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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로, 누구를 위한 공사인가[제주 개발과 보존의 터닝포인트] 당신의 미래는 안녕하십니까?
신수준 | 승인 2020.06.25 09:11
공사가 중단된 비자림로

제주 동부지역을 이어주는 도로. 그것을 따라 늘어져 있는 나무들은 바쁘게 사는 우리에게 쉬어가라고 손짓한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이 반기는 이곳은 비자림로다. 지금은 잘려 나간 나무 밑동과 쭉 뻗은 나무가 대비되어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2018년 8월,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시작됐다. 2002년 건설교통부가 실시한 ‘제1회 아름다운 도로’ 평가에서 대상을 차지한 비자림로의 벌목과 확장은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제주도는 많은 반대에 부딪혀 공사를 중단하고 대처방안을 모색했다. 비자림로 공사는 지난 5월 27일 1년 만에 재공사가 시작된 후 다음 날인 28일 중단됐다.

처음 벌목 공사를 진행할 때부터 비자림로 공사 반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현재까지 시민모임을 통해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서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의 김순애 회원을 만났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서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은 40여 명 정도가 모여 만든 시민모임이다. 이들 모임은 18년 8월 비자림로가 벌목 된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아 반대 퍼포먼스를 하며 시작됐다. 김순애 회원은 "시기 별로 중심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이 활동하고, 자금의 경우 즉각 모금 형식으로 진행한다."라며 "작년 비자림로 생태조사 때 조사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모금을 통해 비용을 충당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27일 비자림로 공사가 시작되자 제주도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한 김순애 회원은 제주도청 앞 노란 천막에서 만날 수 있었다.

피켓을 들고 있는 김순애 회원

Q. 비자림로 공사. 꼭 필요한 일일까요?

A. "비자림로는 확장이 아닌 관리가 필요한 도로다. 직접 가보면 알겠지만, 도로가 패인 곳도 많고 갓길 정비도 전혀 되어있지 않다. 지역주민들은 이런 관리만 제대로 되어도 길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질 텐데. 정비를 하면 훨씬 제주도의 예산도 덜 들고 그 예산을 다른 쪽으로 더 활용할 수 있다."

Q. 2018년 성산읍이장협의회의 기자회견을 보면 지역주민의 숙원 사업이라고 했습니다. 지역 주민의 숙원 사업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지역주민 모두의 의견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마을의 유지들이 찬성을 해버리면 이웃으로 살기 어렵기 때문에 침묵하고 소리를 내지 않는 주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마을의 노인회장, 발전위원회 이런 분들이 목소리를 강하게 내며 찬성하면 나머지 분들이 반대를 했을 때 그분들과 사이가 불편해지기 때문에 반대 의견이 있는 분들은 함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주민 숙원 사업이지만, 도민의 세금으로 진행하고 공사에 문제는 제주도 전체, 지구 전체에 미치는 문제이다.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문제를 대할 때 이해당사자는 객관적 의견을 낼 수 없다.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어떤 방향이 합리적인지 볼 수 있다. 차가 막힌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교통정보센터를 보면 차량 흐름이 실시간으로 나온다. 비자림로는 항상 원활이다."

Q. 기사 댓글을 보다 보니 공사를 반대하는 단체에 제주 도민이 아닌 소위 “육지 전문 시위 데모꾼”이라는 댓글이 보였다. 제주도 내에서 찬반이 극명히 엇갈리는 사안이기 때문에 공격의 수위가 높은 편이다. 비난 댓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그런 논리로 몰아가고 있다. 제주도엔 최근 들어 이주민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온 많은 새로운 시각이 있다. 제주도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온다. 사실 제주도는 이주민과 원주민들의 조화가 좋은 도시가 될지 아닐지 판가름 난다고 생각한다. "

"제주 역사에 대해 책 쓰신 분이 있는데, 이주민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제주도를 사랑하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육지 전문 시위 데모꾼' 같은 비난은 편 가르기를 하려는 논리밖에 되지 않는다.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아이피에 이름만 바꾸어 올라오는 댓글들이 많다. 사실 댓글 수준이 너무 지저분하고 조잡하기에 무시하는 편이다."

Q.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로 진행되었고, 10여 종이 넘는 법정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라는 주장에 근거가 무엇입니까?

A.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규모의 공사를 할 때 환경영향평가라는 평가를 해야 한다. 제주도는 특별 자치도라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환경부가 아닌 제주도 자체에서 한다. 하지만 제주도의 환경영향평가 심의 자체가 엉터리다. 비자림로 같은 경우 사업 주체는 제주도다. 그들이 그들의 사업 심사는 할 수 없기에 도의 사업은 환경부가 한다."

