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진
힙합퍼들, 재주를 넘다, 제주를 넘다공연문화 불모지, 불 지펴 흔들어놓는 'NADRI'
김경아 | 승인 2020.06.25 10:45

소년들은 음악을 좋아하던 여느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MP3에 지코의 믹스테이프를 포함한 온갖 힙합 음악을 담아 즐겨 들었을 뿐이다. '내가 무슨 음악이야!' 라며 힙합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단 한 번도 안 해봤던 그들에게 어느 날, 열정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내가 랩을 쓸 수 있을까?' 라는 물음표를 스스로에게 던지고 종이와 펜을 집어 들었다. 바로 그들의 첫 음악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북적이는 인파 사이로 무대를 비추는 화려한 조명이 뚫고 나온다. 조명들 아래, 어엿한 청년이 된 소년들의 손짓 한 번에 수십 명의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공연장을 한껏 달궈놓는 그들은 힙합공연팀 NADRI이다. NADRI의 신나는 공연을 책임지고 있는 든든한 맏형 라인 김용수(27), 김정준(27), 신성훈(27)을 만나보았다.

▲ 시간여행을 테마로 했던 NADRI 공연 포스터

◇ NADRI 결성과 공연

- NADRI 결성 계기가 궁금하다.

▲ 제주도에서 주기적으로 공연하는 플랫폼이 없어서 '우리가 만들어 보자!', '좋은 공연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하며 만들게 됐다. NADRI라는 이름은 관객도 플레이어도 나들이를 온 것처럼 '벽 없이 다 같이 재미있게 놀자' 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김정준)

▲ 제주 힙합 공연에 대한 플랫폼을 만듦과 동시에 제주도 힙합문화 정착의 활성화와 파이를 키워나가고 싶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신성훈)

- NADRI 공연할 때 가장 중점으로 두는 게 있나.

▲ 관객을 중점적으로 생각한다. 힙합 자체가 최근에 돼서야 대중적이지만 원래는 마이너한 장르였다. 자기가 하고 싶은 공연을 하는 게 큰데 관객들이랑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콘셉트도 '관객들이 더 편하게 느꼈으면 좋겠다' 하는 취지에서 잡는 것이다. 최대한 그들이 즐겁게 놀 수 있게 하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이다.(김용수)

▲ 공연할 때마다 회차별로 일정한 테마를 정해서 그 테마 안에서 곡을 준비한다.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곡들로.(신성훈)

- 가장 최근에 했던 공연의 테마는?

▲ '타임 트레블'이다. 한국 힙합의 과거부터 현재 아티스트 중 선별해서 공연했다. 옛날로 시간여행하는 것처럼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었다.(김정준)

◇ NADRI의 음악 창작

- 힙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 텐데.

▲ 2006년, 개그 프로그램을 봤는데 '해봤어'라는 코너가 시작할 때 배치기의 '마이동풍'이 나왔다. 노래가 너무 재밌어서 매료되어 배치기를 찾아보니까 배치기의 한솥밥인 엠시 스나이퍼와 키네틱 플로를 알게 됐다. 그러다가 당시 유명했던 드렁큰타이거, 다이나믹듀오, 에픽하이, 솔 컴퍼니, 더 콰이어트, 도끼까지 알게 됐고 나도 이런 걸 써보고 싶어졌다. 친구가 크루 활동을 제안했고 그때 '내가 랩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써보니까 재밌었다. 정신을 차려보니까 NADRI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신성훈)

▲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한국 힙합을 좋아했는데 반에 랩하는 친구기 있었다. 졸업하기 전에 겨울방학 때 그 친구가 하는 공연을 보러 갔는데 좋았다. 제주에도 '힙합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이 됐으니까 하고 싶은 걸 해보자'라고 생각해서 사람들한테 아름아름 배우며 시작하게 됐다. 좋아서 음악 하고 있는 중이다. 랩으로 먹고살아야지가 아니라.(김용수)

▲ 맨 처음에는 에픽하이랑 에미넴 노래를 중학교 때 친구들이랑 영어학원 가면서 처음 접했는데 너무 좋아서 힙합이라는 것에 빠졌고 내가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다. 성훈이가 고3 때 같은 반이었는데 성훈이의 아이팟에 힙합 노래가 엄청 많았다. 지코의 믹스테이프 등 음원 사이트에는 없는 곡들도 있었다. 그게 신기해서 맨날 빌려서 들었다. 너무 좋았다. 그러다가 성훈이가 녹음과 공연도 하면서 힙합 하는 걸 알게 됐고 '어 멋있다, 나도 해보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인스트 하나 구해서 성훈이 집에서 부모님 안 계실 때 녹음을 했었다. 처음으로 녹음했던 '떨쳐내' 라는 곡이 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웃음) 그때 'ZIDOK'이라는 내 이름이 처음 지어졌다. 음악 할 때 주변 환경이 중요한 것 같다. 전역하고 다시 음악 했다.(김정준)
 
- 곡을 직접 쓰던데 어디서 영감을 받고 어떻게 작업하는지.

