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고 불리는 제주에는 세 가지 말고도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신이다. 1만 8000신의 고향 제주는 과거부터 전해지는 신화와 설화가 많아 ‘신화·전설의 섬’이라고 불린다. 제주도를 만들어낸 창조의 여신 설문대 할망 이야기와 탐라국 개국신화인 삼성신화, 그 밖에도 어디를 가든 이야기가 없는 곳이 없다. 하늘이 열리고 대별왕과 소별왕이 혼란한 세상의 질서를 잡았다는 개벽신화는 순수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제주만의 특별한 이야기다.

볼거리만큼이나 수많은 제주의 이야기들은 할머니에게서 엄마로, 엄마에게서 딸에게로 구전되며 어린 상상의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현재 신화의 섬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사람들은 그 신들의 이야기를 잘 알지 못한다. 잠들기 전 베개 맡에서 들었던 그 이야기들은, 시각적이고 자극적인 방송이라는 매스미디어의 힘에 밀려 지루한 옛날이야기가 됐다.

이에 제주도는 신화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콘텐츠의 부재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신화와 전설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들려지지 않는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제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제주의 이야기를 친근하게 보여줘 멀어져가는 관심을 다시 붙잡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제주의 이야기를 손 안에 담다.

▲제주넷 이동윤 이사와의 인터뷰

"제주의 신화·전설 같은 경우에는 기존에 책도 많이 나와 있지만, (요즘에는) 어플리케이션을 많이 쓰니까 한번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했어요.”

제주넷 이동윤 이사는 제주의 신화·전설을 중심으로 관광정보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 ‘이야기 속 제주’를 개발했다. 2013년 지역특화 육성산업의 결과물인 '이야기 속 제주’는 신화·전설을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카툰, 텍스트로 보여준다. 실제로 이씨는 “애니메이션이나 카툰을 통해서 좀 더 친근하게 그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였어요.” 라고 말했다.

▲어플리케이션 '이야기 속 제주'

"제주도가 신화의 섬이라고 어필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데 막상 그런 정보를 제공 해주는 게 없어요.”

어릴 때부터 제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달리 관광객들은 제주의 신화와 전설을 접하기 힘들다. 관광지에 방문하더라도 그 곳에 담긴 이야기는 모르고 그저 유명한 장소로 기억한다.

"제주도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육지 사람들은 기존에 어떤 게 있는지 모르니까 그걸 제공해주자.”

'이야기 속 제주’는 이런 점을 포인트로 관광과 이야기를 접목시켰다. 관광지에서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해 AR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받아볼 수 있다. 설정한 반경 내에 있는 관광지의 정보도 추가적으로 제공한다.

 

▲어플리케이션의 AR기능 실행모습

관덕정에 방문해 어플리케이션을 실행 해봤다. 반경을 1Km로 설정하면 관덕정과 함께 반경 내에 있는 용두암과 용연다리의 위치정보를 알 수 있다.

정보 표시를 누르면 이야기를 알려주는 화면으로 넘어가 관덕정에 전해져 오는 건축의 유래를 알 수 있다.


이렇게 관광지와 이야기를 접목시켜 제주를 방문한 사람들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신화 속 장소로 제주를 추억하게 된다.

‘이야기 속 제주’는 장소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를 가져온 만큼 관광지의 사진을 첨부한 콘텐츠를 보여준다. 콘텐츠는 텍스트, 카툰, 애니메이션이 있다. 그 중 애니메이션은 영상으로 보여주는 만큼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부족한 내용은 텍스트를 통해 채우며 이야기를 보완하고 있다.

‘이야기 속 제주’는 현재 블로그와 함께 운영되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가는 중이다. 신문사 ‘제주의 소리’에서도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도록 일주일에 한 번씩 영상을 업로드 한다. 제주의 이야기들을 제주도,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도 알리기 위해 미디어와 제휴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씨는 내년부터는 콘텐츠를 활용해 카툰북을 제작해 교육에 접근할 예정이라 밝혔다.


전해지지만 더해지지 않는 이야기, 제주 신화

제주 이야기들만의 특별함에 대해 물어봤다. “재미요소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게 구전이 되는 거니까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들어도 될 것 같은데 저희가 문헌 조사한 걸로 봤을 때는 그런 게 좀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더해지고 사라지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게 구전의 매력이지만 제주의 신화들은 그런 구전 문학이 가진 매력적인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재미요소에 재미를 추가해서 각색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그 분야의 연구자들이 화를 내기도 하고, 지역 사람들이 각색한 이야기를 좋지 않게 생각하기도 해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신화나 전설은 지역의 과거 역사나 생활을 조금이나마 반영한다. 이를 각색하는 과정에서 그 부분을 왜곡하게 될까 제약을 받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제주의 이야기들은 구전되지만 상상이 더해지지 않는 정체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사람들은 매스 미디어와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할머니에게 듣는 옛날이야기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이야기, 사랑이야기를 듣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계속 이야기를 전해주고 이런 것들이 상상을 더할 수 있고 물려지는 구전이나 신화 전설의 매력이잖아요. 그러면서 더 재밌게 꾸며지고 발전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렇게 해야 신화나 전설이 살아있는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것들을 이제 찾아보지 않으니까 전해지지도 않고 알리도 없는 거죠. 그런 것들이 조금 안타깝죠.”

이씨는 나직하게 얘기하며 찾아보지 않는 신화와 전설을 알리는 일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관심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이씨처럼 관심을 가지고 알리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제주의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전해질 것이다. <2015 신문제작실습 / 강수정>

 

"제주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제주, 본 모습 자체로 가치 있다.

"있는 그대로가 좋다.”

이동윤씨는 나이가 들어가며 이 말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제주에 외지사람들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워지면서 ‘있는 그대로’의 제주를 잃어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제주도가 유명해지고 사람들이 자주 찾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개발되고요. 자연은 보호되지만 관광지는 개발되잖아요.” 그 개발이 제주만의 매력, 제주만의 가치를 훼손시킬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주민의 등장으로 변화하는 제주. 이 변화가 여행자들의 원하는 감성을 자극하지 못한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었다.

“왜 성산일출봉까지 가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셔요?”

다소 어이가 없다는 듯한 말투였다. 제주에 와서 육지에서 먹을 수 있는 것, 육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여행객들.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제주도가 육지화 되어 제주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게 안타깝다고 이씨는 말했다. 제주스러움이 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있는 그대로가 제주의 가치라는 그의 생각을 대화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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