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으로 산다는 것, 김혜남 저>

  처음 가족 독서 릴레이를 한다고 들었을 때, 책을 고르는 것보다 가족들이 책을 읽어줄까? 라는 생각에 걱정이 먼저 앞섰다. 오빠와 내가 대학생이 되면서 가족들 모두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고, 집에 있는 날에는 각자 방에 들어가 있기 바빠 얼굴을 보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선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가족독서릴레이 책 선정을 위해 서점에 갔을 때 나는 가장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문득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졌다. 책을 선정하고 난후 가족들에게 가족독서릴레이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바쁘다고 시간이 없다며 거절할 줄 알았던 내 걱정과 달리 엄마는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해주셨고 오빠는 처음에 거절했지만 계속되는 나의 부탁에 한번 읽어보겠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엄마와 나 오빠 이렇게 3명의 가족독서릴레이가 시작되었다.

  책을 읽기 전에 제목을 보고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분명 나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어른으로 산다는 것’ 이라는 제목을 보고나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들었던 생각은 과연 어른으로 사는 것은 무엇일까?였다. 어렸을 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얻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어려서 경험하지 못 했던 모든 것들을 하고 싶었다. 경험해본 결과 현실은 내가 바라는 것처럼 되지만은 않았다. 막상 시간이 흐를수록 ‘어른’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무섭게 다가왔다. 나는 어린 시절 어른이 되면 무엇이 특별해질까? 어른이 됐을 때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라는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졌었다. 이젠 20대, 남들이 말하는 성인이 된 나는 언제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질 때쯤 나는 문득 가족들에게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느낀 순간이 언제인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슬픔 앞에서 굳이 어른인 척 하지 마라’ 이 책에서 가장 나의 마음에 와 닿았던 네 번째 장이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오빠가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아빠가 돌아가셨다. 사실 당시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어릴 적 아빠와의 기억은 이제 사진처럼 몇 장만이 남아있다. 아빠와 보냈던 마지막 크리스마스는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오히려 선명하기만 하다. 너무 어려서 그땐 크리스마스 캐롤만 들어도 눈물이 났다. 그렇게 매년 아빠가 그리울 때마다 크리스마스가 찾아올 때마다 엄마와 눈물을 흘렸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 쯤 나는 엄마와 이젠 울지 않기로 다짐했다. 서로 힘들지 않게 버팀목이 되어주자고 약속했다. 그렇게 나는 남들보다 일찍 슬픔을 배운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 책의 두 번째 주자는 얼굴 보기 힘든 오빠를 대신해 먼저 엄마에게 돌아갔다. 평소 엄마는 회사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핸드폰을 하거나 뉴스를 보셨다. 이번 과제를 같이 하면서 엄마는 매일 저녁 핸드폰 대신 책을 손에 쥐고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 나가셨다. 그렇게 엄마가 책을 읽기시작한지 일주일이 됐을 쯤 책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책을 다 읽었다는 엄마의 말에 나는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느낀 순간이 언제인지 물어보았다. 엄마는 5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라고 하셨다.

  “슬픔은 강물처럼, 바람처럼 흘려보내라. 슬픔을 이기는 방법은 슬픔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드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슬픔은 강물처럼 흘러간다. 그렇게 때문에 슬픔 또한 시간의 흐름의 법칙을 따르게 된다.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있는 사람도, 강물의 흐름을 막을 수 있는 사람도 없듯이 슬픔의 감정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슬픔은 이겨야 할 감정이 아니라 우리가 온몸으로 감당하면서 흘러가게 해야 할 삶의 하나의 조건인 것이다.”

  엄마는 이 구절이 가장 공감이 됐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당시에는 실감이 나지 않아 참 많이도 울었고 슬펐다고 했다. 하지만 슬픔을 참아야만 했고 억누르고 살아서 그런지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껴라. 이 말이 엄마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엄마는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어른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셨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아직도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하셨다.

  가족독서릴레이의 마지막 주자는 오빠가 되었다. 바쁘다는 오빠에게 끝까지 고집을 부려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오빠에게 책을 돌려받기까지 제일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주말마다 오빠에게 책을 읽었냐고 물어보는 게 일상이 되었다. 드디어 책을 다 읽었다는 오빠에게 나는 언제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는지 물어보았다. 오빠의 대답은 가족을 지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라고 했다. 평소에 퉁명스럽고 그런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오빠라서 이런 말을 들으니 조금은 신기했다. 오빠는 첫째라서 그런지 뭐든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큰 짐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엄마 혼자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이젠 우리가족은 지킬 수 있는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오빠를 마지막으로 가족독서릴레이는 끝이 났다.

  이번 ‘가족독서릴레이’는 우리 가족에게 뜻깊은 경험이 되었다. 서로 바빠 얼굴보기도 힘들었던 우리 가족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가족독서릴레이를 마치고 엄마는 나에게 요즘 지치고 힘든 일이 많았는데 책을 통해 위로가 된 것 같다고 말해주셨다. 시작 전 걱정이 앞섰던 것과 달리 결과는 엄청 뿌듯했다. 책을 통해 서로에게 말 한마디라도 더 건넬 수 있었고, 가족 모두 서로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3학년 고예슬>

키워드

#N
저작권자 © 제주대언론홍보학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