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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제주 물통[우리 제주 보물 이야기] (3) 제주 물통 이야기
허윤수 | 승인 2015.12.14 14:37
▲용천수 분포 현황 (출처: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본부)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또 다시 불기 시작한 복고의 바람은 그 시절을 겪었던 사람들을 추억하게 만들고 있다. 40대~50대 이상의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을 떠올리고, 20~30대는 경험하지 못했던 과거를 이해하며 앞선 세대와 소통을 한다. 젊은 세대들은 드라마를 보며 “나도 저 시절에 살아봤으면…….”, “드라마 속 쌍문동 골목길 같은 곳이 우리 동네에는 없나?”라는 농담조 섞인 말들을 하기도 한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며 변화한 디지털 환경의 시대에서 접한 아날로그적인 요소들은 과거 당연한 감성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50줄을 넘은 제주 사람들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화산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귀한 물을 구하고, 아끼는 것이 본능이었던 그 시절을 말이다. 하늘에서 쏟아지던 빗물까지 아끼고 모았던 제주에서 ‘물통’은 드라마 속 쌍문동의 골목길만큼 많은 사연과 추억을 가진 애환 어린 공간이었다.

▲한림에 위치한 개명물(좌)과 도두에 위치한 도두물 (우)

‘물통’, 촌스럽고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힘든 이름이다. 특히 수많은 디지털 환경 속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역할과 의미를 알게 된다면 어쩜 가장 ‘물통’다운 이름이기도 하겠다.

상수도가 보편화되기 전까지 ‘물통’은 제주인의 생명수였다. 식수 외에도 농업, 축산업, 생활용수 등 물이 필요한 모든 곳에 쓰였다. 이런 ‘물통’이 밀집되어 있는 해안가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모습은 ‘물통’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중역을 맡아 언제나 사람들과 함께였던 ‘물통’을 찾아가 보았다.

▲함덕 물통에서 씻고 있는 청년들(좌)과 도두물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들(우)

뜨거운 햇볕이 내리 쬐는 한 여름. 운동을 마치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또래의 아이들이 삼삼오오 물통을 향한다. "쏴아” 입구에 다다르기도 전에 힘차게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입구에 들어서자 찬 기운이 몸을 감싼다. 이윽고 물통은 물이 차갑다는 비명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그 중 한 친구는 말했다.

“목욕탕은 더운데 여기는 시원하고 간단히 올 수 있어서 좋아요. 친구들이랑 와서 더 재밌기도 하고요.”

반대편 여탕에서는 아주머니들의 수다가 한창이다. 두 손은 바삐 움직이며 빨래를 하지만 손 보다 더 바삐 움직이는 입은 쉴 새 없는 대화를 만든다. 다음 달 결혼하는 옆 집 딸 얘기를 시작으로 공부 잘하는 앞 집 아들, 마음만은 착한 우리 집 자식 얘기, 각 종 화장품 얘기 등 온 동네 소식을 알 수 있다. 동네소식 외에 ‘물통’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한 아주머니는 ‘물통’이 애증의 대상이라고 했다. 집안의 첫 째였던 아주머니는 밭일 하시는 부모님과 어린 동생들을 대신해 ‘물통’과 집을 오가며 물을 길어와야 했다.

"힘이 없는 어릴 때라서 물구덕에 물을 가득 못 채우고 몇 번을 왔다 갔다 했지. 그래도 허리가 아파서 어머니께 말씀 드렸는데 요령이 없는 거라며 되레 꾸지람을 들었어. 나중에 어른이 돼서 병원에 가보니 선척적으로 허리에 질병이 있다고 하더라고. 요령이 없던 게 아니었는데…….나중에라도 어머니 만나게 되면 따지려고…….”

▲용천수가 흐르는 ‘물통’의 모습

이처럼 ‘물통’은 누군가에게는 그리움과 애증의 과거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현재이다. ‘물통’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하나의 물줄기이다. 그 물줄기는 흘러 현재는 과거가 되고 미래는 또 다른 현재가 되어 흐를 것이다.

상수도가 보편화 되면서 ‘물통’은 그저 기성세대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그 시절의 고난과 그리움, 추억이 가득하다. 동화 속 주인공이 먼지 묻은 보물지도를 찾듯, 서랍장 속의 일기장을 꺼내 보듯, 복고 드라마를 찾아보듯 우리 주변에 있는 ‘물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보물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가까이 있어 찾지 못하는 것이다. 보물을 찾는 것은 오늘 날의 우리들의 몫이다. ‘물통' 속 그 시절 이야기가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2015 신문제작실습 / 허윤수>

허윤수  yunsoo0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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