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의 드넓은 잔디밭 전경.

모슬포항에서 11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마라도.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한 섬인 마라도는 96종 이상의 다종의 식물들이 식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로서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신비로운 제주의 민속신앙이 함께 살아 숨 쉬는 마라리 마라도에 가본다.

“어서 와. 네가 그 학생이구나? 여학생이 씩씩하게 혼자서도 잘 왔네.”

국토 최남단의 작은 섬 마라도에 발을 디디자마자 찾아간 곳은 마라도 협동조합 이사장 김은영 씨가 운영하는 가게였다. 작년 겨울에 진행됐던 마라도 섬 투어 여행 패키지에서 주민 해설사로도 활동했다는 그녀는 손님들로 가게가 북적이는 와중에도 달랑 가방 하나 메고 무작정 방문한 대학생 기자를 환하게 웃는 미소로 반겼다.

마라도 짜장면.

그녀는 대뜸 테이블로 안내하더니 도보로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동안 마라도 한 바퀴를 다 돌아보려면 점심을 든든히 먹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짜장면 한 그릇을 내줬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다른 지역에 사는 제주도민으로서의 대화를 이어갔다.

“애달파. 마라도는 생각할 수록 애달픈 섬인 것 같아.”

마라도란 어떤 존재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우리 아이들의 고향, 애달픈 금섬.’ 이라고 표현했다. 옛날부터 이곳은 모든 생계가 해녀들의 물질에만 의존해 살아가는 곳이었다고 한다. 다수의 문헌에서도 마라도의 열악한 환경을 알 수 있다. 마라도는 나무의 수가 적은 초지인데다 바위로 이뤄진 섬이기 때문에 비가 오면 바다로 모두 흘러버리고 가뭄이 오면 그대로 땅이 메말라 버려 농사도 불가능했다. 이에 항상 마라도는 물 부족에 시달렸고 과거에는 물을 공급해주는 배에 식수를 의존하거나 이웃 섬인 가파도 주민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유난히 외로웠던 섬 마라도는 바람, 여자, 돌이 많다는 ‘삼다’ 제주 속의 작은 제주였던 것이다.

간단한 대화를 마친 후 그녀는 주민 해설사로 활동했던 적에 사용했던 자료들을 내게 선물했다. 지도를 따라서 찬찬히 걸으며 마라도 그 자체를 느껴보라는 것. 그 말에 가게에서 나와 본격적인 마라도 탐방을 시작했다.

선착장 앞 해식동굴.

마라도는 도보로 한 시간 삼십분 정도면 충분히 여행이 가능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카트를 이용해 섬 관광을 할 수 있었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현재는 도보로만 여행이 가능하다. 작은 규모의 완만한 지형이기 때문에 딱히 부담은 없는 편이다.

마라도행 여객선을 타고 25분여를 달리다 보면 마라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선착장에 다다르면 웅장한 모습의 해식동굴이 두 눈을 사로잡는다. 두 개의 선착장에서 모두 각기 다른 해식동굴을 목격할 수 있는데 마치 한국지리교과서 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마라도는 한 바퀴를 돌기 시작하는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발걸음이 닿는 대로 어디서든 시작하면 된다. 해설사 분들은 겨울에는 서쪽으로, 여름에는 동쪽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계절마다 바뀌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맞바람이 부는 쪽으로 가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다.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아이들이 없어. 물론 사람 자체가 점점 줄어드는 게 아쉬울 뿐이지.”

선착장을 지나 본격적으로 마라도에 들어서면 한 줄로 이어져 있는 짜장면 식당들과 민박집들이 보이고 식당가를 지나면 마라분교를 마주할 수 있다. 그 곳에서 만난 한 주민 분은 “아이들은커녕 젊은 사람 자체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며 “점점 줄어드는 사람들 때문에 아쉽다”는 의견과 함께 안타까움을 표했다. 실제로 재학생이 없어 문을 닫은 지 꽤 된 마라분교는 현재 닫혀 있는 상태다. 1958년 개교한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는 학생 수 감소로 2016년 3월 1일자로 휴교를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비.

