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i Brocante’의 갤러리와 카페

저지리 현대 미술관에서 걸으면 287걸음. 통유리로 된 갤러리가 눈에 띈다. 건물 안엔 테이블과 의자들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멋스럽게 놓였고, 의자엔 곰 인형들이 그곳의 주인인 듯 앉아있다.

이곳은 인간이 아닌 곰 인형들도 다과와 차, 햇빛을 만끽하는 여유로운 공간이다. 실제로 갤러리에서는 고소한 베이킹 냄새가 곰 인형들의 다과회를 더욱 실감나게 한다. 사실 고소한 냄새의 근원지는 갤러리 옆에 위치한 카페 ‘Asi Brocante’

저지리 예술인 마을에 위치한 김수완 작가의 작업실 겸 카페이다.

 

▲ 카페 주인 ‘김수완’ 작가의 작품

베이킹 냄새에 홀리듯 들어가면 카페가 머금던 따뜻한 기운이 제일 먼저 손님을 반갑게 맞는다. 앤티크한 가구들과 세련된 노래 선곡과 달리 이곳은 수수한 차를 주로 판다. 카페의 주인장이 추천한 차는 ‘Chocolata No.10’. 차를 다 마신 이후에도 차를 마신 찻잔과 공간에 Chocolata No.10 차만의 아름다운 향기가 계속해서 남는다. 이 차에 직접 구운 레몬향이 나는 쿠키를 곁들이면 입속에 꽃이 만발하는 느낌이 든다.

차를 여유롭게 마시며 독특한 카페의 이름, ‘Asi brocante’의 의미를 물었다.

“좋아하는 곰 인형 이름, ‘아시’를 땄어요. ‘아시’는 봉황이라는 뜻도 있고 또한 제주어로 ‘아시’는 동생이라는 뜻이기도 해요. (이곳은)현대미술관에서 제일 처음으로 나타나는 집인데, ‘아시’는 경상도 사투리로 ‘애당초’, ‘맨 처음’등 의 뜻을 가지기도 해요. 또한 스페인어로 ‘Asi’는 ‘부디, 제발’이란 뜻도 있어 더 끌렸어요. ‘아시’라는 뜻을 찾아보니 제가 생각한 것 보다 더 많은 의미가 포함됐어요. ‘brocante’는 프랑스어로 골동품 점이란 뜻이고 이 말에 따라 카페는 앤티크하게 꾸미고 있습니다”

그녀는 카페의 이름 때문에 손님들이 스페인어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제주어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어 혼동이 일어났었다는 일화도 덧붙였다.

김수완 작가는 사실 이 카페는 사람이 많이 찾아오는 카페는 아니라고 밝혔다. 오늘 특히 특별한 손님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행운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사람과의 만남 자체를 사랑하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런 곳에 계약을 해버린 게 제가 독특한거죠. 하지만 저는 이곳을 장기적으로 봐요. 이곳은 훗날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공간이 될 거에요.”

아시의 주인인 김 작가는 이곳을 찾는 손님들을 더욱 특별한 손님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차를 다 마시고 나면 주인장은 노란 공책과 붓펜을 슬그머니 건넨다. 손님들에게 직접 숙제를 내는 것이다. 카페의 손님은 너, 나 할 것 없이 메모를 남겨야 한다. 이 메모를 통해 카페의 방문자들은 각자가 다 이곳의 기억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재치 있고도 따뜻한 마음이 가득 담긴 글자 하나하나를 보고 있으면 카페의 따뜻한 온도만큼이나 마음도 따뜻해짐을 한껏 느낀다.

"그냥 특별한 무언가를 얻기보다는 그냥 마음이 편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곳이 시간을 잊어버리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오시는 분들도 ‘어우!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어?’라고 말할 정도로 이 공간은 모든 걸 다 잊게 하는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손님들이 곰 인형들을 자세히 보지 않더라도 그 인형들의 순수한 마음과 손님들이 동화가 되길 바란다는 그녀의 마음은 이 카페의 분위기를 더욱 아늑하게 했다.

손님으로 이곳을 방문한 김연희(군산) 씨는 “휴가로 제주를 왔는데 미술관을 가다 우연히 이런 아늑한 공간을 만나게 돼서 기쁘다”며 “곰 인형도 좋고 사장님도 마음이 따뜻해 앞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감상을 전했다.

카페의 주인 김수완 작가가 만든 곰 인형만큼이나 따뜻한 그녀의 카페. 그녀의 다양하고 신기한 테디베어만큼 그녀의 카페는 또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계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녀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만큼 그녀의 차와 음식에서도 아름다움이 묻어나길 기대해본다. <2014 신문제작실습 / 현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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