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제주에서 ‘육지것’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제주 사람들은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육지라고 지칭한다. 육지에서 온 사람들을 지칭하는 비속어가 바로 ‘육지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주도하면 살기 좋은 섬, 살고 싶은 섬 또는 기회의 땅이라 한다. 그리하여 매년 많은 인구가 제주에 방문하고 최근에는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제주가 좋아 방문하고 있지만 제주사람들은 과거부터 제주가 아닌 타지역 사람들에게 ‘육지것’이라 지칭하며 배타적 모습을 보였다.

도대체 ‘육지것’은 언제, 왜 생긴 말일까?
그 시초는 제주 4.3사건의 아픔과 제주의 오랜 풍습인 ‘궨당문화’에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제주 4.3사건 때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많은 제주 사람들이 희생당했고, 그 후 외부사람들에게 적대적이게 된 것이며 그리하여 타지역 사람들에게 ‘육지것’이라 지칭하게 됐다는 추측이 있다.

그리고 ‘궨당’은 제주어로 친척을 의미한다. 제주에서 궨당은 친·인척을 포함해 이웃까지 의미를 확대, 가족과 이웃이라면 서로 도와주고 밀어주려는 제주인의 정신으로 자리잡은 공동체 문화이다. 타지역 사람들은 제주도민이 배타적인 궨당문화에 젖어있다고 판단하는 등 부정적으로 인식해 이건 문화가 아닌 악습이라 말한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은 고려시대나 조선시대 때부터 계속된 지역적 소외감, 제주4.3사건 등 역사적 아픔으로 인해 다른 지역 사람에 대한 경계심으로 ‘육지것’이라는 말로 그 사람들을 밀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육지것’에 대해 조사 중 흥미로운 얘기를 접했다. 바로 제주도에 신라시대 때 신분제도인 골품제가 은연중 존재한다는 것이다. 제주도 골품제에서는 타지역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성골은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 계속 살고 있는 사람, 진골은 제주에서 대대로 살았으나 대학 또는 직장을 육지에서 다니다가 온 사람, 육두품이하는 육지(타지역)에서 온 모든 사람을 말한다.

‘육지것’이라는 말 뿐만 아니라 신분제도까지 존재하는 과거 제주의 모습은, 최근 이주민에 의한 인구 유입이 증가하는 제주의 모습과 상반된 모습이다. 배타적인 제주인의 모습이 최근 변화하는 제주를 막아서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우려와는 달리 이제 제주는 육지것을 더 이상 남이 아닌 우리벗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며, 제주 사람들이 그들과 같이 어울리고 있다.

이주민의 삶을 살펴보면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제주의 자연을 배경으로 삶아 아기자기한 게스트하우스와 커피숍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농가를 고쳐 사는 사람, 드넓은 자연에서 아이들과 여행하며 사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으로 제주에 정착하고 있다.

이주민들은 제주를 한층 빛나게 변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문화를 들여오기도 하고 사람들이 다 떠나 허름했던 빈집을 고치고 살며 생기 있는 제주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 이주민에 의해 새로운 관광 트렌드가 된 게스트하우스 문화는 더욱 발전하였고, 플리마켓이라는 소통의 공간이 제주의 자연 속에서 멋스럽게 열리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제주 사람들은 점점 배타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그들이 가져온 새로운 문화에 다가가고 있다. 이주민이 친구들끼리 가끔 만나 소통하자 해서 시작된 플리마켓은 더 이상 이주민만이 아닌 제주 사람들이 참여해 더욱 북적북적 활기 넘치게 되었고, 이젠  마을 곳곳에서 도민과 이주민이 플리마켓을 함께 열고 있다.

또한 낯선 땅에 이주 온 그들을 위해 선뜻 집을 찾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고, 집을 고치는 그들에게 자신의 밭에 있는 작물을 먹어보라 건내며 온정을 베풀고 있다. 그들은 서로의 이웃이자 벗, 궨당이 되어 서로 돕고 나누며 한 마을에, 제주도에 정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젠 이주민은 더 이상 육지것이 아닌 우리 벗이 되고, ‘육지것’의 시초인 제주의 궨당문화가 이주민과 제주도민이 하나되는 문화로 한층 발전해가고 있다. 

이주민들은 더 이상 자신을 이주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제주도민이라 생각하고 제주도민처럼 생활하고 있다. “제주도민이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네, 제주도민이에요”라고 답하며, 어느새 누구보다 제주도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저는 한번도 제가 제주도민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제가 다른 곳에 살다 제주로 온 것은 맞지만 전 제주가 제 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 삶은 제주의 자연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 새롭게 시작됐으니까요. 전 앞으로 제주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후에 돈을 모아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들과 제주 여러 사람들을 위한 하나의 타운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안모씨(34)는 말했다.

아직 몇몇 사람들은 배타적인 모습을 띄고 있지만 그것은 서로 대화를 통해 이주민은 도민의 태도를 이해하고 도민도 이주민의 생각을 들어보며 그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더 이상 육지것, 이주민과 같이 그들에게 거리를 두는 호칭이 아닌, 같은 곳에 살고 있는 그들을 향해 정겹고 따뜻한 우리벗으로 부르면 어떨까. 제주를 사랑하는 같은 마음으로 함께 제주에 살고 이제 같은 제주인이 되어 서로에게 힘이 되는 친구와 가족이 되기를 바란다. < 2015신문제작실습 / 김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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