넘어갔다.

막내를 지나서 빠르게 다음 주자인 엄마한테 책을 넘겨 드렸다. 엄마한테 책을 넘겨 드린 이후에는 다른 과제들이 겹쳐 잠깐 독서 릴레이를 잊고 있었는데 며칠 지나서 엄마가 책을 다 읽었다며 돌려주셨다. 그리고 엄마는 제일 인상 깊었던 구절로 206 페이지에 있는 글 중 ‘성심당은 대전의 빵집을 고집했다. 성심당 덕분에 사람들이 대전에 찾아오고, 그렇게 대전 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이 대전 시민에게 진 빚을 갚는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빵집, 대전의 자부심으로 남고 싶었다.’라는 구절을 뽑아주셨다. 성심당이라는 빵집과 대전이라는 도시의 깊은 유대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하셨다. 엄마의 소감을 듣고 내가 읽고 느낀 소감과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과 함께 다음 주자로 넘어갔다.

마지막 주자는 아버지였다. 앞에서 막내와 엄마가 생각보다 빠르게 읽고 넘겨줘서 아버지께 드릴 때는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읽으셔도 괜찮다고 말씀을 드렸다. 아버지께 넘겨 드리고 열흘 정도 지났을 무렵 책이 돌아왔다. 아버지한테도 소감을 여쭤봤고 아버지는 에필로그에 있던 ‘우리의 삶을 돌아 보면 내게 빵집은 놀이터와도 같은 공간이었다.’라는 구절이 인상 깊으셨다면서 “자신이 놀이터와 같다고 느끼는 곳에서 평생을 일할 수 있는 것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고 하셨다. 20대 초에 엄마를 만나 결혼해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하셨던 아버지가 그런 말을 하신 것에 복잡한 기분이었다.


따뜻한 사람들

11월 초 책을 구하고 정말 급하게 시작한 가족 독서 릴레이가 12월로 넘어가기 직전에 4명이 모두 읽는 것도 성공하고 잘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어린 시절 꽤나 책과 가까웠던 학생이었다. 많은 집이 그렇듯 거실 한켠에는 천장에 닿을 듯한 높은 책장이 우뚝 서있고 한편에는 엄마가 읽던 에세이와 잡지, 아버지가 챙겨뒀던 수많은 사진 앨범들, 나와 동생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이 마련했던 어린 시절의 동화책부터 가지각색 도서들까지. 밖에서 뛰어놀기를 지독하게 좋아하면서도 그와 함께 책도 즐겨 읽던 시절이었다.

중학교 입학 이후 이제는 중학생이니 공부를 해야 한다는 그럴듯한 핑계로 그 즈음 생긴 휴대전화로 게임에 관심이 쏠렸던 것 같다. 그 시기부터 점점 책은 나의 생활에서 멀어졌다. 그러다 이번 독서 릴레이를 통해서 가족이 함께 한 권의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활동을 하면서 시간이 오래 지나 잊고 있던 책을 찾고 읽는 의미 있는 경험을 오랜만에 할 수 있었다.

이번 독서 릴레이를 하면서 과거 책을 마음껏 읽고 지냈던 나를 기억하면서 지금의 내 나이에 불과한 시기에 아들을 키우면서 책 한 권이라도 더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책을 한아름 사주셨던 그 마음, 어린 나이에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만은 않았을 시기에 나를 위해 포기했을 여러 순간들이 있었음을 20여 년이 지난 현재 조금씩 이해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시간이 지나 아빠가 되면 나의 부모님처럼 어린 시절의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겨주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24출판문화론 / 김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