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과제를 듣고 당황했었다. 책 선정 문제부터 가족과 책을 돌려 읽어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 모두 각자 할 일이 많아 바쁘고 책 읽어야 한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책을 전달하기 전 먼저 가족의 의견을 물어보았고 아쉽지만 제일 바쁜 엄마를 제외하고 아빠, 나, 동생 셋이서 가족독서릴레이를 하게 됐다.

  책 선정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 가족과 같이 읽을 수 있는 책을 검색도 해보고 도서관에서 찾아보기도 했지만 마음에 드는 책이 없었다. 그러다 아빠께 가족이 다 같이 읽을 책 추천 해달라고 여쭈어보았고 고민하시다 며칠 뒤에 『끌리는 박물관』을 추천해 주셨다. 박물관에 대한 책은 생각지도 못했던 터라 선정 이유가 궁금해 여쭈어보았더니 아빠는 운전을 하는데 우연히 라디오에서 책 소개를 해주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 나온 번역가가 “원래 나는 박물관을 싫어하는데 이 책은 일반 박물관 책들과 달라서 번역을 결심했다.”라는 말과 간단한 책 내용을 듣고 흥미로워 가족과 함께 읽었으면 해서 선정하셨다고 했다. 아빠가 추천한 책도 처음이고 이유를 듣다 보니 책에 호기심이 갔다. 반면 동생에게는 나중에 책 제목을 이야기 해주었는데 제목을 듣고 “끌리는 박물관? 제목부터 참 안 끌리게 생겼다.”며 투덜거리다가 “아빠가 선정한 책이야”라고 말하니 투덜거림을 멈췄다.

끌리는 박물관 / 매기 퍼거슨 엮음 / 예경 / 2017/ 14,000

  『끌리는 박물관』 이 책은 38명의 작가들이 자신에게 영감을 주거나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박물관에 대한 쓴 글들 중 최고의 작품 24개를 골라 매기 퍼거슨이 엮은 책이다. 책은 친절하게 24개의 박물관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 어떤 작가가 작성했는지 간단 설명과 박물관의 제목이 적혀있다. 책에 등장하는 박물관은 피트리버스 박물관, 빌라 산 미켈레, 프릭 컬렉션 미술관,토르발센 미술관 등이 있고, 3~4개의 박물관을 제외하고 생소하다. 작가들이 24명이다 되다보니 박물관을 소개해주는 내용의 흐름이 다 재 각각이라 각 작품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일반적인 고리타분한 틀에서 벗어난 소개 글이라는 점이 특이한 부분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이게 박물관 소개하는 책이라고?’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아마 글의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일반 소개 글에서 볼 수 있는 사진들이 글 사이사이에 없어서 그랬던 거 같다. 책에서 그림이라곤 각 글의 첫 시작에 있는 그림과 책의 맨 뒷장에 있는 박물관 모습이 끝이다. 글을 읽을 땐 이 점이 오히려 좋았다. 박물관과 작품에 대한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가족들과 가보고 싶은 박물관 또는 기억에 남는 박물관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는데 아빠는 박물관 이야기에 앞서 ‘박물관은 사적이어야 하고 가격의 문은 낮아야한다.’라는 추천의 글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또한 원래 책은 맨 앞장이 제일 재미있는 것이라 하시며 초반에 나오는 로어이스트 사이트 주택 박물관을 기억에 남는 박물관으로 꼽았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박물관은 역사의 공통주제로 만드는데 개인 주택 박물관은 개인 소장이고, 한 가족의 역사와 사회상을 들여다 볼 수 있어 기억에 남으며 가보고 싶다 하셨다. 그리고 “원래 비슷한 처지의 사람의 역사가 흥미롭고 공감이 되기 쉽지 왕이나, 귀족 중심의 역사는 역사자료로만 느껴질 뿐 우리(서민)에게는 큰 공감이 안 된다.”라는 말을 덧 붙이셨다.

  동생은 인상 깊었던 박물관을 두 개 꼽았다. 우선 첫 박물관은 인형박물관이라 했다. 평소에도 인형을 좋아하고 박물관들 중 제일 끌렸다고 했다. 인형 박물관을 만든 사람은 더 이상 인형 둘 곳이 없어서 박물관을 만들었는데 신기한 사람이라 느껴졌다고 했다. 책을 다 읽고 뒤에 있는 사진을 보고 상상했던 인형의 모습보다 무서워서 놀랐지만 그래도 한 번은 가보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하나는 실연 박물관이다. 실연 박물관에 가서 설명을 보지 않고 먼저 물건을 보고 왜 추억의 물건인지 추측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도 그곳에 물품을 기증해보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 실연 박물관을 가보고 싶고 기억에 남는 박물관이다. 박물관 이름부터 흥미로웠고 궁금했다. 실연박물관은 이 박물관을 설립한 남녀가 헤어지며 그들의 물건들을 나누고 정리를 할 때 그들에게 몇 년 동안 기쁨과 즐거움을 주었던 사랑의 증거를 없애버리는 것은 잔인하다 생각하여 전시를 하다 만들게 되었다. 또한 헤어진 이들이 사연 있는 각각의 물건들을 기증한 물건들도 전시하고 있다. 헤어지면서 남겨진 물건들을 전시한다는 점도 독특하고 이런 생각을 했다는 점이 특이했다. 특히 작가가 열심히 소개한 아나의 부츠 실물을 보고 싶다.

가족독서릴레이 한 줄 소감

  『끌리는 박물관』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박물관에 대한 인식을 많이 바꿔주었다. 그리고 유럽과 관련된 작가들이 많다 보니 아시아의 박물관은 한 곳을 제외하고 없다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책에 대해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눌 때 아빠는 “수집가가 곧 박물관이고 책에 따르면 우리 집도 박물관이 될 수 있다.”며 말을 하셨고, 동생은 “영화 포스터 모으는 게 취미인 나도 포스터를 더 모아 박물관을 만들 거야”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나는 모든 이야기를 듣다보니 ‘박물관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 가족이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생각하게 됐다. 원래 가족들과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지만 책 한권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은 처음이라 어색하고 생소했지만 좋았다. 이번 릴레이에 참여를 하지 못한 엄마에게는 천천히 읽어보시라고 나중에 전달할 예정이다. <2017 출판문화론 / 사회학과 4학년 김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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