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만 느껴지던 순간들이 낯설어지고,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잘못 된 믿음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내게는 그 순간이 군대에서 동기가 추천해준 『철학 vs 철학』 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다가왔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굉장히 짧고, 편협한 생각을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고, 많이 반성했던 기억이 난다. 전역하고 나서도 『철학 vs 철학』을 다 읽고 난 직후의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다른 철학책도 읽고, 신중하게 생각해보는 습관을 들이려 노력하면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으나, 이번 가족 독서 릴레이로 인해 그 생각이 바뀌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책 표지

가족 독서 릴레이를 한다는 말을 듣고 내가 가장 처음 생각했던 책은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이유는 이 책이 다양한 딜레마와 현상, 사회, 문화 등에 대한 것들을 예시로 들면서 철학적인 문제나 화두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부모님이 어떤 생각의 변화가 있을지 너무 궁금했고 나름 자신감에 차 책을 추천했다. 그러나 내 기대와는 다르게 책을 받은 어머니의 첫마디는 “이거 너네 아빠 절대 안 읽어.”였다. 첫 마디를 듣고 멍해져 있는 내게 어머니는 “내가 너네 아빠 읽을 만한 걸로 하나 추천해 줄 테니까 그걸로 해”라고 말씀하셨고, 얼떨결에 책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로 바뀌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가족을 위해 평생 희생해온 중년 주부가 말기 암 진단을 받고 가족과 이별을 준비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부모님께 받은 사랑과 나를 위해 희생했던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들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많이 울컥했고, 그 동안 내가 군대를 다녀와서 깨달았다고 생각했던 올바름, 사랑, 정의와 같은 너무나도 보편적인 것들만으로는 세상을 전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 게 되었다.

 

2번 주자는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책을 다 읽고 나서 한 줄 평을 적고 내게 책을 주었고, 다음주자인 아버지에게 책을 전달하기 전에 어머니의 한 줄 평을 보게 되었는데 정말 많은 충격을 받았다. 어머니가 젊을 때 결혼해서 고향인 서울에서 떠나 친구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제주로 내려와 가족을 위해 희생했을 수많은 것들을 나는 책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의 한 줄 평에 노력과 희생에 대한 자부심 아니면 지난 삶에 대한 억울함, 회한이 녹아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다르게 내가 어머니를 생각하듯, 어머니는 외할머니를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노력과 희생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적힌 한 줄 평에서 나는 어머니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진정한 사랑과 희생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3번 주자는 아버지였다. 아버지께 처음 책을 전달했을 때 “이걸 언제 다 읽냐.”면서 투정을 부리면서도 결국에는 책을 다 읽으셨다. 책과 릴레이 한 줄 평을 내게 전달하면서 “엄마한테 잘해라.”라고 한마디 하셨다. 평소 굉장히 무뚝뚝한 아버지가 내게 “엄마한테 잘하라”는 말을 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이 부분에서 책의 힘이 정말 굉장하구나 하고 느꼈던 것이 기억난다.

릴레이 한 줄 평

가족 독서릴레이를 진행하고 나서 우리 가족에게 아주 작은 변화가 생겼다. 바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자주 병원에 가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머리가 좀 아프네.”하고 혼잣말을 하시면 평소 반응을 잘 안하시던 아버지는 요새 “병원에 가서 검사 받아봐.”, “나이가 나이인 만큼 병원 가서 검사 받아봐.”라고 자주 말한다. 어머니는 그 정도는 아니라며 아버지랑 투닥투닥 하시는데, 가족 독서 릴레이 전에는 보이지 않던 좀 더 가족 같은 모습들이 보이는게 너무나 흐뭇하다.

당연하게만 느껴지던 순간들이 낯설어지고,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잘못 된 믿음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내게 그 첫 순간은 군대에서 동기를 통해 『철학 vs 철학』을 접하게 되었을 때 였고, 두 번째 순간은 가족 독서 릴레이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가족과 돌려보게 되는 경험이었다. 가족 독서 릴레이를 통해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2019 출판문화실습> 언론홍보학과 4학년 송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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