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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어있던 제주옹기에 새 숨을 불어넣다[제주수비대, 위기의 제주를 지켜라] (2) 제주숨옹기 카페 ‘담화헌’ 강승철 작가를 만나다.
조은송 | 승인 2015.12.14 15:40

옛 제주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제주옹기. 제주옹기는 제주인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제주도의 자연환경에 맞춰 옹기는 그에 적응하는 형태를 이뤘으며, 한때는 가장 경건한 제사상의 향로에서부터 연적, 벼루, 등의 학습 용구나, 어부들이 사용하는 그물의 추나 문어 잡이통, 또한 제주 여성의 고유 역할인 물 긷는 일의 동반자로서의 역할까지 다양하게 제주인의 생활 속에 자리매김했다.

시간이 흘러 가볍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그릇이 등장하고 주거문화가 바뀜에 따라 제주옹기는 제주인과 점점 멀어졌다. 그로 인해 옹기를 만드는 제주인과 작업장들도 많이 사라졌다. 1970년대 초 완전히 맥이 끊겼던 제주옹기는 1990년대 옹기를 지키려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다시 숨을 쉬게 되었다. 제주가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지만 단지 구경거리 일뿐, 제주옹기를 직접 만들려고 나서는 사람은 거의 없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주옹기를 꿋꿋이 지켜나가는 사람이 있다.

740번 버스에 몸을 싣고 1100도로를 거쳐 도착한 주르레 마을. 제주의 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내듯 ‘주르레-’ 옛 느낌이 물씬 나는 이곳에서 제주옹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아주 특별한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주숨옹기 ‘담화헌’의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이다.

가게로 들어서는 골목길 어귀 첫 발걸음부터 장작 때는 냄새가 고소하게 풍겼다. 온통 밭과 나무들 그 사이에 난 좁은 골목길을 쭉 들어가다 보면 ‘담화헌 그릇 가게& 카페’라는 깔끔한 글씨의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안내판을 따라 골목에서 골목으로 다시 들어가면 장작 때는 냄새가 발걸음마다 더욱 깊어진다. 그리고 다양한 크기의 붉은색 빛깔 항아리들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반겨준다. 이곳은 제주숨옹기 카페 ‘담화헌’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숲 속 한가운데에 있어 찾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은 예상과는 달리 카페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볐다. 카페는 넓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좁지도 않은 아담한 크기였다. 어두운 듯하면서 은은하게 가게 안을 비춰주는 조명이 카페를 더욱 고즈넉하게 만들었다. 조명 아래 가득히 나열되어 있지만 사이마다 여유가 묻어나는 붉은 빛을 띠고 있는 그릇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붉은 빛깔의 그릇들 사이에서 홀로 검은 빛을 띠고 있는 찻잔들이었다.

▲강승철 작가가 3년 연구 끝에 만들어낸 검은빛의 제주옹기의 모습이다.

“검은빛을 띠고 있는 것들은 조금 다르게 만들어진 그릇입니다” 검은색의 잔을 바라보며 궁금해하는 내게 ‘담화헌’의 작가 강승철 씨가 답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옹기와는 달리 검은색을 띠고 있는 옹기는 강승철 씨가 약 3년에 걸친 연구 끝에 만들어낸 귀한 보물이다.

“제주옹기가 많은 관심을 받고 성장하려면 우리는 계속 연구하고 만들어야 해요. 전통 방식으로 만들되, 요즘 사람들이 추구하는 옹기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죠. 그래서 요즘의 디자인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고 있어요. 요즘 사람들은 고급스러운 것을 많이 찾더라고요. 저와 저의 아내 정미선 작가가 같이 열었던 전시회에서도 그러한 것들을 자주 보여주려 애를 썼습니다. 이 검은빛이 도는 옹기도 저의 그런 노력에 빛을 발했던 결과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제주옹기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강조하는 강승철 작가의 눈빛에서 제주옹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드러났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멋을 내는 제주옹기의 자태에 계속 매료되고 있던 나를 데리고 강승철 작가는 카페 맞은편 창고로 향했다. 그와 그의 아내 정미선 작가, 그리고 일본에서 온 아유미씨의 작업실이었다.

“지금 저희는 저와 아내 정미선 작가, 그리고 일본에서 온 아유미씨가 같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유미씨는 일본에서 미약(판화) 전공을 했었어요. 우리나라 사람과 결혼해서 한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그 후, 도자기를 배우러 왔다가 우리와 뜻이 맞아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네요.”

