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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밭서점에서 구매한 김동영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책 제목이 그렇게 와 닿을 수 없었다. 그 누구보다도 부모님에게 하고 싶던 말이었다.

‘그 시간은 내 인생 최고의 영광이었고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으며

한편으로 내 인생 최고의 낭비이기도 했다‘

첫 장을 마주했을 때 보게 된 이 구절은 지난 4월부터 8월의 미국 생활을 떠올리게 했다. 정말 저 말 그대로 그 시간은 내 인생 다신 안 올 영광이며 최고의 순간이었다.

  나는 저자처럼 미국 전역을 몇 달 동안 여행하고 다닌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 많은 것을 보고 경험했다. 내가 했던 여행은 짧았지만, 그 안에서 느꼈던 자유로움은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그 동안 참 좁은 나라에 갇혀 있었더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와서도 나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나를 생각지도 못한 장벽이 가로막았다. 부모님이 나의 계획을 이해하지 못하셨다. 당장 내년에 어디든 가려면 돈을 모아야 하므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지금 아르바이트를 할 때냐며 그 시간에 취업준비나 하라고 꾸짖으셨다.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취업이나 빨리하면 안 되냐며 못마땅해 하셨다. 좁은 곳을 벗어나 더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셨다. 나는 계속된 아버지의 꾸중에 지쳐갔다. 이런저런 생각에 힘들어하던 와중에 이 책과 마주쳤다.

▲ 미국 여행 당시, 뉴욕 타임스퀘어 에서

  솔직히 말해 책 내용은 그저 그렇다. 가끔 와 닿는 구절들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내용은 그냥 한 사람의 일기였다. 저자는 다니고 있던 직장에서 잘린 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예전부터 상상만 해오던 길을 떠나기로 계획했다. 그렇게 차도 팔고 적금도 깨고 아끼던 CD를 팔았다고 한다. 심지어 친구에게까지 돈을 빌려 본인이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팔아 경비를 마련했다. 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그렇게 미국으로 떠난 그는 중고차 한 대를 사고 서부에서 동부, 그리고 다시 서부로 돌아오는 미국 횡단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 경로를 따라 전개될 줄 알았던 이야기는 정해진 틀 없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저자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점점 성장해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책 속에서 묘사된 풍경들과 수록된 사진들은 행복했던 미국 생활을 떠올리게 했다.

  부모님에게 이 책은 흥미 있는 책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중간 부분에서는 좀 지루해졌었다. 그래서 이 책을 독서 릴레이 책으로 쭉 밀고 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으로 아버지에게 호소하고 싶었다. 나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고 경험할 것이 많이 남아있다고.

  처음 독서 릴레이를 소개하며 책을 건네 드렸을 때, 아버지는 이런 책은 관심 없다며 더 좋은 책으로 가져오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데 괜한 오기가 생겼다. 이 책이 아니면 안 된다며 아버지 가방에 쑤셔놓고 나와 버렸다. 순간 후회도 되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그렇게 학교와 아르바이트의 병행으로 시간이 맞지 않아 아버지를 몇 주 동안 마주하지 못했었다.

주말에 아무런 일정 없이 집에서 쉬는 날이었다. 아버지도 주말에는 근무하지 않으셔서 오랜만에 뵙게 되었다. 아버지는 나를 보자마자 다시 방으로 들어가시더니 책을 건네주셨다. 머쓱하게 받고 돌아서자 아버지께서 한마디 툭 던지셨다.

“떠나봤어야 알지!” 그 말을 듣고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미국 어학연수를 준비할 당시, 어학 비자를 받기 위해 미국대사관에서 인터뷰가 있었다. 당시 면접관은 이전에 어느 나라에 가보았냐 물었고 나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면접관은 몹시 놀라며 정말이냐며 되물었다. 실제로 나는 미국을 다녀오기 전까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나뿐 만이 아니었다. 우리 여섯 식구 중 인천국제공항에 발을 내디딘 사람은 내가 처음 이었다. 그렇다, 우리 부모님은 해외여행을 한 번도 다녀오신 적이 없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를 이해하지 못하실 만도 했다.

1년 전에 만약 어학연수를 가지 못하게 된다면 열심히 돈을 모아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가리라 다짐했었다. 부모님에게도 내년에 여행 가자며 어디로 갈지 생각해 놓으라 했었다. 하지만 내가 어학연수를 떠나게 되며 계획은 무산되었다. 이제 다시 그 계획을 실행할 때라고 생각했다.

  독서 릴레이를 마치며, 온 가족이 다 공감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선정했으면 좀 더 좋았을 걸 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 가족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제 나는 당당히 말한다.

‘아버지도 저랑 함께 떠나면 이 즐거움을 알게 될 거에요. 그러니 함께 떠나요.’라고.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4학년 고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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