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동쪽에 자리 잡은 구좌, 자연 그대로가 담긴 구좌의 향이 풍기고 있다. 그 향을 맡은 바쁜 현대인들은 잠시나마 순수한 어린아이가 되어 구좌를 찾는다. 그곳엔 낮은 돌담, 넓디넓은 바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사람들의 잔잔한 대화소리들이 이루어내는 향연의 향기가 감돈다. 구좌의 다채로운 오름과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바다, 고즈넉한 시골의 향은 오는 사람들마다 여기서 꼭 살아보고 싶다며 감탄사처럼 뱉어내게 만든다. 나는 구좌만의 향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그 향을 간직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구좌에서 오랫동안 거주하고 가장 가까이서 구좌를 보살핀 양두환 구좌읍장에게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읍사무소에 들어선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오렌지주스를 나눠주며 마주 앉은 그에게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읍장으로서 근무를 한지는 3개월이 되었지만 구좌읍 사무소에서는 6년을 일해 왔다고 한다. 그에게서 구좌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우리는 구좌의 향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구좌읍장과 주민복지담당분의 모습이다.

구좌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기본적으로 구좌는 농촌지역입니다. 우리는 당근이 주 소득 장본으로 전국 소비량의 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당근 말고도 콩과 감자도 있어요. 그리고 살펴보면 사람들이 동쪽 지역 사람들은 ‘세다’, ‘드세다’, ‘독하다’, ‘요망 지다’라고 많이들 말해요. 이게 다 자연환경적이에요. 옛날 우리 농경지역은 작고 생활하려면 독해야 했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런 지역일수록 인재 육성에도 노력을 하는 편이라서 국회의원, 도지사가 된 사람들도 많아요. 부모님들이 독했기 때문에 그런 점에 관심을 많이 가진 탓이죠.

당신이 생각하는 구좌란 무엇인가요.

저에겐 구좌란 전통문화의 고장이에요. 우리는 유일하게 옛 명칭을 아직도 이어 사용하고 있어요. 지역이기주의일 수도 있겠지만 과거 선조들도 옛것을 지키려고 많이 노력을 했어요. 과거에는 제주목을 중심으로 하여 왼쪽은 좌면, 오른쪽은 우면이라고 불렸는데 신좌면, 구좌면으로 바뀌었어요, 거기서 다시 신좌면은 조천읍으로 명칭을 새로 바꿨지만 구좌면은 구좌읍으로 명칭을 유지했어요. 이런 걸 보면 지역주민들은 옛것을 지키기 위해 많이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있죠.

업무를 보고 있는 구좌읍장의 모습

구좌는 아직 발전이 되지 않고 시골적인 분위기가 많이 남아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찾아오는 이주민들이 증가했을 텐데 언제부터 증가한 건지 알 수 있을까요.

구좌가 다른 지역보다 발전되지 않은 것과 이주민들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죠. 언제부터 증가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고 제주도 전체적인 관광객들의 증가 추세에 따라 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과거에는 만장굴과 비자림 중심으로 관광지가 발전해왔고 현재는 해안도로와 오름을 중심으로 발전해가고 있어서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구좌에 이주민들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구좌의 분위기는 어떠한 가요.

일단은 정착민들이 늘어나면서 차량 증가에 따른 주차 확보와 해안도로, 오름에 늘어난 쓰레기 문제 등등으로 인해 사무소의 인력이 증가하고 있고 정착민들이 구좌로 오면서 신축 혹은 빈집의 개축(리모델링)이 늘어나면서 건축 허가가 증가하고 있어요. 2013년에는 215개, 2014년에는 221개, 2015년 현재는 236개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면서 구좌에 건축 관련 종사자들도 많이 이주를 하기도 하죠. 그리고 해안 변을 중심으로 한 인위적인 개발이 갑작스럽게 되다 보니까 지역 주민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친 것 같아요. 이주민들은 도시에서 살다가 농촌지역으로 넘어온 분들이 많기 때문에 소통의 문제가 있어요.

개발이 되고 있다고 해도 아직은 제주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구좌가 ‘개발이 되지 않았다’, ‘보존되었다’라고 볼 수 있어서 우리는 지역주민을 위한 개발 형태를 벗어난 환경적인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관내 사람들은 지역주민들이 어떻게 기존의 철학과 환경을 유지하면서 관광객들을 맞이할 것인가 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농협 하나로마트의 소득이 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 층들이 이주해 오면서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초등학교 폐지 같은 문제가 해결되고 있고 공동주택을 마련해서 공동주택에 입주를 할 때 초등학생이 있는 가구에게 혜택을 줌으로써 학교 살리기와 같은 입장도 있어요. 내가 볼 때는 정착민들이 시골 분위기에 흡수하면서 먼저 다가와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거주민들과 이주민들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나요.

월정리 같은 경우에는 이장님께서 나름대로 거주민들과 이주민들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해안 변을 함께 청소하는 부분을 진행하고 있다 고해요. 그리고 문화 활동 부분에서는 동아리, 단체를 통해서 지역에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동아리에는 민속 고전회, 무용단 나빌레아, 구좌 합창단, 구좌 어린이 합창단 등이 있는데 올해 탐라 문화제에서는 민속 고전회가 최우수상을 받았어요. 단체로는 대표적으로 프리마켓 벨롱장, 세화장 그리고 1300K라고 있고 그 외에는 이주민들이 모여 이루어진 카페나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장들은 그들끼리 모여 음악회 등 자발적으로 만드는 활동도 많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좌 읍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구좌가 바꿔야 할 문제는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3대 시책이라고 표현하는 친절, 질서, 청결이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기본 요소가 있어요. 가로환경을 정비하는 모습이라던가 주차공간을 확보해서 주차질서를 갖추는 것이라던가 그런 부분을 구좌지역뿐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요즘 교통사고가 많이 나는데 도민들의 운전 질서를 바로잡아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또한 해안 변, 오름 등 관광객들이 몰리는 관광지 중심으로 청소하는 부분들은 관내 일손들이 해야 할 부분에 가장 큰 역할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나눌수록 구좌에 대한 그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구좌는‘이 아닌 ’우리는‘으로 문장을 시작하는 그에게서 구좌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구좌에 있는 동안 구좌만의 알 수 없는 매력이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우리를 끌어안았다. 그 매력은 지루하게 느껴지던 제주에 대해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다듬어지지 않은 땅, 색다른 공간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이색적인 공간, 바다를 닮은 주민들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이주민들로 구좌를 짧게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구좌의 향과 매력에 젖은 우리들에게 구좌는 씻을 수 없는 여운을 남겨주었다. 그 여운은 우리들에게 그리움과 아쉬움으로 남았다. 우리들이 다시 구좌를 찾았을 때 낯선 곳이 아닌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고 마치 나의 집인 양 편안하게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2015 신문제작실습 / 문예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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