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에 찾았던 선흘 곶자왈은 우중충한 날씨였지만 숲의 푸른 나무들은 싱그러웠다. 곶자왈의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자 떨어져 있는 도토리들을 발견했다. 길을 따라 줄 선 도토리들은 마치 숲의 안내자 역할을 하는 듯했다. 숲에서는 새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종가시나무, 동백나무, 참나무 등 많은 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덩굴로 인해 기이한 모습을 한 나무들은 신비로움이 느껴졌다.

▲비내린 곶자왈의 모습이다.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곶’과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있는 모습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져 생긴 제주 고유어이다. 곶자왈에는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며, 다양한 생태계가 살아있는 곳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 관광시설 개발 등으로 곶자왈이 파괴되면서 신비로운 제주의 곶자왈은 위기에 처했다.

이곳 선흘 곶자왈도 곶자왈 인근 토석채취사업의 추진과 무단 벌채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이에 2011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선흘리의 마을 주민들은 직접 곶자왈 보존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자연해설사로 참여하고, 다양한 생태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것이다. 2시간 동안 선흘 곶자왈을 걷고 돌아 나오는 길에 자연주민해설사 한 분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녀가 안내한 방의 작은 테이블에 마주보고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선흘곶 동백동산습지센터 생태관광기획 팀장 김호선씨(45)와의 이야기는 시작됐다.

◇제주인의 삶, '곶자왈'

그녀는 이곳 자연주민해설사로 일하기 전 마을 리 사무장으로 십여 년간 일했다. “학교가 끝나면 항상 갔던 곳이에요. 나무들에 벌레가 생기면 친구들과 나무를 짚으로 감싸러 다니곤 했죠.” 선흘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는 선흘곶에 모아둔 기억들이 많다. 곶자왈은 그녀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공간이었고 추억의 장소였다.

▲선흘 동백동산습지센터 생태관광기획 팀장 겸 자연주민해설사 김호선 팀장

자연은 언제나 사람과 함께 살아가며 그들의 삶이 되곤 했다. 선흘곶을 걸으면 주변 곳곳에 크고 작은 돌들이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래전 사용됐던 숯가마 터이다. 모양은 마치 사각형으로 쌓아놓은 탑 같기도 했고, 옛날 가정집에서 볼 수 있는 아궁이가 떠오르기도 했다. “숲 안에서 돌들 막 쌓아진 숯 가마터 봤죠? 어르신들은 그 숲 속의 숯 가마터에서 며칠 동안 자면서 숯을 구워 만드셨어요. 저희 때는 추억에 장소였지만 어르신들에게는 경제활동의 장소였어요.” 이곳 주민들은 나무를 베어 숯을 만들고, 그 숯을 쌀과 고기 등으로 바꿔 생활했다. 곶자왈 나무를 이용해 숯을 만드는 것이 생계수단이었던 것이다.

“예전에 우리가 살았던 기억, 우리가 생활했던 것들을 우리는 알지만 외부인들은 모르잖아요. 단순히 곶자왈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도 좋지만 이곳에 살면서 느꼈던 것들을 해설해주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해설사 일을 하게 됐어요.”

▲곶자왈 숲 안에 남아있는 숯 가마터의 모습이다.

◇자연 주민 해설사, 그 속에서 찾는 보람

동백동산습지센터는 지난 달 22일 ‘그림동화 프로그램’ 결과물로 곶자왈 관련 동화책 8권을 출간했다. 습지센터는 지난 5개월 동안 매주 금요일 어르신들을 모셔 곶자왈 안에서의 추억과 생활모습을 그리고, 쓰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책에는 어르신들이 허벅으로 물을 길어다 쓰고, 행여 불이 날까 돌아가며 보초를 서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책의 이야기를 같이 꾸미면서 이 숲에 대한 주민들의 자긍심, 소중했던 기억들을 알 수 있었어요.” 그녀는 이어 “우리 후세들은 누가 얘기를 해주지 않으면 모르잖아요.”라고 말했다. 조금은 뜬금없게 느껴졌던 말에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엔 아쉬움과 의무감이 보였다. “후세들에게 곶자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역할을 저희가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보람돼요. 이 책을 통해 이야기를 듣는 많은 사람들과 우리 후세들이 곶자왈의 가치를 다시 세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의미있는 일인 것 같아요”

