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우종영 지음, 메이븐, 2019

  거대한 자연을 보면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자연은 인간이 모르는 무언가를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굉장히 많지만 나에게 그 모든걸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으로부터 혹은 글자들이 속속히 박혀있는 책에서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게 아니다. 상자속에 있는 보물들은 우리 주위에 존재하고 나에게로부터 발생하는 일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내 주변을 바라보고 그 시선을 좀 더 넓게 두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다 읽었어?”, “아니 아직.” 동생놈이 또 말썽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가족독서릴레이는 읽는 것부터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런 고비는 나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은 했지만 감상문을 쓰는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조급해졌다. 이 책은 맨 처음 내가 골랐던 책이 아니다. 처음엔 제목만으로 책을 골랐는데 가족들이 표지를 보고 넘기는데 목적을 두었다. 사실 그 책은 내가 읽다가 재미가 없어 다음주자인 엄마께 넘겨드렸다. 나만 지루하다고 생각한게 아니었다. 그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스릴러책으로 바꿔볼까? 바뀐책은 금방 읽었지만 릴레이 과정에 가족끼리 나눈 일화가 특별히 생기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책 선정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라는 마음으로 현재 내가 선정한 책을 구매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책의 장정을 꼼꼼히 살펴봤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성별, 나이 상관없이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먼저 책을 다 읽고 난 후 느낀점이 많다고 생각했고 다음 주자인 엄마까지 무사히 다 읽었다. 감사하게도 엄마는 책을 읽으며 와닿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주셨다. 그 다음 주자는 그 밑줄을 보며 전주자의 생각을 어느정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책 하나로 서로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혼자 책을 읽는 재미도 있겠지만 같은 책을 순서를 정해 읽어보는 것은 다양한 경험을 탄생하게 했다.

나는 주자를 정할 때도 신중한 계획을 세웠다. 내 말이라면 언제든지 경청해주고 참여해주는 부모님을 두번째, 마지막주자로 정했고 워낙 활자 자체를 멀리하는 동생을 중간에 넣어 세번째 주자로 정했다. 엄마께서 먼저 책을 읽음으로써 동생을 이끌어주고 다음 주자를 위해 좀 더 집중해 읽게하기 위함이었다. 스타트는 이 독서릴레이를 가족들에게 제안한 내가 끊었다.

  세상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시는 엄마는 이 책을 며칠만에 뚝딱 읽으셨다. 모든 일에 정성을 쏟는 엄마를 보며 이 책에 나와있는 나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엄마도 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셨다. 겉으로는 지혜롭고 여유있어 보이는 엄마도 마음속으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나무처럼 살아갈 때 즘에는 세상의 끝을 바라볼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많은 우리는 나무를 닮아가려고 노력해야함을 알게 되었다. 이미 세상에 대해 다 알 것 같은 우리 엄마아빠도 배워야 할 게 무수히 많다. 가끔 부모님의 나이듦에 슬픔을 느끼곤 하는데 좋은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세번째 주자 동생은 고등학교 1학년인데 현재 열심히 자아를 찾아가고 있다. 나랑은 7살차이가 나지만 친구처럼 지낸다. 그래서 동생은 깊은 고민이 있을때면 고맙게도 나를 가장 먼저 찾는다. 요새는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한다고 한다. 내 눈에는 아직 이제야 걸음마를 처음 떼는 아이처럼 보이는 동생이 벌써 자신의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나이가 되어 있었다. 이 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우리 막둥이였다. 우리보다 몇 백년은 더 살아온 나무에게 인생을 배워보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눈이 침침하셔서 글자를 볼 때면 한참 걸리는 우리 아빠. 하나밖에 없는 딸의 부탁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책을 덥썩 받으셨다. 책을 받아들인 것만으로 나는 크게 감동했지만 끝까지 읽는 것은 기대하지 않았다. 책을 건네줄때도 아빠께 이 책을 억지로 끝까지 볼 필요 없다고 당부 드리기까지 했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아빠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꾸준히 다 읽으셨고 그에 대한 소감은 짧았지만 진심이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빠 책 다 읽었다.”라고 주름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을 때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새 한 마리가 구슬픈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아빠는 절대 끝까지 못읽을거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을 반성했다. 또한, 오랜만에 책을 읽어본다며 앞으로도 자주 읽어야 겠다고 하시는 아빠의 모습을 보니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가족들의 독서릴레이 한줄평

  그렇게 이 책은 우리 가족에 대해 알게 되었고, 우리 가족도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다같이 읽는 책이기에 신중에 또 신중을 더했다. 처음 과제를 들었을 때는 자신 있었지만 책 선정부터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하는 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끝을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무사히 우리 가족의 독서릴레이는 끝을 맺었고, 그를 통해 얻은 경험은 자만하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했던 나에게 또 하나의 교훈을 주었다. 자만보다는 자신감을, 부정보다는 긍정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책에도 나온 내용이다. 이 과제가 우리가족 독서릴레이의 끝이 아니다. 가족 모두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준 독서릴레이의 스타트를 끊었다.

 

 

 

<2019 출판문화실습 / 언론홍보학과 4학년 고미주>

고미주 rhalwn0108@naver.com

 

 

키워드

#N
저작권자 © 제주대언론홍보학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