"제주도는 2015년에 비자림로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청과 함께 작성했다. 그때 환경영향평가서에 멸종 위기 종이 없으니 공사를 하더라도 법정보호종 위협이 없다고 작성했다. 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서를 통과시키며 공사를 하던 중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법정 보호 종 발견 등 새로운 요인이 발견되면 공사를 중단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엉터리 조사라는 건 2015년대 환경영향평가 조사서가 엉망이라는 뜻이다. 확인해보니 법정보호종이 눈에 버젓이 있는데 없다고 하고, 30분 만에 모든 조사가 끝났다. 평가서의 1번 조사표와 3번 조사표가 내용이 똑같다. 우리는 현장에 가지 않고 유사한 데이터를 복사했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거짓으로 작성됐다는 말이다."

"제주도는 반대하는 시민, 단체들에게 비자림로 공사를 하기 전 절차를 다 밟았는데 왜 반대하냐는 입장이다. 우리가 직접 절차를 확인해보니 엉망이다. 심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엉망인 자료로 심의를 진행했다. 우리의 조사 결과 비자림로는 생태적으로 민감하고 중요한 곳이다. "

Q. 5월 27일 지난해 5월 공사가 중단된 지 1년 만에 재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오후 3시 30분 제주도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셨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A. "첫째로, 비자림로 공사 자체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하지만 벌목이 되고 공사를 진행한 것이 황당한 이유는 제주도가 자신들이 대안을 만들어 하겠다고 한 것도 지키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작년 영산강 측이 대안을 만들라고 했고, 비자림로의 멸종 위기 종에 관한 생태조사가 6월 진행됐다. 그 후 7월에 대안을 발표했다. 도는 팔색조 등 둥지가 있기 때문에, 번식기와 이소기(둥지를 떠나는 시기)엔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소기가 지금이다. 5, 6, 7, 8월까지. 27일 벌목된 구간은 애기뿔소똥구리가 서식하는 구간이다."

"도는 멸종 2급 몇 마리가 사는지 파악하고, 모두 채집 후 공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공사를 진행했다. 자신들이 하겠다고 하는 것도 지키지 않으며 공사를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내용이었다."

Q. 김순애 회원에게 비자림로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제주도 내 개발과 보존 속에서 첨예한 갈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 생각한다. 시각적으로 비자림로보다 강렬한 곳은 없다. 그와 함께 한 번 더 제주도에 이슈를 던진 곳이다. 비자림로 싸움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이것을 통해 사람들이 보존의 가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의 계기가 되면 유의미할 것이라 생각한다. 비자림로 공사는 제주도의 터닝포인트가 돼야 하는 촉발점이다. 동쪽 지역은 제주도에 남아있는 유일한 허파다. 여기마저 개발의 시각으로 보게 되면 제주도의 허파가 사라진다."

Q. 청년 세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당신들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이냐. 제주도가 꿈꾸는 미래는 100만 도시이다. 꿈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도로, 공항 등 개발에 집중한다. 사람들은 제주에서 살기 힘들어 떠나는 중인데, 지금대로라면 개발이 계속되며 땅값은 계속 뛰어오를 것이다. 개발이 진행될수록 제주도가 가진 메리트는 떨어진다. 땅값이 오르며 도는 양도세 등 세금을 많이 얻으며 부자가 됐지만, 도민은 부자가 되지 못했다. 가장 큰 타격은 청년 세대다. 개발 위주 정책은 부동산 값을 띄울 수밖에 없다. 미래가 되었을 때 관리되지 않는 휑한 빈 건물들이 중산간 지역을 차지하며 자연경관을 해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약 한 시간가량 비자림로에 관한 생각을 나누었다. 관광을 위해 동쪽 지방을 찾으며 잘려나간 나무 밑동이 눈에 걸리던 비자림로는 누군가에게는 확장이 필요한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관리가 필요한 곳이었다. 기사를 작성하며 현장을 다녀오고, 숲길을 따라 걸으며 들었던 풀벌레 소리와 흙냄새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도로를 이용하며 지나쳐오던 기억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비자림로 개발은 앞으로도 첨예한 갈등을 빚어낼 것이다. 김순애 회원이 우리에게 던진 “당신들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이냐”라는 말은 기사를 읽는 모든 이들이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 하늘로 뻗은 숲이 도로를 감싸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2020 신문제작실습 / 신수준>

신수준  tlstnwns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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