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Page U'

 샛노란 감귤들이 여물기 시작하는 때, 지역 문화 예술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건립된 제주저지문화예술인마을을 찾았다. 제주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서울 인사동과 대학로, 파주 헤이리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예술인이며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독특한 집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중 새하얀 집이 눈에 띄었다. 'Page U'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유현수(44) 작가의 집이었다. 마당에 있는 벤치에 앉아 글을 집필하는 작가에게 다가갔다.

  “이야기를 듣고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희 ‘Page U'에 방문하는 손님들과 밤마다 항상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해요. 제 삶의 낙입니다” 그가 처음 건넨 말이었다. 서울에서 15년간 작가활동을 하던 그는 5년 전 제주를 찾았다. “좀 더 자유로운 글을 집필하고 싶었어요. 유명 출판사에서 시나리오·서브작가로서 글을 써왔는데 제약과 제한이 너무 많았습니다. 마치 검열을 당하는 기분이었어요.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을 어떻게 하면 세상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해왔죠”

 유 작가와 예술인마을의 만남은 불행하게 찾아왔다. 군 복무를 하는 도중, 그는 몸이 아파 군 병원을 방문했는데 군의관의 실수로 인해 의료사고를 당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후 반폐인 생활을 하는 도중 유 작가는 친한 이화여대 조소과 교수의 권유를 받고 예술인 마을의 일원이 됐다.

  “내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고 난 후 삶을 무기력하게 살아왔습니다. 5년 전 예술인 마을에 소속되기 위해 제주를 첫 방문했는데 제 인생의 반환점이 되는 시점이었습니다. 아름답고 장엄한 제주의 광경을 보며 나만의 글을 쓰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로 다짐했습니다. 특히 시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 'Page U'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방문객들에게 글을 선물하는 유현수 작가.

 제주에서 원하던 삶을 살기 시작한 유 작가는 2014년 6월부터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제주의 허파라고 할 수 있는 곶자왈의 향기를 맡고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자유롭게 집필한 것이 병을 낫게한 특효약이라고 말했다.

 'Page U'에 방문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유 작가는 밤마다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 저지리 마을 속 예술인들의 특색, 비하인드 스토리 등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로 청자들의 흥미를 돋군다. 또 'Page U'를 방문하는 모두에게 작가가 직접 쓴 시를 읊어준다.

 “집안의 가장이기 때문에 항상 생계를 고민해요. 서울에서 출판사 생활을 할 때처럼 원고료를 받을 경로가 없기 때문이죠. 5년 전 개인적인 작업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축했던 'Page U'가 게스트하우스가 된 이유에요. 최대한 손님들 적게 받으면서 글 집필하는 것에 방해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로 이용하는 고객은 여성분들이에요. 여성분들이 좀 더 감성적이라서 그런가봐요.”

 “13년 동안의 마을 역사와 제주 곶자왈과 예술계의 전설적인 원로이신 박서보, 김흥수 화백 등과 같은 마을 입주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또 현대미술관 전시작품에 대해서도 저에게 가이드를 받으신다면 더욱 풍성한 관람이 되실 수 있습니다. 일반숙박 업소와 다른 ‘Page U'는 무명작가의 글을 손글씨로 직접 써 Page 별로 판매하는 글갤러리로 이해해 주신다면 글을 쓰는 작가로서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후일 유현수라는 이름이 알려지면 무명 시절 따뜻하게 바라봐주셨던 소중한 사람들의 관심을 잊지 않겠습니다”

 유 작가는 ‘Page U'에 숙박했던 고객들에게 작가만의 문체가 녹아있는 시가 담긴 편지를 선물한다. 또한 고객들이 고향에 돌아가면 종종 ’Page U'에 고객들만의 선물을 보낸다. 인연을 계속 이어가자는 것이 유 작가의 모토이다. 아름다운 제주 풍경을 느끼는 평범한 여행보다 사람이 멋진 여행을 하고 싶다면 'Page U'에 방문하는 것이 어떨까. <2014 신문제작실습 / 백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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