그는 아유미씨의 칭찬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은 무조건 칼같이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 옹기를 만들 때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유미씨가 왜 힘들게 제주옹기를 선택해서 하겠어요? 그만큼 제주옹기는 가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가치가 없으면 저희와 계속 함께하지 못했겠죠.”

 

▲'담화헌' 에 전시된 제주옹기의 모습이다.

“제주옹기는 잿물을 입히지 않는 부분 때문에 분명히 희소성이 있어 매력 있는 항아리죠.” 제주옹기는 다른 지역의 항아리와 가장 큰 차이점은 유약(잿물)을 사용하지 않고 구워내어 통기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그리고 제주옹기에 사용되는 흙도 통기성이 좋은 제주의 화산회토만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강승철 작가는 이런 제주옹기의 가치가 요즘엔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옹기는 사실 말하면 ‘위기’가 맞아요. ‘위기’라는 게 사람들의 관심은 전보다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지금 저희도 사람이 부족해서 힘이 드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제주옹기는 앞으로의 가능성이 큰 제주의 것입니다. 그걸 알기에 저희는 더 좋은 빛깔과 멋스러움을 가진 옹기가 탄생하기까지 온종일 빚고 가마 앞에서 불을 때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보통 9시에 출근을 하면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완성될 때까지 계속 빚는 거죠.”
 
강승철 작가와 제주옹기와의 인연은 처음부터 깊었다. 강 작가는 대학교 때부터 옹기에 관심이 있었다. 관심만 가지고 있다가 12년 전 여러 작업을 하면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던 때에 한 회장님이 찾아와 매장을 낼 생각 없느냐고 물으시며 ‘매장을 차려주는 대신 수수료를 받을 것이고, 옹기 제품이어야 한다’ 는 조건을 거셨다. 그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회장님의 제안을 수락했고, 그때부터 제주옹기에 대해서 자세히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장사는 잘 되지 않아 4년 전 문을 닫았지만,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옹기를 계속 만들고 있다.
 
“담화헌은 작년에 문을 열었어요. 옹기에 대해서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시는데, 그중 한 선생님이 ‘너희 옹기 좋은데, 사람들이 와서 그걸 100%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면 어떡해? 그러면 차라도 팔아. 와서 사려고 하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찻값이라도 내고 가면 마음이 편하지 않겠냐’ 라고 말씀해주셔서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강 작가는 담화헌을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고, 개인 페이지나 블로그에도 올려주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덧붙였다. 웃음기 없이 계속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던 강 작가님의 얼굴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담긴 미소가 보였다.

▲제주숨옹기 ‘담화헌’의 강승철 작가가 사람들에게 제주옹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요즘은 많이 알아봐 주세요. 제주옹기가 그만큼의 가치가 있으니까요. 도에서 문화재로 지정해주시고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그래서 전보다는 잘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계속해서 ‘제주숨옹기‘ 라는 공간을 좀 더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더 잘 알려져서 사명감이 있는 분들이 제주옹기를 같이 만들자고 했으면 좋겠네요. 그래서 저는 여기서 제주옹기를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더 알리고 싶어요.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죠.”

해가 저물어 어둑해진 주르레 마을. ‘담화헌’을 나서는 발걸음은 왠지 가벼웠다. 많은 사람이 제주옹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위기’다. 하지만, 여기 제주옹기를 사랑하고 지켜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제주옹기는 지금 어둠 가운데 한 줄기의 빛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제주의 위기를 무거운 마음으로 취재하는 내게 ‘담화헌’은 가벼운 발걸음을 선물해준 귀한 곳이 됐다. <2015 신문제작실습 / 조은송 >

"제주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당연히 자연이죠.”

“제주의 자연이죠. 하지만, 지금 저희 카페 앞에도 주택이 들어서고 있듯이 사람들은 그 가치를 보존하는 게 아니라, 개발하려고 해요. 제가 생각하기엔 개발하지 않고, 거기에서 끌어낼 수 있는 뭔가를 찾아야 해요. 그럼 제주옹기만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옹기를 해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정말 제주옹기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상품성의 가치도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희소성을 가진 제주 옹기, 우리 젊은 친구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네요.”

조은송  whdmsthd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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