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제주본부가 2017년 10월 펴낸 ‘제주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이 지역주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급증한 관광객으로 인한 관광지화가 제주도민의 삶을 악화시켰다고 발표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은 관광지화를 뜻하는 투어리스트파이(touristfy)와 지역개발에 따라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을 의미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합성어로, 관광객이 많이 몰려와 지역주민들의 터전이 관광지가 되고 이로 인해 기존 지역주민들의 주거환경이 위협받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제주본부가 제주시 연동과 월정리, 동문시장 등 10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각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관광객 증가로 부동산 가격, 물가, 범죄율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이 그렇지 않다는 답변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왔다. 한국은행은 관광객 수 제한이나 관광이익 공정 분배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도한 관광객 유입이 부동산 가격과 지역 자연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이 47.6%로 그렇지 않다는 답변에 2배 이상을 차지했다. 관광객 증가로 인한 범죄율은 가장 큰 비율 차이를 보였다. 관광객들이 지역 범죄율이나 교통사고율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62.3%로 그렇지 않다는 답변 16.8%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2017년 투어리스티피케이션에 대한 거주민 설문조사 자료이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주거지역이 관광지화되며 기존 거주민에게 부동산 가격급증, 환경오염, 범죄, 교통체증, 물가 상승, 소음 등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3년이 지난 지금, 제주의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나아졌을까?

국토교통부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에 따른 부동산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도 노선 상가지대는 3.3㎡당 364만 원에서 2020년 518만 원으로 154만 원의 차이를 보이고, 단독주택의 경우 229만 원에서 356만 원으로 127만 원의 증가를 보여준다. 또한, 신라면세점 건설 이전 메종글래드(구 그랜드호텔) 상가지대는 2016년 상업용 상가지대의 경우 3.3㎡당 252만 원에서 426만 원으로 174만 원이 증가했다.

부동산 가격의 증가에 대해 제원아파트 인근 고깃집 상인인 김 씨는 “이 주변에서 오래 장사한 식당 여러 곳이 문을 닫거나 이전하고 그 자리에 중국인 겨냥 식당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중국 관광지로 인식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도민이 있어 제주가 있는 게 아니냐”며 “관광객 출입 수 제한과 비슷한 정부의 지침이 필요한 시기가 있었는데 너무 늦은 것 같다. 지금이라도 제주도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6년과 2020년 4년 간 제원아파트와 메종글래드 부동산 값 변화 추이

관광객 증가에 대해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18년 정부는 ‘환경보전기여금’을 2020년부터 부과해 도민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관광객들에게 생활폐기물, 하수 배출, 교통 혼잡 등의 비용을 숙박, 렌터카 이용으로 나눠 일정 부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도내 관광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이마저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제원아파트 인근 거주민 변 모(25) 씨는 “원래 촌에서 살다가 시내권으로 이사 왔는데 쓰레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며 “냄새도 너무 많이 나고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동시에 “지금은 관광객이 많이 줄어서 그런지 길거리에 쓰레기도 사라졌고 소음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한창 중국인 관광객 붐이 일었을 때 무단횡단이 심각해서 경찰이 상주하며 단속을 했었다. 그때 일반 주민들이 운전하기 무섭다고 할 정도로 아무 때나 길을 건너서 정말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제주권 지역은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 심화되는 곳으로 꼽힌다. 관광객의 계속되는 유입과 그로 인한 과도한 관광지화가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으로 이어져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공존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 거주민은 관광객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불편과 불안을 주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 연동의 거리엔 중국인과 중국어 간판을 내건 식당이 넘쳤다. 현재는 드림타워마저 완공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가 잦아들고 드림타워가 영업을 시작하면 제주의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미 늦은 점이 있지만, 잠시 관광이 멈춘 이 순간을 기회로 기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보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변연주/2020 신문제작 및 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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