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참 케케묵은 옛날 말이다. 지금의 청춘들은 한 TV프로그램에 나온 ‘아프면 환자지. 그게 청춘이냐?’라는 말에 더욱 공감할 것이다. 왜 청춘들이 아파야 하는가? 청춘들은 그들 스스로 행복해져야할 필요가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에서는 행복이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청춘들은 그들의 행복을 어딘가에 못 박아 놓은 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대한민국의 청춘들은 항상 바쁘다. 그들보다 먼저 사회를 겪었던 기성세대들이 쌓아 올린 ‘스펙’이라는 요구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길을 하염없이 달리고 있다. 미래를 향해 정진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들춰보면 그들은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하며 너무 빠른 속도로 달리는 나머지 지금 지나치고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놓쳐버리고 있다.

갖춰야할 스펙이 너무나 많다.

한 줄의 글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시인, 먹과 붓 한 자루로 세상을 담아내는 명필, 오지를 탐험하며 수많은 지혜를 쌓는 탐험가. 그 밖에도 모든 직업과 모든 행동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기가 바로 이 청춘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깨닫기 위해 가장 쉬운 행동은 ‘그냥 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청춘들에게 하고 싶었던 일들을 앞 뒤 가리지 말고 그냥 해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남들이 원하는 조건을 맞추기 위한 노력들 때문에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오늘날의 청춘들은 항상 조급해하며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고 있다. 자신이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정신의학자 라캉은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우리 청춘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부모님의 기대라는 욕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거나 주변 지인들의 평가라는 욕망이 나에게 전이되어 나 스스로의 미래가 정해져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성공을 향해서만 달려 나가는 사회 풍조의 슬픈 단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생을 긴 항해라고 비유한다면, 청춘이라는 시기는 아직 배의 항로와 목적을 정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배는 어디로 향할 것인지, 무엇을 적재할 것인지 결정하고 항해를 출발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이 시대의 청춘들은 이 배의 선장이 아닌가보다. ‘부모님의 기대’라는 선장과 ‘주변 지인의 평판’이라는 갑판장, ‘사회에서 자신의 지위’라는 기관장이 그 배의 명령권을 쥐고 있고, 청춘들은 그저 일개 선원이 되어버린다. 자신의 하나뿐인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향하지 못하는 슬픈 모습인 것이다.

행복의 덧셈의 총합은 항상 같은 값을 보여주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 혹은 행동해 왔던 것들에 따라 충분히 다른 값을 보여 준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불행한 것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 봤을 때, 자신이 놓쳤던 것들에 대해 후회하는 상황일 것이다.

행운의 여신은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한 번 지나간 시간과 기회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청춘이라고 하는 실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 훌륭한 자원에 대해서 스스로 연구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며 현실의 벽에 부딪혀 몸과 마음이 다쳤을 때는 잠시 쉬어가며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주도록 하자. 인생이 주는 가장 찬란한 선물인 ‘현재’를 조금 더 즐기자. 미래에 대한 불안과 타인의 욕망에 대한 관심은 잠시 배낭 속 깊은 곳에 넣어두고 아직 찾지 못한 자신의 빛나는 꿈을 발굴하기 위해 떠나자. 그 경험은 충분히 당신의 인생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 과정은 성취도 있을 것이며, 좌절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살이가 무릇 그렇듯이 그저 쉽기만 하겠는가? ‘나의 인생’이라는 거대한 함선의 선장이 되어 항해를 시작하라. 소용돌이를 만나면 피해가는 지혜를 배우고 거대한 빙하가 가로막는다면 스스로 쇄빙선이 되어서 빙하를 뚫고 나가는 용기를 습득하라. 그리고 항해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 경우, 잠시 바다 위에서 쉬어가도록 하라. 이 배의 항해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남들에 의해 등 떠밀려지지 말고 자신만의 항해일지를 작성해 나가자. <2015 신문제작실습 / 장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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