▲ 작업시간은 그때그때 다르다. 며칠 걸리는 것도 있고 몇 분 만에 나오는 것도 있다. 어떤 주제에 얼마만큼 깊숙하게 들어가 있느냐에 따라 '이것에 대해서 써야겠다'라는 필이 올 때 확확 써진다. 영감은 다양하게 받는데 보통 샤워하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때 영감을 얻는 경우가 좀 있었다.(웃음)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또는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가도 번뜩 생각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 음악을 듣다가 혹은 책 한창 읽었을 때도 이런 구절이 맘에 든다 하면 인용하는 경우도 있다.(김정준)

▲ 내가 겪었던 일들을 가지고 영감을 얻는 게 크다. 아니면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한다. 작업 방식은 비트를 듣고 비트에 맞춰서 가사를 쓴다. 최근에는 그 방식을 바꿨는데 비트에 내용도 없는 외계어 프리스타일로 녹음한 다음, 거기에 가사를 입힌다. 원래 방식은 의식적으로 하던 것만 계속하게 되는데 이러한 방식은 좀 더 다채로운 플로우를 짤 수가 있다. 다만 이 방식은 아직 적응 중이어서 전보다 빠르게 작업을 못하고 있다.(김용수)

▲ 나도 정준이와 용수랑 비슷하다. 제주시에서 놀다가 집에 가는 시간이 혼자 있는 시간이라 그때 드는 생각들과 평소의 생각들을 정리해서 가사로 쓰는 편이다. 아니면 친구랑 대화하며 깨달은 점을 가사로 쓴다. 혹은 즉흥적으로 비트를 들으면서 '이 비트에 이 주제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작업 방식이야 비트 듣고 거기에 가사 입혀보고.(신성훈)

- 여러 음악들 중에서도 힙합을 하는 이유가 있나.

▲ 랩을 통해 자기 삶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멋있다고 느껴져서.(김용수)

▲ 나 자신이 느끼는 바를 보다 더 솔직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진중한 분위기면 진중하게, 신나는 곡을 한다면 신나게 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매력과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할 수 있는 것도 좋다.(신성훈)

▲ 우선, 내가 하는 음악이 '힙합'이라고 딱 단정 지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2020년, 빠르게 변화하고 여러 가지와 융합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예를 들면 '포스트 말론은 힙합인가?'와 같은 의문처럼. 힙합 음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하자면 조금 대답하기가 쉽지는 않다. 힙합 음악의 매력은 억압된 현실 속에서 그것에 저항하는 메시지와 거친 비트 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마다 각자의 힘든 현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법으로 제게 가장 알맞은 방법이 랩인 것은 맞다. 그러나 아까 말했듯이 내 음악이 힙합인지는 잘 몰라서 '음악'을 하는 이유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첫째, 내가 지금 당장 죽어도, 내 목소리, 숨소리는 영원히 담겨 살아있는 것이 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죽고 나서도 사람들이 가끔은 내가 생각날 때 내 음악을 들으면서 기억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둘째, 어떤 음악을 들어도 듣는 이로 하여금, 각자의 다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법! 예를 들어, 우리 네 명이 성훈이의 'soliloquist' 를 들을 때,
각자가 떠올리는 기억, 향수는 다르지 않나. 그런 선물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셋째, 음악을 할 때, 예를 들면 가사를 적는다든지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든지 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공연할 때 관객과의 호흡,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관객들의 호응 속에서 고해성사와 같이 내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하고 나면 후련해진다.
넷째, 무슨 일이 있건, 예술가는 모두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댄서, 시인, 악기 연주자, 래퍼 등 모두 본인이 느낀 것을 남에게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것뿐, 예술적으로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그것들을 방출해 보이는 것..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김정준)

▲ 클럽 '낮과밤'에서 할로윈 데이를 맞아 공연중인 NADRI의 모습

◇ 제주에서의 음악생활

- 제주에서 음악 하며 아쉬운 점이 있는지.

