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팔리고 있는 향수들을 모두 맡아 보아도 내 취향을 자극할 마땅한 향을 찾을 수 없을 때, 그 향을 직접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나만의 향은 다시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이의 코끝에 아른거려 찾고 싶게 만들지도 모른다.

이렇게 개개인의 취향으로 만들어지고 그 취향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있다. 독특한 구성과 다양한 장르로 채워진 독립출판서점이 바로 그 공간이다. 7-8년 전부터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 이곳이 왜 지금에야 눈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운 물음표는 독립출판을 알아가는 의미 있는 느낌표로 마무리될 것이다.

독립출판의 공간에서는 자신들만의 책을 만들기 위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그들의 방식이 있다. 작가가 직접 기획하고 편집하여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인쇄소에 찾아가서 원고를 건네어 찍어내면 그 완성작이 독립출판물이다. 종이에 담긴 이야기가 책으로 내기에 너무 사적이거나 볼품없을지라도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소중한 기록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출판물은 읽는 우리들로 하여금 적히지 않은 과정의 기록들까지 더 선명하게 기억될 수 있게 한다.

기존의 평범한 책들은 세상에 나와 판매되기 위해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이라는 출생신고를 하게 된다. 갓 구워진 책이 고유번호를 받으면 판매되기 위해 책이 어떻게 분류되고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쉽게 검색하여 알 수 있게 한다. 독립출판물은 이러한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출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특별히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대중 서점에서 존재를 알리지 못할 뿐이다. 이 단점 같은 장점은 독립출판서점이 대중 서점에서는 찾지 못한 내 취향 가득 담긴 책과의 매력적인 숨바꼭질이 시작되는 장소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독립출판에 있는 이들의 깃발은 나만의 취향이 담겼을지라도 나와 같은 누군가가 그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지점에 꽂혀있다. 독립출판서점은 대부분 서점 주인의 취향이 책장을 채워나간다. 그러므로 서점마다 분위기가 뚜렷하고 이사 오는 출판물의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독립출판서점마다 각기 다른 특유의 분위기는 안내판 없이도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모여들게 한다.

독립출판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닌 책으로 마음을 공유하는 문화공간을 만들어 낸다. 독립출판이 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축제가 있다. 2009년을 시작으로 독립출판사인 '유어 마인드'가 매년 주최하는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이다. 독립출판업자들과 독자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장을 열어 소수문화의 목소리가 문화적 소통의 문을 넓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게 한다.

독립출판서점이 문화공간으로 떠오르면서 전국적으로는 물론 제주에도 위치해 있다. 제주라는 지역적 특색은 제주인들에게 예쁜 동네 책방으로, 관광객들에게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관광지로 만들어준다. 독립출판업계에서 제주라는 밑거름이 이 안에서 피어날 문화에 어떤 영향들을 주고 있을까. 우리는 제주에서 독립출판문화를 키워가는 이들을 만나보았다. 이들이 제주에 일으킨 새로운 문화 바람이 머무는 곳 ‘제주의 독립출판서점’으로 들어가는 말을 시작해보려 한다. <2015 신문제작실습/ 김소연>

 

- 독립출판물, 소수의 취향을 탐하다  목차 -

[1] 일상 속 위로의 공간, 라이킷 - 김은별 기자

[2] 라바북스, 여행을 권하는 책방 - 고유림 기자

[3] 독립출판물, 소심한 책방에 색을 입히다. - 김대일 기자

[4] 그림책이 좋으니까 만든 그림책 갤러리 제라진 - 조현아 기자

[5] 홀씨, 그녀로부터 퍼져나가는 생각 - 강서윤 기자

[6] 그를 통해 만나는 13월 1일 - 김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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