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생들이 경험했던, 혹은 경험 중인 중,고등학생 시절의 공통점은 선생님과 부모님을 포함한 대부분의 어른들의 말씀에 "예" 대답하고, 공부든 진로탐색이든 시키는대로 해야하는 수동적인 생활일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런 학창시절을 경험했었고, 서열을 중시하는 남자들의 세상에서 윗사람의 명령에 내 주장을 꺼낸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의 의견인지 모두의 의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시키는 일은 해야했을 뿐. 개인적인 의견을 꺼내는 순간 내 주변의 친구들이 다같이 힘들어졌었기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는 것이 습관이 됐었다. 제주제일고등학교의 부회장을 맡아 학생회의 구성원으로서 활동을 했던 나는 바꾸고 싶었던 것들도 많고 소통을 하고 싶었던 부분들도 많았다. 기존의 상명하복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관습을 겪은 바,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학에 입학을 하고서 내가 겪은 모든 환경은 고등학교와 너무 달랐다. 내가 들을 수업을 직접 선택하여 시간표도 직접 짜야했고, 큰 학교인 만큼 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됐으며, 이젠 어느 곳에 가든 구성원의 반은 여성이었다. 구성원이 다양했던 만큼 의견의 차이 또한 극심했다. 어떤 수업에서의 조별 과제 중에는 내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않고 대강대강 넘어가보려 했던 탓에 좋지 않은 성적을 받은 것은 물론, 조원들과도 좋은 관계로 남을 수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신입생의 한학기를 보내고 나서 제대로 알게된 것은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선 나 스스로가 나의 생각을 똑바로 정리하고 똑똑하게 타인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군대를 전역한 후, 나는 고등학교 때의 학생회가 아닌, 대학교의 지극히 상식적인 학생회를 꾸리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의사소통이었다. 하지만 이는 고등학생 때 느꼈던 막연한 상호 소통의 의사소통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타인에게 설득하여 나와 생각이 달랐던 사람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신뢰의 힘을 키우는 똑똑한 방식의 의사소통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나 역시 내 생각을 진정성있게 전달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원칙'.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 키워드로 올라가 있는 문구이다. 그는 이 책에서 타인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상호성, 일관성, 사회성, 호감성, 권위성, 희귀성으로 분류하여 정리했다. 많은 부분들 중 한 구절이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 이유를 밝히면 더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이유가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내 마음대로 해석해 보자면, 한 단어로 '진심'이라 요약해보겠다. 진심이 없는 껍대기뿐인 설득은 상대의 가슴속에 파고들어갈 순 없다. 진정 상대의 마음 깊숙이 동요를 일으켜 그 상대방 역시도 진심이 담긴 응답을 이끌어 내기 위한 가장 좋은, 어쩌면 유일한 방법이 '진심이 담긴 말'일 것이다. 나의 방향성 있는 주장과 진심이 있다면 설령 내 의견이 수용되진 않는다 하더라도 진정성이 있는 신뢰할만한 사람으로 기억되진 않을까. 누가 어디에서 무얼 하,고자 하든 '나의 진심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2017 출판문화론 언론홍보학과 4학년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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