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수업 하영 와주시고, 고맙수당. 오늘은 제주도에 대한 사투리를 고래쳐주멍 같이 배울 거낭 잘 들어줍서”

낯 익은 사투리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젊은 제주인. 그들을 위해 11월 25일 제주동여중학교에 독일 교포 김성우씨가 방문했다.

“저 제주어 잘햄지예. 할망들이랑 오래있다보낭 영 돼수다”

그의 놀라운 제주어 실력에 여학생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며 연거푸 “우와”를 반복했다. 약 2시간에 걸친 수업에서 그는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젊은 학생들이 제주어에 대해 갖는 인식, 위기 등을 가르쳐줬다.

▲제주동여중학교에서 제주어를 가르치는 김성우씨

그렇다면 독일교포인 그가 제주어를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업이 끝난 후 잠시 자리를 옮겨 약 1년간 제주의 할망, 할아방들과 지내며 제주어에 대해 연구하는 김성우씨를 만나봤다.

김씨는 부모님이 한국인이고 독일 ‘본’에서 태어난 독일교포다. 영국에서 언어학으로 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박사과정을 진행 중이다.

“제주도에 온 이유는 소멸위기에 대한 언어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던 중 제주어가 소멸위기라는 것을 알게 됐고 작년 9월 제주에 첫 발을 내딛게 됐죠”

제주도를 방문한 그는 제주어에 대해 직접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자신이 머물 곳을 선택했다. 김녕과 신촌을 선택한 그는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식사도 하며 어르신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말을 이해하지 못해 대화하지 못하는 등의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그는 어르신들께 자문을 구하며 극복해나갔다.

“어르신들과 대화를 할 때 최대한 제주어로만 대화하려고 노력했어요. 이런 노력을 하다보니 시간이 흐르고 할머니가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너랑 얘기하다보니 몇 십년간 사용하지 않았던 옛말이 생각난다’고 말이에요”

그는 귀를 열고 반복 하며 습관을 들이는 것이 제주어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제주어를 보존하는 법은 정말 간단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제주어로 대화를 하려고하면 돼요.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죠. 표준어로만 대화하려고 하는 등 제주어를 사용하는 환경을 만들 노력을 안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어르신들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28살 독일교포 김성우씨

"친해지고 나서 일상회화를 카메라, 녹음기에 담기 위해 작업을 했죠. 무조건 카메라를 들이대면 부자연스러워지고 어르신들이 긴장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억양, 발음 등에 대해서 분석했죠. 하면서 느낀 것은 각 지역마다 억양, 발음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었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상회화 외에는 할 수 있는 녹음이 없다는 점이에요. 다른 지역은 신화를 녹음한다거나 민요 등을 녹음할 수 있는데 지금 제주도는 그것들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이 별로 없어요”

그는 이런 자료들을 모아 재학중인 학교 아카이브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자료는 제주어에 대해 연구하고 싶은 사람이나 일반 사람들 누구나 찾아볼 수 있다.

접근방법에 따라 어르신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차이를 아는, 제주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줄 아는, 소멸언어의 관심을 갖고 제주를 방문한 그의 모습은 이미 시골에 있는 하르방을보는 것 같았다. 앞으로 그가 만들 제주어 자료들이 궁금하다. <2015 신문제작실습 / 김해건>

"제주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제주의 가치는 문화죠"

"제주사람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위해 언어를 포함한 다른 문화 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좋겠어요. 제가 1년 동안 바라본 환상적인 제주의 자연과 삶, 이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사라지지 않는 제주다움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키워드

#N
저작권자 © 제주대언론홍보학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