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언제나 옳다, 김병수 저>

  감정 표현이 어려워지는 요즘, 나름대로 스스로 솔직하고 꾸밈없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했는데 점점 감정을 숨기고 부정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내 안에 감정들은 끊임없이 부딪쳤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누가 알려준 적도 배운 적도 없었다. 어쩌면 이런 나의 상황은 감정을 돌아보고 다독여주라는 신호를 보내는 듯했고 이런 생각이 들 때쯤 정곡을 찌른 책 한 권을 발견했다. ‘감정은 언제나 옳다’ 제목을 보자마자 알 수 없는 죄책감과 미안함이 들었다. 내 스스로에게 드는 미안함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제까지 내가 부정하고 억지로 떨쳐내려 했던 내 모든 감정들에게 미안했다.

‘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무조건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마찬가지로 ‘긍정적으로 살아야 돼. 좀 더 낙관적으로 받아들여.’라고 함부로 말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부질없는 구호에 불과합니다. 행복하려면 부정적인 마음을 없애야 된다거나, 행복하려면 지금 내 마음이 우울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불안이나 우울은 전부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

  사람들은 화가 나면 화를 억누르고 불안감과 우울함이 들 땐 이를 떨쳐 내려 한다. 나 역시 내게서 오는 불안, 우울, 슬픔, 화와 같은 감정이 부정적인 것이라고 누가 정한 것도 아닌 데 너무도 당연히 이런 감정을 밀어냈고 그 자리를 긍정의 말로 채우려 했다. 이런 문제에 이 책은 너무나 간단한 해답을 제시한다. 이유 없는 감정은 없다고. 감정이 발생하는 데에는 이유가 존재한다. 스치듯 사소하게 발생하는 모든 일에도 이유 있는 감정이 따라온다. 감정을 잘 돌보는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발생하는 감정의 이유를 정확히 알아챌 수 있다고 한다.

  문득 우울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픔, 화남, 슬픔, 공허함, 무기력함 등 이런 모든 감정을 ‘우울함’이라는 한 단어로 통용했다. 기분이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나 우울해’라고 말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게 내가 우울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알렸다. 그렇게라도 위로받고 싶었고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싶었다. 사실 나조차도 나를 모르는데 다른 사람들이 내 감정을 알아주길 바란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억지였다.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감정을 다독이기 위한 다섯 가지 마음처방전을 내렸다. 일명 ‘O BRAVo’라고 불리는 처방전이다. 관찰하고(Observing), 움직이고(Behavioral activation), 환상에서 벗어나서(Realizing), 받아들이고(Accepting),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Value of life). 사실 처음 이 처방전을 봤을 때 뻔한 말만 하는 자기개발서의 뉘앙스가 느껴져 읽을까 말까 고민을 했다. 그래도 한 챕터만 읽어 보자 하고 읽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O BRAVo’를 뒷받침 한 많은 이야기에는 저자의 진심 어린 걱정과 마음 그리고 감정이 가리키는 방향이야말로 진실 된 것이며 옳은 길이라는 뚜렷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 책을 다 볼 때쯤 감정을 의인화시켜 표현한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한 소녀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로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소심이', '까칠이'라는 감정들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기쁨이‘가 주도하여 감정을 이끌며 ’슬픔이‘, ’소심이‘, ’버럭이‘와 같은 부정적 감정들은 숨어야 했고 억눌러졌다. 하지만 이러한 '기쁨이'의 노력이 더해질수록 소녀의 내면은 불안해졌고 혼동은 극에 달했다. 후에 ’기쁨이‘가 ’슬픔이‘를 인정하고 존중하게 되면서 감정들은 조화를 이뤘고 소녀의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이 영화도 결국 감정은 언제나 옳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이 메시지를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기쁨이'가 '슬픔이'를 동그란 원 안에 가둬두고 억지로라도 기쁜 기억을 만들어 냈던 것처럼, 실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슬픔이‘를 가두고 억지웃음을 지우며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한국 사회는 감정 표현에 인색하다. 이러한 풍조가 감정보다는 이성과 합리적 사고가 올바른 길이라는 편견을 심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일명 ‘감정 불능‘이라는 마음의 병을 주었다. 서투른 감정 표현이 독이 되더라도, 감정은 표현해야 하는 것이라고 새겨둘 필요가 있다. 힘들 고 아플 때 눈물 흘릴 수 있고,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며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 수 있으며, 화가 날 때 화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을 아무리 숨겨도 결국 우리는 순간적이고 사소한 감정에 울고 웃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감정을 진단하고 다독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좀 더 새롭게 내면의 감정과 마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말한다. 당신의 감정은 언제나 옳다고.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3학년 김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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