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이 구절은 제주도에 대한 로망이 담겨있는 노래 ‘제주도의 푸른 밤’의 한 부분이다. 이 노래에 담겨있는 제주는 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창문이 있는 곳이다. 도시의 삶이 고단하고 지칠 때 훌쩍 떠나고 싶은 곳 제주, 이곳에는 빌딩 숲을 떠나 자연을 찾아온 사람들의 로망과 현실이 공존하고 있다.

# 현실에서 로망까지, 1km : 제주, 살아보니 어때?

ⓒ <제주, 살아보니 어때?>, 홍창욱 지음, 글라 펴냄

제주로 온 이주민들은 그들 스스로를 “자발적 유배자”라 부른다. 도시 속의 삶에 지쳐 ‘자발적’으로 이주해왔지만 꿈꿔왔던 환상의 섬과는 너무나도 다른 외딴섬에 ‘유배’ 온 것만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각자 그들만의 힘든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제주로 왔지만, 제주에도 제주만의 힘든 현실이 있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자유롭고 여유로운 생활은 드라마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때 느낀 기분 좋은 바람과 바다 냄새는 그들의 로망이 이루어졌다는 착각을 주었지만 비싸지는 집값, 불안정한 수입은 로망만을 품고 온 그들에게 냉혹한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 제주에는 수많은 이주민이 카페, 공방 그리고 레스토랑을 개업하며 꿈꿔왔던 로망을 실현하려 하고 있었다. 로망을 찾아 제주로 오는 사람들이 많아져 경치가 좋은 자리는 날이 갈수록 가격이 올라 이주민들은 이주를 오기 전부터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다른 사람들과 치열한 눈치싸움을 해야 했다. 개업하는 상점도 많다 보니 자연스레 경쟁이 치열해져 수입도 불안정해졌다. 카페,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비슷한 직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개업을 해도 자신만의 독특함을 잃어 손님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들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주로 내려와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원했던 이주민들에게 제주 이주는 더욱 큰 짐이 되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들의 기대는 제주에서 마주한 현실 앞에 흔들리고 있었다. 상상해왔던 삶을 살기엔 큰 벽을 마주하는 일이 많다는 제주, “자발적 유배자”들에게 물었다. “제주, 살아보니 어때?” 그들은 답한다. “제주? 살아보면 알 걸?”

# 현실에서 로망까지, 1cm : 제주 보헤미안

ⓒ <제주 보헤미안>, 김태경 지음, 시공사 펴냄

제주 보헤미안, 제주에서 느낀 냉혹한 현실을 그들의 로망으로 바꾼 사람들에게 저자가 붙인 이름이다. 제주는 현실에 대한 도피가 아닌 당당한 선택으로 오는 곳이라 말하는 그들은 출퇴근 시간 붐비는 사람들로 사방이 막힌 지하철이 아닌 넓은 바다와 높은 산으로 사방이 탁 트인 제주에서 살아가고 있다.

제주 이주민이 제주 보헤미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남들이 닦아 놓은 길이 아닌 자신만의 취향과 고집을 유지했다. 산속에 있는 일식집, 로컬푸드 레스토랑, 쇼콜라티에, 플로리스트 등 각자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 제주 정착을 시작했다. 바쁜 일상 속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하며 뛰어다니는 일상보다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이웃이나 손님과 작은 담소를 나누며 하루하루를 소소한 행복 속에 보내는 일상을 택한 것이다. 그 결과 보통 이주민에 불과했던 그들은 도시가 가두었던 원칙이라는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추구해 로망을 현실로 바꾼 보헤미안이 되었다.

도시의 치열함에 지친 나머지 그냥 떠나보자는 심보라면 그것은 도피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길을 천천히 가되 포기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제주 보헤미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을 로망으로 바꾸는 일, 그것은 어찌 보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 마음속 깊이 잠겨있는 진정한 나를 만난다면 말이다.

# 로망을 현실로 만들기 까지

제주에 이주해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품고 제주로 모여든다. 인생의 기회를 찾아서, 단조로운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 등 다양한 사연이 있지만, 이 사연들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다.

두 책의 저자는 말한다. 삶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 이주는 인생의 큰 도전이자 실패 확률 또한 높은 일이지만 평소에 가고 싶었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아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물론 자신만의 길을 추구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낯선 환경이, 현실이라는 벽 앞에 좌절하는 자신이 길을 가로막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기듯 그 길을 걸어나가는데 있어서 나쁜 일만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만의 길을 끊임없이 찾아가다 보면 자유롭지만 통속적이지 않고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섬 제주에서 쉼표가 아닌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 2015신문제작실습 / 이지연 >

<제주, 살아보니 어때?>, 홍창욱 지음, 글라 펴냄, 1만 8000원
<제주 보헤미안>, 김태경 지음, 시공사 펴냄, 1만 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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