마라분교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걷다보면 대한민국의 국토 최남단을 상징하는 국토 최남단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줄을 서던 중 만난 한 관광객 모녀는 “요즘 이렇게 여유로운 여행지를 찾는 것이 쉽지가 않은데 마라도는 너무나도 따뜻하고 아름답다”며 “이번 제주 여행에서 잊지 못할 한 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구간에는 마라도 성당과 마라도 등대가 있다. 마라도 성당은 신비하게 생긴 건물 외관과 주변의 꽃밭이 어우러져 동화 속의 한 장면과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누구나 성당 앞을 지나가다 들어가서 예배를 할 수 있게끔 성당 문을 열어놓는다. 마라도 등대는 커다란 외형으로 마라도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세계 해도에 표기되는 이 등대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기념비적인 의미를 지닌다.

할망당(애기업개당).

출발했을 때의 광경이 보일 때쯤 눈에 띄는 곳은 ‘할망당’이다. 선착장에서 조금만 좌측으로 이동하면 보이는 이곳은 마라도의 수호신인 할망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예부터 해녀들이 바다로 물질을 가기 전 거센 파도와 오락가락하는 날씨로부터 본인들의 안전을 기도하는 곳이던 할망당은 아직까지도 마을 주민들의 신앙심으로 보살핌을 받고 있다.

모슬포에 살던 해녀들이 물질을 하러 마라도에 입도했을 적, 며칠 동안 풍랑이 거세 섬을 나갈 수가 없게 되자 자신들의 아이를 보던 애기업개를 하늘에 제물로 바쳤다. 몇 년 후 그 곳에 다시 가보자 애기 업개는 지금의 할망당의 자리에서 앙상한 뼈의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해녀들은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여자아이의 넋을 기리며 제를 지내기 시작했고 이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할망당은 다른 장소에 비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적다. 그런 이유인지는 몰라도 이곳은 오로지 마라도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할망신 만의 공간인 듯한 신성한 기운이 느껴진다. 제주에는 어느 지역에나 전해져 내려오는 수많은 설화들이 존재하지만 마라도의 할망당은 최근까지 제를 지내고 있고 그 형태가 처음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마라도에서 바라본 한라산과 산방산.

마라도는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이 존재 자체로 편안함을 선사하며 이 곳 저 곳에서 보이는 자그마한 풀꽃들은 작지만 강한 마라도의 생명력과 닮아 있다. 북쪽으로 보이는 산방산과 한라산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장면을 선사하며 남쪽으로 펼쳐진 드넓은 대양은 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마라도 한 바퀴를 다 돌자 섬의 전체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차면서 탐방 시작 전 협동조합 이사장 김은영 씨의 말들이 다시 떠올랐다. 그녀는 마라도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며 “마라도를 둘러볼 때 자연환경에 초점을 두고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공적인 것이 없는 곳이라 ‘볼 것이 뭐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많이들 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어느 섬이나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겠지만 이 곳 마라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환경적 의미에도 좀 더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더해 그녀는 매 월 1일 진행되는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의 환경 정화활동인 마라도 지킴이 프로젝트 '버리지 마라도' 를 소개하며 "마라도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섬 속의 작은 섬, 제주 속의 작은 제주에서 하루를 보낸 후 바라본 마라도는 섬 자체가 한 사람의 인생 같았다. 사람의 자세나 말투, 행동에서 그 사람이 지내온 삶이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섬 이곳저곳이 섬이 예전부터 살아온 인생을 보여주는 듯했다. 마라도 여행이 단순히 제주 여행의 시간 때우기 코스가 아닌 교육적, 문화적, 역사적 관광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때다. <2020 신문제작실습 / 김경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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