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즐겨가는 올레길에 이어 최근에는 제주의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 플리마켓이다. 현재 제주에는 약 30개의 플리마켓이 열리고 있는데 그 규모는 작지만 제주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솜씨 있는 작품과 제주만의 특징이 잘 살아있어서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상생의 한마당, 하루하나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해온 사람들이 사는 대표적인 동네로 급부상한 애월읍 일대에는 카페 하루하나에서 열리는 ‘반짝반짝 착한가게’가 유명하다.

▲ 제주시 애월읍 반짝반짝 착한가게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지난 11월 14일 10시, 나는 제주시 애월에 있는 카페 하루하나를 찾았다. 앞마당엔 올해 마지막 ‘반짝반짝 착한가게’가 열렸다.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건 낯익은 얼굴이었다. 결혼 후 제주 애월읍에 정착해 살고 있는 가수 이효리 씨와 남편 이상순 씨가 오늘 판매할 옷가지들을 가지고 나와 디스플레이를 하느라 분주했다. 그들에게서 TV에서 보던 화려한 모습이 아니라 수수한 제주사람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이 배어 나왔다. 카페 앞 작은 앞마당은 어느새 40여 명의 셀러들이 조그만 좌판을 차리고 손수 만든 팔찌와 목걸이, 가방 등 온갖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펼쳐 놓았다. 대부분 이 일대에 사는 분들이 직접 만들어 온 핸드메이드 제품이라 더 정감이 갔다. 앞마당은 마치 동화속의 그림처럼, ‘반짝반짝 착한가게’라는 그 이름대로 반짝이는 예쁜 거리가 됐다. 장 한쪽에서는 우리 농산물로 만든 케이크며 빵 같은 먹거리도 판매되고 있었다. 순간 시장기가 발동한 난 참지 못하고 케이크 한 조각 꿀꺽...

▲ 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단호박 케이크다.

케이크를 판매하고 있던 이준희 씨(31)는 각박한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껴 제주로 이주했다. 이주 후 지인의 소개로 플리마켓의 셀러로 참여하게 됐지만, 참여한 첫 해엔 낯선 생활과 환경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셀러들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하고 블로그를 공동 운영하며 이제는 제주생활에 정착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긴 시간 나에게 제주 얘기를 전하는 이 씨의 모습 속에서 제주생활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비가 거세졌다. 하지만 마켓엔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 함께 이루는 장, 서귀포 예술시장

다음날 15일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거리에서 열리는 서귀포 예술시장을 찾았다. 지난 2007년 작가 4~5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플리마켓을 연 것이 커지면서 이제는 1년 내내 주말과 공휴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리는 장터로 자리 잡았다. 이 마켓은 제주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중심이 된 시장답게 수공예품, 그림 등이 주로 판매되고 있었다.

▲ 서귀포 이중섭거리의 예술시장이다.

서귀포 예술시장도 반짝반짝 착한가게와 마찬가지로 셀러들 대부분이 이주민이었다. 장에 들어서자 반짝반짝 착한가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좁은 공간 안에 모여 판매가 이뤄지는 착한가게와는 달리, 서귀포 예술시장은 탁 트인 공간에서 각양각색 셀러들 본인만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는 예술의 공간이었다. 실제로 서귀포 예술시장 셀러들은 현장에서 직접 예술품들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었다. 늘어선 가게들 사이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음악가들의 섹스폰 연주는 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이주민 셀러들이 모여 있는 언덕을 오르던 중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어제 반짝반짝 착한가게에서 만났던 프랑스인 마티유 씨(32)였다. 난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넸고 마티유 씨가 판매하고 있던 액세서리 중 예쁜 반지 하나도 구입했다. 마티유 씨는 나에게 한국어로 감사 인사를 해줬고 나는 그의 인사말에 정겨움을 느꼈다.

다시 발길을 옮겨 장을 둘러보던 중, 나는 셀러들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선화 씨(48)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서귀포 예술시장도 제주의 다른 플리마켓들과 같이 도민과 이주민이 어울려 장사를 하고 있는데, 예상보다 셀러들 간 화합이 아주 잘돼서 정말 기뻐요”라고 말이다. 또 그녀의 말에 따르면, 서귀포 예술시장은 장이 열리는 날엔 셀러들이 3,000원의 회비를 내는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모인 회비는 연말연시에 불우이웃을 돕거나 지역사회를 위해 쓰이고 있다. 이를 통해 셀러들은 지역사회와도 끈끈한 유대감을 갖게 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이렇게 제주의 플리마켓들은 이주민과 도민, 셀러와 관광객을 이어주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요즘은 제주여행 일정을 잡을 때부터 플리마켓이 열리는 곳과 시간을 염두에 두고 여행 계획을 세워서 찾아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생활소품들, 그리고 만든이의 손끝에서 탄생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들, 이런 것들의 가치를 플리마켓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제주 플리마켓의 성장을 이끈 것은 제주도에 이주한 30~40대 문화예술인들이었다. 이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또는 소일거리로 만든 작품을 플리마켓을 통해 팔면서 제주에 새로운 문화를 불어넣었다. 작은 좌판에서 시작했지만 함께 모이면서 제주를 찾는 사람들의 명소로 자리 잡은 플리마켓. 덕분에 플리마켓은 제주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자유로운 문화는 제주도민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최근에는 도민들과 함께 하는 장터로,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5신문제작실습 / 임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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