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하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한라산, 바다, 한 달 살기 등 다양한 키워드가 떠오르지만 그중 제일은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맛있는 먹거리일 것이다. '제주 여행 맛집' 키워드를 검색하면 제주산 흑돼지와 갈치조림, 고기 국수는 언제나 상단에 위치한다. 하지만 이처럼 제주에서 내세우고 있는 관광 음식이 대부분 육식 위주의 식단임을 인지해본다면, 채식주의자의 입장에선 제주 여행에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될 것이다. 현재 제주는 국제자유도시의 타이틀을 걸고 글로벌 관광지로서의 위상을 떨치고 있지만, ‘먹거리’에서는 다양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을 이른바 ‘식탁 소수자’라고 칭하기도 한다. 제주는 과연 식탁 소수자를 존중하고 있을까?

미국의 경우 전체 채식주의자의 비율은 과거와 비슷하게 2%이지만, 채식을 선호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은 30% 이상으로 증가했다. 채식주의자의 비율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채식 선호도가 실제 채식주의자의 비율을 의미했던 과거와 달리 채식선호인구가 증가한 행태임을 알 수 있다. 늘어나는 식탁 소수자를 위해 대부분의 외국 식당은 비건을 위한 메뉴가 하나 이상 존재한다. 하지만 제주에서 이를 찾긴 어렵다. ‘제주’ 하면 생각나는 대표 외식 메뉴들이 제주 비건의 흐름과는 다소 반대의 방향을 걷고 있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제는 사회적으로 주류 외식문화인 고기 위주의 식단에서 다양한 먹거리로의 변화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특히 관광에서는 음식이 중요한 요소이다. 채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고, 트렌드로 자리를 잡은 만큼, 이를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와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의 취향과 기호의 확산은 이미 사회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제주의 제철 과일과 채소를 이용해 메뉴를 구성한 채식 베이커리 카페 ‘카페 901’의 사장님은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제주의 먹거리 산업의 발전 방법에 무엇이 있느냐는 물음에 사장님은 “제주도에만 있는 고사리 육개장, 빙떡 등을 현대화시켜서 관광객들에게 알리면 좋겠다”며 “흑돼지만 굽는 게 아닌 고기가 있든 없든 제주다운 것을 현대적으로 확산을 시키고, 전체적인 식당에서 채식옵션이 하나씩은 있는 것이 관광지로서 먹거리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페 901'의 내부모습

OECD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매일 100% 채소를 섭취한다. 따라서 혹자는 한식 위주의 식단을 구성한다면 채식은 어렵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한국은 비건하기 좋은 여건이라 하긴 힘들다. 크게 다른 점 없던 식습관의 변화에도 비건 생활이 어려운 부분은 채식식단이 아닌 외부에 있었는데, 바로 부정적 시선과 편견이었다. 채식실천의 이유를 묻는 질문부터 “오늘만 몰래 먹어, 모른 척 해줄게.” 의 조롱 섞인 어투까지 다양했다.

육식을 섭취하는 사람들은 채식주의자의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역의 경우는 절대 성립하지 않는다. 조너런 사프런 포어의 책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에서는 위와 같은 이유로, 채식이 ‘식탁친교’를 어렵게 함을 이야기한다. 채식주의자는 식탁에서 차별적이고 편견 가득한 시선에 맞서 사회적 관계를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채식주의를 통해 자연과 생명이 공존할 수 있듯, 비건과 논비건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난 공존을 위해서는 사회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가 증가세인 현재, 채식주의는 축산업에 의한 환경오염 피해를 줄일 방법 중 하나이다. 인간의 생존문제와 직결된 환경오염에 축산업이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업의 확장은 가축분뇨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릴뿐더러, 살충제와 항생제로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킨다. 이와 더불어 과도한 육식으로 인한 건강과 동물권 등의 문제점을 인지한 사람들이 비건으로 전환하며 비건식 수요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채식주의 식당이 증가하는 추세다. 제주도는 세계 각국에서 찾는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서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식탁 소수자를 위한 메뉴를 접목할 필요가 있다.

환경문제가 취사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필수 선택의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필 환경 시대에 도래한 지금, 우리는 비건 열풍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아닌 우리 곁에 머무는 잔잔한 산들바람으로 남겨둬야 한다. 채식주의에 대한 글로벌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국제적 관광지로 꼽히는 제주 또한 한 발자국씩 옅은 바람을 일으켜 사회 간지러운 곳을 긁어줬으면 한다. < 2020 신문제작실습 / 김보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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