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소원을 빌어요. 이누이 루카 저. 사람과 나무사이 출판.

  몇 번인가 숲에 간 적이 있다. 숲이 주는 특유의 고요함을, 숨을 죽이고 귀 기울이면 들리는 개울물 소리를 , 바람이 휩쓸고 가는 이파리들의 부딪히는 소리를, 간혹 지저귀는 새의 소리를 좋아했다. 내 마음을 끄는 주제와 예쁜 삽화의 표지는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제목을 보았을 때 든 생각은 '동화'였다. 무언가 감성적이고, '소원'이 주는 가장 내밀한 염원이 느껴졌고, 숲 특유의 포용력이 떠올랐다. 치유가 필요한 주인공들은 각각 다른 이유로 숲에 찾아오며 헤매고 잃었던 자신만의 길을 찾게 된다.

  책의 일곱 주인공들이 갖고있는 각자의 사연들이 결코 가볍게 얘기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상처들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학교폭력과 가족 소통의 부재, 실직, 투병, 중년의 사회생활...... 책은 이 아픈 상처들을 다정하게 보듬는다. 책 속의 일곱 명의 상처받은 이들에게 숲지기는 진중하게 말을 던진다. 나에게도 그 말은 잔잔히 다가왔다.

  책에서의 숲은 대화가 단절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가족의 마음을 이어주는 공간이었다. 쓰러지고 넘어져있다는 것을 알면 다시 일어날 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공간이었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해주는 힘을 주는 공간이었다. 보통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도심 속의 숲. 그 자체로도 신비함이 물씬 느껴진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코끝이 찡해졌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쓰러진 자작나무를 보며 자신과 같다고 설움을 토해내던 여성이 숲지기의 "자신이 넘어졌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스스로 일어설 수 없어요, 영원히. 그러니까 당신은 할 수 있어요. 비참하게 쓰러졌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서는 경험이 인생의 자양분이 됩니다." 라는 말을 듣고 본인이 쓰러졌음을 인정했을 때였다.

  책의 묘사 역시 대단했다. 마치 내가 바로 그 장소에서 그들과 함께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느낌을 주었다. 책의 겉표지의 속에는 숲의 약도가 그려져 있고, 각각 주인공들이 치유를 받은 대상물들이 그려져 있다. 책의 밑면에는 잔디와 낙엽들이 그려져 있는데, 잠시 숲에 산책을 나왔다가 이야기를 듣는 느낌까지 주었다. 한 챕터가 끝나면, 다시 그 챕터의 제목을 읽고, 겉표지로 돌아와 그들이 갔을 장소를 손으로 짚어보곤 했다.

  책의 뒷 표지에는 '보통의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숲'이라고 숲을 표현했다. 그리고 일곱 명의 주인공들은 숲을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위화감이 드는' '원시림' 등으로 묘사했다. '여유가 없어서' 그들은 숲에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곱 명의 주인공들은 우연히 그 숲에 들어왔다. 그 숲은, 아무리 상처받고 절망에 빠졌어도 다시 앞으로 나갈 희망을 가진 이들을 위한, 가장 마음 깊은 위로의 장소였으리라 믿는다.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4학년 고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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