▲ 내가 재밌어서 하는 거면 어디서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제주가 섬이다 보니까 '뺄라 진 거 아니냐' 하는 시선이 있었다. 지금에서야 '오 멋있다' 하지만 예전에 그런 시선도 있었고 음악 하면 홍대가 떠오르지 않나. 그곳에 음악 하는 사람들이 몰리니까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마주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제주도도 많긴 하지만, 요새 예전만큼 오프라인이 활성 되지 않고 다들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까 제주에서 하는지도 몰랐고 요즘에야 살려보려고 대화방도 만들었다. 내가 볼 때 제주에서 힙합으로 업을 삼고 싶다 하는 친구도 우리 또래에는 거의 없고.(김정준)

▲ 대중적인 음악의 경우에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Melon'같은 게 있겠지만 아마추어는 'SoundCloud'를 통해서 교류를 한다. 'SoundCloud'를 통해 알게 된 사람에게 DM을 보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더 콰이어트가 공연을 하면 주로 서울에서 하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야 하고 제주는 오지라고 하는 게 맞나? 너무 떨어져 있는 듯싶다. 도서산간지역 배송비를 3000원 더 받는 것처럼. 솔직히 음악도 그렇고 서울로 상경한다고 하는 데에는 다 비슷한 이유가 집중돼있고 정준이가 말했던 것처럼 음악 하면 떠오르는 게 홍대다. NADRI가 결성된 이유에도 제주 힙합 문화의 활성화와 점점 커져가겠다는 비전이 담겨있다. 서울이나 부산도 인프라가 짱짱한데 '우리 NADRI도 그렇게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에서.(신성훈)

▲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 같긴 하다. 우리도 그랬던 것처럼 제주에서 힙합 음악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엄청 늦었다.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도 대부분 지인이다. 힙합이 좋아서 오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소수고 랩하는 사람 아는 것도 예전엔 힘들었다. 나도 하고 싶은데 어디서 배우고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지 알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괜찮았던 점은 낮과 밤에서 사람들끼리 부딪히면서 만나는 것이다.(김용수)

◇ 앞으로의 NADRI

- 앞으로 NADRI의 계획이 있다면.

▲ 우리가 나중에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세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생 중학생 친구들도 되게 열심히 하는데 조금 조금씩 올라와서 NADRI라는 플랫폼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 시스템화돼서 체계적으로 인수인계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동아리 같은 느낌일 수도 있겠다. 어서 빨리 제주 힙합이 활성화되고 사람들이 멤버로 들어왔으면 좋겠다.(김정준)

▲ 우리도 실제로 회의할 때 '제주도 힙합에 관심 있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이런 글을 올린 게 기억이 난다. 관객들도 호응이 아니라 참여할 수 있는 기획을 했던 것처럼 이걸 계속 유지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작년 3월 이후로 NADRI 공연을 해왔는데 감히 말하면 파이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고등학생들 중에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랑도 커넥트가 이뤄졌디. 아직은 좀 더 노력해야 되는데 노력에 따른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지 않나 싶다.(신성훈)

▲ 굳이 원래 NADRI 멤버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 잘하든 못하든 이를 떠나서.(김용수)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각박한 세상과 일상으로 지친 하루에 가끔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그런 문화인이 많을 텐데 한 번쯤은 힙합으로. 관객들과 다 같이 끝나고 뒤풀이로 1차까지는 가고 싶은 사람 한해서 갈 생각이다. 지금껏 그래왔지만. 다 같이 재밌게 친해지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김정준)

▲ 힙합은 상대적으로 다른 장르들보다 진입장벽이 낮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우리 세명 다 그랬겠지만 시작할 땐 '내가 음악을 할 수 있을까' 등의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는데 정작 시작해보면 정말 재미있다. 음악을 꿈꾸는 사람들이나 제주에서 랩을 하고 싶다 하는 사람들은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 음악 하는 게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힙합공연하는 제일 유명한 프로그램이 'Show Me The Money'인데 제주도에도 나름 이런 플랫폼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문을 두드려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우리도 많이 열려있으니까 관객분들도 부담 없이 다가와 주면 좋을 것 같다. 음악과 관객 사이의 장벽을 없애려고 무대 밑에서 같은 선상에서 공연도 했었고.(신성훈)

▲ 앞으로 더 재밌는 공연을 많이 할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관객들이 부담을 안 느꼈으면 좋겠다. 지인 아니면 어색하니까.(김용수) <2020 신문제작실습 / 김경아>

 

김경아  roa0603@naver.com

<저작권자 ©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경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 1
  • 2
  • 3
  • 4
  • 5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제주대학로 66(아라일동 1, 제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언론홍보학과  |  대표전화 : 064)754-2940  |  팩스 : 064)702-4240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보통신원장 이상준  |  Copyright © 2020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