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족 독서 릴레이’라는 과제를 접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다. 책을 고르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부모님에게 책을 권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색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9월 28일, 출판문화론 수업을 통해 헌 책 판매라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의 ‘가족 독서 릴레이’를 위한 책은 그 곳에서 선정되었다. 바로 구매하여 다음날부터 읽기 시작하였다.

  이 책에서 태권도 유망주였던 ‘대수’와 당찬 성격의 ‘미라’가 17살에 아이를 가져 불과 서른 셋의 나이에 16살 아들 ‘아름’이의 부모가 된다. 남들보다 빨리 늙는 선천성 조로증인 아름이의 신체 나이는 여든 살이다. 어리고 철없는 부모지만 대수와 미라는 아름이와 씩씩하고 밝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고, 많은 일들이 벌어지며 대수와 미라가 아름이와 이별하는 이야기이다.

  내가 고른 책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엄마에게 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다른 집과는 다르게 아버지가 책을 가까이 하시고 엄마는 책에 딱히 흥미가 없으셨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책을 추천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버지는 읽고 난 후 주인공이 너무 잔인할 정도로 어른스럽다는 말을 남기시며 책을 마루에 두셨다. 엄마에게는 과제라고 투정을 부리며 겨우 손에 쥐어드렸다. 처음에는 귀찮아하시더니 나중에는 나와 아버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책을 읽어 나가셨다. 책을 다 읽으신 후 엄마는, 이 책의 주인공이 너와 달라서 좋았다고. 이 책의 주인공처럼 네가 아프지 않은 것에 안도했고 주인공의 엄마가 본인에게는 주인공이셨다는 말을 전하셨다.

  ‘가족 독서 릴레이’를 하면서 결국 나는 자식이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부모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가족이지만 나는 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딸이었고 부모님은 자기 자신보다는 딸을 먼저 생각하는 부모였다. 가족 독서 릴레이를 하면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쉬운 일 같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구절이 많이 나타난다.
그 중, 나는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이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억하지 못 하는 나의 삶을 대신 기억해주는 이들과의 관계. 그 관계가 나와 나의 부모님의 관계라는 것이 오묘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자식이 어릴 때는 부모가 대신 기억해 주고, 부모가 늙어 치매에 걸리거나,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때는 자식이 대신 기억해주는 것처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굉장히 신기한 관계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구절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다른 누구보다 부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 편이 되어주는 부모라는 존재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줄 것이다. 부모와 떨어져 지낸다면 한 통의 전화를, 같이 산다면 자기 전에 함께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3학년 양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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