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사태를 주제로 한 한강의 '소년이 온다'

  우리 가족은 전형적인 행복한 가정이다. 감사하게도 가족 구성원끼리 서로를 위해주는 탓에 웃는 날이 우는 날보다 많았다. 나는 우리 집의 이런 환경이 한국가정의 가장 보편적인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처 없는 집이 어디있겠냐만은, 그래도 나름대로 행복하고 밝은 가정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대학생이 되고 난 후로 우리나라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세월호 참사부터 대통령 탄핵까지 다사다난한 날의 연속이었다. 우리나라는 행복한 가정이 아니었다. 보듬어야 할 상처가 너무 많고 그 상처를 돌아볼 겨를 없이 새로운 사고가 터졌다. 나의 책임은 무엇인가? 현실적으로 실감되는 것이 없다고 해도 그 상처를 깊이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나?

  2016, 2017년은 유독 광주사태가 조명되는 일이 많았다. 고마운 일이었다. 우리가족이 사건의 진상에 주목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엄마는 사건 당시 광주에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폭도들인 줄로만 알았다. 아빠는 광주에 있던 지인들을 통해 들은 적이 있어 사건을 알고 있었다. 그마저도 자세히는 아니었겠지만.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학창시절 역사책에서 배운 사건, 그저 슬픈 사건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그 일의 무거움이나 의미에 대해서 신중히 생각한 적이 없었다.

  부끄러움, 미안함, 분노, 슬픔은 그 후에 찾아왔다. 우리는 이를 자신의 일처럼 생각한 적이 없었으므로 사건의 진상을 배워갈수록 왜 좀 더 관심을 갖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따라왔다. 기회는 많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책을 통해 광주사태를 배울 때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좀 더 관심 가질 기회, 지인들이 사건에 대해 말해주었을 때 알아볼 수 있었던 기회, 광주 사태가 끝나고 나서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을 때 좀 더 귀 기울일 기회를 모두 그냥 흘려 보냈다. 그래서 우리가족은 ‘소년이 온다’를 택했다. 이 책을 추천한 것은 엄마였다. 우리가 광주 사태에 대해 배울 좋은 기회라고 했다.

가족들의 '소년이 온다' 한줄 서평

  ‘소년이 온다’는 우리 가족과 같은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였다. 그들은 단지 그 시기 광주에 살았을 뿐이다. 그것이 그들의 죄목이 되었다. 광주에 살면서 서로의 가족과 지인들이 죽어나가고 실종되었다. 그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었을까. 그렇게 철저히 정부의 희생양이 되어가면서 잃어버린 자식들, 친구들, 직원들을 기억하면서 살 수 있었을까. 우리 가족의 일이었다면 정상적으로 현재까지 삶을 영위할 수 있었을까. 엄마는 자신이 당시 광주에 있었다면 미쳐버렸을 거라 말한다. ‘그동안 눈에 비치고 듣는 것만 믿었는데 모르고 있었던 사실들을 접하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사람들의 욕심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아프게 했는지… 다시한번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언론에 나오는 말들만 믿고 그들을 폭도라고 오해한 엄마는 그 부끄러움이 더 큰 것 같았다.

  ‘광주 사태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을 떄 간접적 혹은 광주에 있었던 지인 둘을 통해서 실상을 많이 들어와서 가슴 아픈 역사라고 알고 있다. 이를 교훈으로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고 앞으로 치유와 진실규명을 해나가야 우리나라와 역사가 바로 설 것으로 여겨진다.’ 아빠의 지인은 광주 사태 당시 광주에서 군복무 중이었다고 한다. 아빠의 지인이 느꼈던 죄책감은 또 얼마나 컸을까. 명령에 복종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이 범죄자가 되어가면서 그들은 정상적인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또 그들의 가족은 어떨까. 자신의 아들은 어쩔 수 없었다며 합리화했을지도 모른다. 미디어가 광주사태를 조명할 때마다 아들이 끔직한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줄 때마다 삶은 그들을 불행으로 끌어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결국 우리나라가 행복한 가정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 각종 매체와 문화계는 사람들에게 이를 일깨우고 있다. 저 밖에 사람들은 국가의 상처로 남은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나는 상황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움직임은 우리가 좀 더 밝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 것이다. <2017 출판문화론/ 언론홍보학과 4학년 홍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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