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경면에 위치한 저지리 문화예술인 마을. 이름에 걸맞게 마을에는 수많은 예술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화가, 예술가, 음악가 등 다양한 예술인 가운데서도 유독 제주를 느끼게 하는 한 작업실이 눈에 들어온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감 가는 갈 염색 천들이 작업실에 널려있고 현무암에 새겨진 ‘몽생이’라는 세 글자가 푸근한 느낌을 안겨준다. 그곳에서 제주 갈옷을 만드는 몽생이 대표 양순자씨를 몽생이 매장에서 만나봤다.

예술인 다운 갈옷과 함께 연분홍 도자기 배지가 달린 갈 염색 베레모를 쓴 그녀는 푸근하면서도 자유로운 예술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갈옷과 어울리는 갈색 뿔테 안경을 쓴 그녀의 얼굴은 경영인으로서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 은근한 카리스마를 전해줬다.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불고 매장 옆 협재 해변은 에메랄드빛을 뽐내지 못하고 있는 날씨였지만 작은 몽생이 매장은 갖가지 갈 염색 상품들로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갈옷부터, 스카프, 가방, 모자, 인형까지 다양했다. 

 

▲ 갈 염색 보자기, 갈 염색 인형 몽이, 갈 염색 소품, 갈염색 다도용품 (시계방향순으로)

다양한 갈염색 상품들을 보니 그녀가 왜 갈옷을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 그녀는 “처음 제주 사람들은 갈옷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지만 나는 갈옷을 내 장래를 걸 만큼 소중하게 생각했고 제주전통으로써 그 가치를 믿었다. 갈옷의 가치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갈옷을 만들고, 몽생이를 운영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녀의 갈옷에 대한 열정이 목소리에서 느껴졌다.

이어 그녀는 갈 염색을 자연스러움과 전통미가 느껴지며 실용성이 돋보이는 천연염색이라고 말했다. 갈옷은 천연염색으로 만든 친환경적인 옷으로 천연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자연의 색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멋있는 옷이라며 갈옷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몽생이 매장에 있는 갈옷을 보고 있으면 갈옷마다 색이 다른 점을 볼 수 있다. 진한 갈색, 연한 갈색, 무늬가 들어가 있거나 얼룩이 있는 것도 있다. 푸른빛을 띠는 갈색, 올리브 색을 띠는 갈색까지 여러 가지 색의 갈옷들이 모두 특별했다. 갈옷의 다양한 색에 대해 물음을 던지니 그녀는 “몽생이 갈옷은 제주 토종 감만을 이용한 염색이 아닌 송이석, 쑥, 칡, 억새, 개민들레, 치자꽃 등 제주에 있는 다양한 자생식물을 활용해 복합 염색을 한 것.”이라며 “복합 염색은 염착성도 높이고 다양한 색감으로 연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한 가지 염색이 아닌 복합 염색을 이용한 갈옷은 한층 더 멋스럽고 세련됨이 묻어나온다.

이러한 갈 염색은 보통 햇빛이 가장 좋은 시기인 8월을 시작으로 약 세 달 간 작업을 한다. 한 여름인 8월 감을 수확한 후 바로 염색작업을 한다. 갈 염색을 직접 한다는 그녀는 이 작업이 매우 즐겁다고 말했다. 작업량이 많을 때는 사람들하고 같이 할 때도 있지만 원하는 색감을 얻기 위해서는 일일이 직접 해야 한다며 예술인으로써 갈 염색에 대한 사명감을 보였다.

염색 후에는 저지리 문화예술인 마을 작업실에서 샘플 작업을 한다. 산속에 위치한 작업실은 집중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작업이 200% 잘 된다.”며 강조도 한다. 그녀는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낸다고 한다. 사람들이 오고 가기 힘든 작업실에서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남은 작업을 하는 것이 그녀의 여가생활이라고 한다.

 

예술인으로써 갈옷에 대한 자부심과 염색에 대한 사명감을 보여준 그녀는 경영인으로써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녀는 몽생이 대표로서 깊은 생각과 고민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먼저 “갈옷은 한가지 색상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하게 색을 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 햇빛에 어떻게 말리느냐, 몇 번 담금질을 하느냐, 어떻게 담그냐에 따라 염색이 다르게 나온다. 복합 염색도 다양한 색을 내기 위한 방법이다.”라며 갈옷의 차별성에 대해 얘기했다. 이어 그녀는 “갈옷은 여름옷이라는 한계도 있지만 마케팅 면에서의 한계가 주는 어려움이 크다. 제주도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오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오고 가는 곳과 물건을 파는 면세점에는 제주의 것이 없다. 외국 상품들과 명품들이 다 차지해버렸다.”고 지적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녀는 “정책적으로 도에서 제주 특산물 중소기업들을 살릴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인이자 경영인이라는 두 가지 모습을 가진 양순자 대표. 그녀의 갈옷에 대한 자부심과 믿음은 예술인으로써 우리 제주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경영인으로써 현재 제주에 당면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모습은 제주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정 제주를 사랑하는 제주인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2014 신문제작실습 / 현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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