곶자왈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담는 ‘그림동화 프로그램’ 이외에도 습지센터에서는 다양한 생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도 30여 명의 학생들이 찾아와 곶자왈에 떨어진 도토리를 이용해 국수를 만들어 먹는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위기에 처한 곶자왈

“아쉬움이죠. 저희들한테는. 보호 지역으로 지정해서 생태관광이다, 보호해야 한다 해서 생태적인 것, 자연적인 것들을 부활하게하면서 바로 옆에서는 토석채취나 이런 것들을 진행하니까... 그게 아쉬운 거죠.” 그녀의 말에 깊은 아쉬움과 조금의 분노가 느껴졌다. “지금 이 동백동산 숲 안은 보호지역이기 때문에 개발 그런 것을 전혀 못해요. 못하는데, 바로 인근 북촌이랑 동복에는 풍력 발전하는 것으로 개발하고, 쓰레기 매립장도 들어오고..”

이곳 선흘곶 동백동산은 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곶자왈을 파괴하는 개발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북촌, 동복 등 선흘곶 동백동산 지역를 넘어 넓게 펼쳐져 있는 선흘곶 경계에 있는 마을에서는 개발 산업이 이뤄지고 있다. “숲 안에서는 개발 산업 같은 것이 이뤄지지 않지만 숲의 경계지역에서 그런 사업들이 일어나니까 조금 더 보존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 경계도 다 곶자왈이라구요 곶자왈. 보호 지역으로 만 안 되어 있지 곶자왈이거든요.” 그녀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곶자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곳 주민들에게 곶자왈의 파괴는 큰 아쉬움과 상처가 되고 있다.

◇이야기를 끝내며

“우리는 해설하면서 마이크를 안 써요. 관광지 가면 크게 들리라고 마이크를 쓰잖아요. 왜 그런지 아세요? 곶자왈 안에 있는 새들 때문이에요. 새끼를 낳거나 하는 새들이 예민해서 마이크 소리를 들으면 놀라거든요.” 이곳 선흘 주민들은 곶자왈의 새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저희가 곶자왈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곶자왈 탐방로 안에 버섯이 많이 날 때가 있는데 어떤 이용객들은 그 버섯을 자신들이 보고나면 그냥 밟고 가버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도 봐야하는데. 그런 것들을 삼가줬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말한 곶자왈을 찾는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간단했다. 곶자왈 안의 식생을 파괴하지 않는 것. 최근 선흘 곶자왈은 황칠나무가 몸에 좋다는 이유로 무단 벌채돼 고충을 겪었다.

그녀의 말처럼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곶자왈을 보호하는 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관심, 작은 마음으로나마 곶자왈을 위한다면 곶자왈을 언제나 푸른 숲일 것이다. <2015 신문제작실습 / 장은영>

"제주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곶자왈의 나무와 덩굴이 엉클어진 모습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제주의 가치는 자연이죠."

“제주의 가치는 자연이라 생각해요. 예전에는 기존에 있는 관광지들을 많이 찾았지만 사람들이 요새는 자연 속으로 가는 생태관광, 올레 길처럼 생태관광이 붐이잖아요. 왜 사람들이 자연을 찾겠어요? 도시에 살면서 생긴 스트레스나 그런 것들을 자연으로 치유하고 싶은 거예요. 사람이 살아가는 게 얼마나 각박해요. 자연을 찾는 것이 그러한 것들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되고 활력소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제주는 자연이 큰 가치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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