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에 위치한 더럭초등학교의 정문 (우) 더럭초등학교 울타리에는 학생들의 창작 시가 붙어있다.

동심동덕(同心同德) 서로 같은 마음으로 덕을 같이하는 일치단결된 마음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공동 조직체로서 한마음 한뜻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여기 동심동덕의 마음으로 위기 상황에서 힘을 합쳐 기적을 만든 학교의 사례가 있다.

쉼터에 옹기종기 모여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먼저 반겨준 하가리에 있는 곳, 학교를 둘러싼 울타리에 빼곡히 붙은 아이들의 창작 시는 잠시 동심의 세계로 다녀오게 하는 듯 했다. 미소를 띠며 뛰어놀던 아이들의 모습이 활짝 핀 연꽃 같던 '더럭 초등학교'

# 더럭 초등학교, 22년간의 위기

“학교가 문을 닫으면 마을 공동체가 무너진다”

폐교는 단순히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는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이자 마을의 쇠락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다. 학교는 교육 역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사람들의 소통의 장이 되고, 마을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는 점에서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폐교는 마을 공동체의 붕괴를 가속할 수 있으며 지역민의 이탈도 빠르게 초래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1946년 하가 국민학교로 첫 문을 연 더럭 초등학교는 1949년 제주 4·3사건으로 학교가 소실되는 아픔을 겪고 1954년 더럭국민학교로 교명을 변경해 다시 문을 연 후 이농 현상 등의 이유로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1996년 애월초 더럭 분교장이 됐다.

더럭 분교장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를 약 20년,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 학교 유지가 힘들었던 이 학교는 2003년 졸업생이 4명에 그쳤다.

2005년 당시 학생 수가 30명 남짓한 작은 학교, 결국 나라의 교육방침에 따라 학생 수가 적정규모가 되지 않으면 인근 큰 학교로 통합될 처지에 놓여졌다.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상황, 천가영(62회 졸업생) 씨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며 당시를 회상했다. 

“6년 동안 다닌 학교에서의 추억들이 마음속으로 묻힐 거라는 생각에 슬펐고 이 학교는 하가리라는 마을 사람들에게 추억이 담긴 곳이자 그만큼 오랜 전통을 가진 학교인데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어요”

# "저 연꽃처럼 다시 필 수 있는 날이 올까요?"

학교 측과 마을 주민들은 암흑 같던 시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마을의 추억이 깃든 학교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은 하나같이 힘을 모았다.

더럭 초등학교에서 9년간 근무한 이완국 씨는 이 마을 어린이들은 이 마을만의 전통 있는 학교에 다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 학부모님들이 모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같이 마음을 모아보자고 제안을 드리고 상·하가리 마을 이장님들을 찾아뵈어 학교를 살리기 위한 의논을 했었다며 당시 이야기를 꺼냈다.

하가리는 마을의 리유지를 조금씩 팔기도 하고, 마을 주민들과 학교 측에서 '더럭 분교 발전위원회'를 구성해 행정당국의 ‘농어촌 소규모 학교 육성지원 사업’으로 2010년, 2014년 10가구씩 총 2번에 걸쳐 20가구의 공동주택을 지으며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마을주민들은 “원래는 하가리 사무소 쪽에 건물이 없었는데 폐교를 막기 위해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건물을 지었고 관광지 겸 하가리 자랑인 연화못을 단정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하가리라는 마을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승무북 동아리를 창설하면서 특색 있는 교육을 활성화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전교생이 모여 진행하는 다도 교육을 실행하면서 긍정적인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강혜민(63회 졸업생) 씨는 “폐교를 막기 위해 승무북 공연 활동을 하면서 학교가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공연을 할 때마다 선생님들이 많은 노력을 하셨습니다. 사실 이렇게 학교가 폐교되지 않은 것도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라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 모두의 간절함이 기적이 되어

“오고 싶은 학교,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학교가 되도록 교사로서의 역할도 부지런히 했어요. 학교가 좋아서 한 명 두 명 전학을 오기 시작했고 결국 학생 수가 100명이 넘었어요. 학교와 학부모, 마을의 마음의 모아짐이 가장 큰 힘이었다고 봐요”
 
똘똘 뭉친 학교 측과 마을주민들의 노력으로 학교는 점차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2012년 삼성전자의 '고화질(HD) 슈퍼아몰레드 컬러 프로젝트' 사업으로 학교 건물을 무지개색으로 칠하고 이 과정이 광고에 실리는 힘이 보태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탄 더럭 초등학교는 관광객은 물론 도민들의 관심을 받아 사람이 몰렸고 같은 해 6학급 편성 인가를 받으며 다시 활성화됐다.

2017년 10월 '더럭분교 발전 위원회'는 도 교육청에 더럭분교 본교 승격을 요청했고 2018년, 22년 만에 본교인 더럭 초등학교로 승격됐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해온 이들의 간절함은 결국 작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 동심동덕(同心同德)의 마음으로

하가리의 상징인 연꽃은 줄기가 부드럽고 유연해 바람이나 충격에 부러지지 않는 특성으로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지키고 사는 사람을 상징한다. 이에 걸맞게 불확실했던 상황에서도 모두를 생각하며 내디딘 이들의 힘찬 발걸음은 더럭 초등학교의 역사적인 순간을 한 페이지에 담아냈다. 

갑작스레 우리 사회를 둘러싼 코로나라는 재앙은 당연했던 일상들을 한순간에 뒤흔들고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웃음치료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이완국 씨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다른 싸움이라면 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만 코로나와의 싸움은 꼭 잘 이겨내야 하겠지요. 모두가 사람들이 벌인 일로 인해서 사람들이 받는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 기회에 우리 인류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코로나로 얻는 것도 있을 듯 하구요. 힘들긴 하지만 이것 또한 조금 다른 우리들의 일상이구나 하고 잘 견디어 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느 때보다 단합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잠시 개인의 이익을 배제하고 노력이 이어진다면 더럭 초등학교에서 봤던 희망이 곧 우리에게도 기적처럼 찾아오지 않을까? < 2020 신문제작실습 / 이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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