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밖에서 본 라이킷

북적이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많은 이들이 찾아오지 않는 칠성통 어느 골목. 그 끄트머리에 조그마한 백열등으로 찾는 이 없는 골목을 밝혀주는 책방이 있다. 흔하게 널린 서점보다 아늑한 책방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라이킷’은 작년 10월, 흔히 널린 책이 아닌 개성 있는 책을 같이 읽으려는 바람으로 생기게 됐다.

주인장의 그런 소박한 바람을 느껴보려 책방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서점이라는 틀을 깨고 공방과도 같은 분위기를 내뿜으며 제주도니까 어울리는 모습으로 필자를 반겨줬다. 조심스레 책방 안으로 들어가니 사고 싶은 책이 아닌 소장하고 싶은 책, 감성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책, 살아 숨 쉬는 투박한 책들이 나에게 재잘대기 시작했다.

책방에 들어가기 전부터 ‘빵 안 팔아요’라는 문구가 먼저 반겨준다. 언뜻 보면 마치 공작소와도 같은 느낌의 분위기로 빽빽한 책꽂이 대신 간단한 진열대가 자리 잡고 있다. 자그마한 공간에 투박한 나무 책장. 그리고 아무런 무늬 없는 흰 벽에 붙어있는 각종 포스터와 아기자기한 사진들. 입구에 달린 백열등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던 그녀의 책방에서 필자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양장본이나 거창한 표지보다 제목부터 우리에게 더 와 닿는 책, 글은 하나도 없이 사진으로 말하는 책, 만화와 같은 그림과 이야기 하듯 써내려간 책도 있다. 책 마다 그녀의 간단한 소개와 책을 구경 할 수 있게 의자까지 마련해준그녀의 세심한 배려까지 곳곳에 마련 돼 있다. 어두워져가는 골목이 그녀의 손길을 통해 밝은 빛을 내는 책방이 된 것이다.

▲ 독립출판물이 가득한 라이킷 책방

내가 만난 소박한 바람의 주인공은 그저 책이 좋아서, 제주가 좋아서 온 ‘안주희’씨다.

“제주가 풍기는 분위기와 풍경에 반해 무작정 날아왔지만 여기는 제가 좋아하는 책들이 숨 쉴 만한 공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책들이 숨 쉴 수 있는 그리고 우리 모두가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녀는 처음 제주에 왔을 때 소박한 빛으로 제주를 밝히는 곳이 없어 너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그리고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을 받는 곳을 자신이 사랑한 제주에 만들어야지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 바람을 이루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서울 큰 신문사에서 편집자를 하던 그녀가 제주도에 내려오게 된 결심은 단지 제주가 좋아서 책이 좋은 것으로 충분했다. 나무로 된 투박한 책장에 띄엄띄엄 꽂혀있는 책들 사이에 앉아 필자는 그녀의 바람의 시작과 그 바람이 나아갈 곳을 바라볼 수 있었다.

돈을 목적으로 시작한건 아니기에 마음을 비우고 책방을 열었다고 한다. 서점을 하면서 구석 한편에 카페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책을 파는 데에만 집중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책을 사랑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는 카페가 아닌 책방을 열고 싶었어요. 카페를 하다보면 수익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책을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다보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 상황에 충분히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수익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큰 만족감을 간직하며 책방을 머물렀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니 힘들어도 힘이 난다는 그녀. 독립출판이라는 책을 선택하고 판매하는 것이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일이 없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야 하나 둘씩 독립출판서점이 생겨가고 있지만 제주에는 아직 낯선 존재이다. 책방에 둘 책의 정보를 미리 알아내기가 힘들고 직접 주문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직접 발로 뛰는 경우가 많다.

“독립 출판물 전시를 했을 때 직접 갈 수는 없으니 책자를 받아 꼼꼼히 보며 책들의 종류를 알게 되고, 거기서 나만의 책 , 나의 취향을 담을 수 있는 책을 선택했어요. 책을 선택하는 데에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책들을 가져오려고 해요.”

그녀의 선반에는 어른들도 읽을 수 있는 동화책부터 제주의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집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자리하고 있다. 곳곳에는 포스터들과 인테리어소품들도 있고 책방 구석에는 자그마한 전시회도 마련 돼 있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그녀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제주를 널리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진짜 제주’라는 책을 제작했다. 독립출판물은 아니지만 출판사의 연락으로 마침 제주를 소개할 수 있는 책을 출판 할 수 있게 됐다.

“제주도가 관광지로 많이 유명해져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나는 그런 화려한 제주가 아닌 나만이 알고 싶은 곳, 제주만의 향취와 따뜻함에 대해 소개하고 싶었어요. 제가 제주만의 분위기에 반해 무작정 오게 됐는데 이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것이 제 나름대로의 소명이지 않았나 싶어서요.”

그녀는 큰 서점이 없는 동네에서 자라 대학에 들어가서야 책을 제대로 처음 만났다. 그때부터 책을 좋아해 책 만드는 일을 배웠고, 시간이 흘러 지금은 책을 파는 책방의 주인이 되었으며, 이제는 직접 책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다부진 바람을 말하는 그녀. 더 이상은 그녀만의 것이 아닌 작은 책방 너머로 어느덧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메마른 땅을 적셔 생명을 주는 단비와 같이 그녀의 책방은 우리에게 또 다른 단비가 아닐까’라는 필자는 조심스레 생각을 해본다.

즐거운 상상 공작소 라이킷, 책을 읽으면서 시작 되는 상상의 나라를 원하는 대로 마음껏 펼칠 수 있다. 칠성통 골목 끝자락, 화려하진 않지만 자신만의 빛을 밝히는 아름다운 책방.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낯설지만 익숙한 것, 익숙하지만 낯선 것으로 채워진 지나칠 수 없는 작지만 따뜻한 책방. 마치 마법에 걸린 듯이 발길이 그 곳을 향하게 된다. <2015 신문제작실습 / 김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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